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둘러싼 정치·경제적 역학 날카롭게 파고들다
  • 이경관기자
기후 변화 둘러싼 정치·경제적 역학 날카롭게 파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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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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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 기후 변화 부정론 근원·대형 환경 단체와 채취 산업의 불편한 커넥션 종횡무진 추적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하늘에 가득 낀 미세먼지부터 지구온난화까지.
 인간의 편리를 위해 지금껏 써온 많은 환경오염 물질들이 이제는 우리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노 로고’, ‘쇼크 독트린’ 두 권의 밀리언셀러 작가인 나오미 클라인이 기후 변화를 둘러싼 정치, 경제적 역학을 치밀하게 파고든 문제작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가 최근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류 최대의 현안인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이제껏 잘해오고 있으리라 짐작했던 선진국들의 기후 대응의 현 주소가 드러났다. 기후 변화 문제가 국제 사회에 불거진 1988년부터 약 한 세대 동안 인류를 대표한다는 정치인과 기업인이 써내려간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이 책은 2014년 UN 기후 변화 정상 회담에 맞춰 조직된 대규모 시민 기후 행진 일주일 전에 발간되도록 기획됐으며, 출간 직후엔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서라는 찬사를 받았다.
 저자는 총 13장에 걸쳐 대중들 사이에 만연한 기후 변화 부정론의 근원, 대형 환경 단체와 채취 산업의 불편한 커넥션, 탄소 감축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받던 탄소 거래제의 참담한 실패, 세계 각지의 기후 전선에서 채취 산업에 대항하는 블로카디아 운동의 급속한 전개 상황 등을 종횡무진 추적한다.
 5년간 진행한 방대한 자료 조사와 현장 답사, 과학자와 경제인, 환경 운동가들의 인터뷰를 종합해 결실을 맺은 이 책은, 오늘날 기후 위기의 본질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의 문제임을 역설한다.
 방대한 자료 속에 녹아 있는 저자의 생각은 명료하다. 문제는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다.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는 집단, 그 집단을 후원하며 녹색 경제로의 이행을 막고 있는 자본가들, 그리고 우리 안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채취주의 사고방식이다.

 우리는 지금 화석 연료를 태우기 시작한 이래 섭씨 0.8도 상승한 지구에 살고 있다.
 이 책이 인용한 연구 자료에 따르며, 1970년대 세계 전역에서 가뭄과 홍수, 극단적인 기온 변화, 산불, 폭풍 등 656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자연재해는 무려 다섯 배나 많은 3,654건으로 급증했다. 30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
 세계은행은 2012년 보고서를 통해 “섭씨 2도에 도달하거나 이를 넘어서면 서남극 대륙 빙하가 녹아내려 급격한 해수면 상승이 일어나거나, 아마존 밀림에서 대규모 고사가 진행돼 생태계와 강, 농업, 에너지 생산, 생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의 추세로 섭씨 2도의 임계점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년밖에 없다는 게 기후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저자는 최근 25년간 경제와 환경 두 부문에서 진행된 자유 무역 협상과 기후 협약의 평행이론에 주목한다. 1992년 최초의 기후 협약이 체결되던 그해 공교롭게 북미 자유 무역 협정이 체결됐고, 1995년에는 세계 무역 기구가 출범했다. 이어 중국이 세계 무역 기구의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1980년대에 시작된 무역 및 투자 자유화의 흐름은 최고조를 맞았다. 하필, 경제의 세계화 흐름이 급속히 진행되는 시점에 지구 온난화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무역과 기후 협상이 이처럼 병렬적으로 전개됐지만, 각국 정부 대표는 온실가스 감축과 무역 장벽 철폐라는 두 가지 약속이 정면충돌할 경우 어느 쪽을 우선시할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논의하지 않았다.
 지구 온난화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그중 하나가 탄소 배출권 거래제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기업들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파괴함으로써 제품 판매 수익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기도 하고, 삼림 통제를 위해 오랫동안 숲을 터전으로 생활해 온 원주민을 쫓아 내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저자는 기후 변화가 문명의 경종이며, 산불과 홍수, 폭풍, 가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주장한다. 우리 앞에 놓은 도전은 만만치 않다. 시간이 없고, 넘어야 할 장벽은 높다.
 그러나 저자는 “지구 온난화는 위기이자 곧 기회”라며 “자본주의 이전부터 존재해 온 물질 만능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 화석 연료의 채취를 기반으로 한 무한 팽창주의에서 평등주의와 공동체주의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역설한다.
 나오미 클라인 지음.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798쪽. 3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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