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들의 삶·문학세계 엿보다
  • 이경관기자
화인들의 삶·문학세계 엿보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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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화인 작가 천하오취안·부산대 중문과 교수 김혜준
‘단풍 비와 함께 걷는 길’ ‘영원한 비밀’ 등 단편 16편 엮어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지구 전체를 한 마을처럼 여기는 세상이 됐지만, 아직도 인종, 언어, 문화 등의 차이로 인한 편가르기는 여전하다. 토착민에게 이주민은 늘 이방인이다.
 최근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화인들의 단편 16편을 모은 책 ‘동생이면서 동생 아닌’을 펴냈다.
 이 책은 캐나다를 지금의 모습으로 일구어 낸 이주민의 시선, 그중에서도 특히 오랜 기간 그곳에 거주한 화인들의 시각을 제공한다. 작품은 캐나다 화인 작가 천하오취안과 부산대 중문과 교수 김혜준이 협의해 선정했다.
 ‘화인(華人)’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중국 대륙·타이완·홍콩·마카오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중국계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은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 권역 이외의 지역에서 장기간 거주하는 중국계 사람들을 모두 아우른다. 캐나다 화인은 18세기 후반부터 캐나다에 이주하기 시작했고, 19세기 중엽 이후 노동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는 등의 원인으로 현지인들의 화인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면서 갖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날이 저물어 밤이 되었는데, 어떤 사람이 그만 길을 잘못 들어 묘지로 들어갔다 어느 한 노인이 정을 들고 묘비를 두드리고 있는 걸 봤더랍니다. 이 사람은 너무나도 무서워 노인에게 지금 뭐 하시는 거냐고 물었겠지요. 노인은 정으로 계속 비석을 파며 조용히 말했답니다. ‘이름을 잘못 새겨서 무덤에서 나와 고치고 있어.’ 이름이라는 게 그렇게나 중요하단 얘깁니다.”(‘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또 무엇인가’ 중)

 이 책에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화인들의 단편 16편이 담겨있다.
 작품은 ‘단풍 비와 함께 걷는 길’에 수록된 다수 작품을 위주로 하면서 그 밖의 일부 작품을 추가했다. 캐나다 화인의 삶을 직접 드러내 주는 작품을 우선 선택하되 여성과 남성, 청년과 중장년, 신진 작가와 원로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균형을 이뤘다.
 초단편소설 ‘남편 잃은 여자’부터 캐나다의 산속에서 길을 잃은 화자가 홀로 죽음을 맞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것을 시적인 정서로 표현한 ‘영원한 비밀’, 노년에 캐나다로 이주한 후 캐나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생활 보조금을 받기 위해 전 재산을 아들에게 맡긴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우리 아들은 여느 집 자식과는 달라’ 등 다채롭다.
 또한 ‘벽난로 옆의 기이한 이야기’처럼 환상 내지 상상을 소재로 한 이야기부터 꿈을 찾아 중국 대륙에서 캐나다로 온 세 젊은이의 엇갈린 사랑과 생활에 관한 이야기 ‘선택’, 캐나다 이민 후 임대업을 하게 된 한 화인 부부의 건물에 세 들어 살던 에드워드 슈미트라는 백인 남성의 말년 모습을 담고 있는 ‘자동차 판매왕 에드워드 슈미트 씨’까지 이주민으로서 살아야했던 화인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천하오취안 외 지음. 김혜준 외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406쪽.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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