왜 반기문을 물어뜯을까?
  • 한동윤
왜 반기문을 물어뜯을까?
  • 한동윤
  • 승인 201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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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야당 대권후보로 거론되자 잠잠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반 총장은) 우리 당 출신으로, 함께 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영입을 희망했다. 지금은 국민의당으로 간 권노갑 전 의원도 “반 총장 쪽 사람들이 야당 후보로 출마를 타진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사정이 급변했다. 반 총장이 지난달 5박 6일 한국을 방문하고, 대권 도전 가능성을 언급하자 야당에서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더욱이 반 총장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문재인을 누르고 선두를 차지하자 그 공격이 살벌해졌다. 심지어 어느 신문은 “세계가 웃었다, ‘보이지 않는 총장’의 티 나는 행보에”라는 기가 막힌 글까지 실었다. “지금 제3차 세계대전 중이다. 아프간, 이라크, 시리아, 예멘에서 국제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 분쟁만 100여개에 이른다. 50만명 넘게 목숨을 잃었고, 반기문이 하회마을을 돌아다닌 시간 숱한 아이들이 죽었다. 전쟁 난민도 6000만을 웃돈다. 지구에 살고 있는 12명 가운데 1명이 난민이라는 뜻이다. 그 가운데 51%가 아이들이다. 반기문이 사무총장을 맡은 10년 동안 난민이 2000만명 늘어났다.” 이게 글의 요지다. 이 글은 반 총장을 “기름장어”라고 지칭했다.
 반 총장에 대한 공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반 총장을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한 것과, 다른 하나는 ‘유엔사무총장 퇴임 후 4~5년 지난 뒤 정부직을 맡는다’는 유엔 결의가 근거다. 일부 진보언론들은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대서특필했고, 유엔 결의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었다. 반 총장은 “역대 최악”인 것은 물론이고  유엔 결의가 있으니 한국 대선에 출마하지 말라는 게 요지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지는 간특한 목적에 의해 반 총장을 깎아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신문은 반 총장을 비판하면서 “후임 총장은 동유럽 출신 여성이어야 한다. 지역이나 성별이 아니라 난제가 있는 유엔을 잘 이끌 능력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후보로 나선다면 공개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덧붙였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을 배척하고 유럽 출신을 앉히기 위해 반 총장을 “최악”이라고 깎아 내린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이 신문을 인용해 대서특필한 언론들은 결국 자기 얼굴에 침을 뱉은 격이다. 반 총장은 드물게 10년 연임한 사무총장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반 총장의 존재에 불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행되는 안보리 상임국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과 가까운 메르켈을 지지하는 것과 반 총장을 비난하는 것은 다르다. 그런데 우리 언론이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흥분하고 있다.

 공직취임 제한도 그렇다. 쿠르트 발트하임(제4대)은 퇴임 후 본국 오스트리아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5대 사무총장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도 퇴임 후 페루에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고, 2000년 총리로 취임했다. 유엔 결의는 구속력도 없고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 총장은 분단국 출신이다. 그가  국제외교 경험과 국제사회 인맥 등을 활용해 남북분단 해결에 기여해야 할 필요성은 깡그리 무시한 접근이다.
 심지어 어느 신문은 반 총장 전임자인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이 퇴임 후 조국인 가나에서 대통령선거 출마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와 반 총장을 비교하며 반 총장을 비판했다. 그러나 코피아난 전 총장은 재임중 이라크 석유 스캔들과 아들의 뇌물 수수 등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그런 사람과 반 총장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반 총장은 자신에 대한 모욕적 비난에 대해 대변인을 통해 “유엔이 원조한 전쟁 피해국 한국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진실되게 말했고 경험을 토대로 전 세계 고통받는 사람들과 연결됐다”는 글을 올렸다. 이코노미스트와 국내 언론은 부끄럽지 않은가?
 반 총장이 유엔으로 돌아간 뒤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기문, 절대 당선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당선되지 못 한다’가 아니라 ‘당선되면 안 된다’는 속마음을 이렇게 표현한 게 아닐까? ‘더불어민주당과 친 노무현 사람들이 대통령에 절대 당선되어야 한다’는 말이 진정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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