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홍기택’ 인사 반성하나?
  • 한동윤
박근혜 정부, ‘홍기택’ 인사 반성하나?
  • 한동윤
  • 승인 201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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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했다. 시장원리가 거의 없었다. 우린(산업은행) 들러리였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로 수조원의 분식회계와 부실경영 책임을 져야할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변명이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과 금융위원장 등에게 대우 부실의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그 것도 베이징에서 모 신문기자에게 슬며시 털어놓았다. 나중에 자신의 발언을 수정했지만 검찰의 대우에 대한 고강도 수사가 벌어지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고의적인 발언으로 보인다.
대우 부실경영에 책임이 큰 그를 박근혜 정부는 중국이 주도해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지난 2월 추천했다. 3년 임기의 AIIB 최고위험관리자(CRO)다. 연봉은 31만8000달러고,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그가 산은 회장에 재직중일 때 이미 대우에 대한 관리 잘못이 드러났는데도 그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커녕, 영전(榮轉)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가 이렇다.
홍은 경기고와  서강대 출신에 미국 스탠포드 경제학 박사다. 그는 중앙대 교수를 지냈고,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세운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그 공로로 대통령인수위 경제분과위원으로 활동했다. 박 대통령의 ‘서강대’ 동문이다. 그런 홍 전 회장이 AIIB 부총재직을 휴직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홍 부총재는 기획재정부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심적인 부담이 크다. AIIB 측과 휴직을 포함해 거취를 상의하고 있다”고 말해 기재부 간부가 휴직을 만류했지만, 홍 부총재는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홍 부총재의 ‘휴직’을 확인한 것은 AIIB로부터 연락을 받고서다. “6개월간 쉬겠다”며 휴직계를 제출했고, 이사회가 받아들였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무책임한 인물에게 산은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긴 박근혜 정부가 원망스럽다.

홍 부총재는 지난 8일 베이징에서 한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대우조선 지원은 (작년 서별관 회의에서) 정부가 결정한 행위로, 산업은행은 들러리만 섰다”고 폭로성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결정했을 뿐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홍 부총재도 대우조선 부실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홍 부총재가 산업은행 회장 시절 3조원 넘게 적자를 낸 대우조선 임직원에게 877억원의 격려금을 주도록 허락하는 등 관리 감독 의무를 태만히 했다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그는 AIIB의 최고위험관리자라는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의 휴직은 본인은 물론 나라의 망신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AIIB에 37억달러(약 4조3200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중국·인도·러시아·독일에 이어 다섯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가 지분을 주장해서 부총재 다섯  자리 가운데 한 석을 챙긴 것이다. 그렇다고 그 ‘한 자리’가 우리 몫이라는 것은 아니다. 이미 중국과AIIB는 홍 부총재 후임을 고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으로 후임자를 고르려고 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전 부총재 때문에 우리에게 할당된 부총재 몫이 날아간 격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 산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추궁을 받고 “대우조선해양  부실과 분식회계의 책임을 질 일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결국 홍 전 회장에게는 ‘책임’질 일만 남았다. 그는 산은 회장으로 대우에 ‘경영관리단’을 파견했다. 경영을 관리해 분식회계를 적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위치다. 뿐만 아니라 회계 최고 책임자인 CFO까지 산은에서 파견했다. 홍 전 회장 바로 밑의 부총재 출신이다. AIIB에 휴직계까지 냈으니 그가 할 일은 대우 부실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홍 전 회장은 휴직계를 내고도 아직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 부실경영에 세계 금융계에서 나라망신까지 시켰으니 해외에 머물 게 아니다. 스탠포드 박사답게 당당하게 잘못이 있다면 그 책임을 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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