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고마운 이들의 삶과 죽음 곱씹다
  • 이경관기자
기억하고 싶은 고마운 이들의 삶과 죽음 곱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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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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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필 한국일보 선임기자, 국내 최초로 연재한 ‘부고 기사’ 중 35편 선별해 엮어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어느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를 통해 중심에서 벗어난 변방. 즉, 바깥에 존재하는 것들에 주목한 최윤필 한국일보 선임기자가 이번에는 인권과 자유, 차별 철폐와 폐미니즘 등을 위해 우리보다 앞서 헌신했던 이들을 삶을 돌아본다.
 “나는 이 세상에 잘 살려고 왔지. 오래 살려고 온 게 아니야”(5쪽)
 여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삶을 글을 통해 추억하는 이가 있다.
 동시대를 살아 든든했고 또 내내 고마울 이들을 기억하자는 취지다.
 또 늘 빨리 사그라지는 아름다운 것들이 ‘가만히’자리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다.
 최윤필 기자가 최근 출간한 ‘가만한 당신’은 현 시점에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논의되고 있는 사안들, 인권과 자유, 차별 철폐와 폐미니즘, 조력 자살, 동성혼 법제화 등을 위해 우리보다 앞서 헌신했던 이들을 환기하고자 국내 최초로 연재한 ‘부고 기사’ 중 서른다섯 편을 선별해 엮은 책이다.
 “페미니즘이란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사랑에 빠지듯 여성운동에 매료됐고, 페미니즘은 내 생애의 퍼즐을 풀어주었다. 나는 민권운동, 반전운동 등등을 해왔지만 내게 그것들은 의무감과 분노의 소산이었지 내 자신의 싸움은 아니었다.”(172쪽)

 이 책은 전쟁의 무참함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한 콩고의 마마 ‘레베카 마시카 카추바’로 시작, 모성 신화의 허구성을 지적한 ‘바버라 아몬드’, 여성 할례 금지 운동에 앞장선 ‘에푸아 도케누’, 뉴욕 중심부에서 최초의 여성 전용 섹스토이숍을 연 ‘델 윌리엄스’ 등과 같은 인물을 통해 페미니즘의 발전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당시 우리는 혁명이나 전쟁이 아니라 법적 절차를 통해 카스트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항상 느꼈던바, 당시 현장에는 언제나 강하고 진취적이고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미국인들이 있었다. 그들이 법에 근거한 민주적이고 헌법적인 절차들을 완성해냈다.”(139쪽)
 또한 1960년대 흑인 인권 투쟁 현장을 누빈 ‘존 마이클 도어’, 개인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언급한 ‘카스파 보든’, 군대 민주화 운동의 기점인 ‘앤드루 딘 스태프’ 등을 통해서는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의 역사를 재현하기도 한다.
 “저는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침대에서 일어나 제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고 해서 칭찬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저는 장애인이 지닌 참된 성취로 평가받는 세상, 휠체어를 탄 선생님이 새로 부임해 왔다고 해서 멜버른의 고등학생들이 조금도 놀라지 않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33쪽)
 뿐만 아니라, 장애 편견과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스텔라 영’과 암 환자임에도 동성혼 법제화 문제에 직접 맞선 ‘니키 콰스니’ 문학작품의 외설성 논란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언급한 ‘앨버트 모리스 벤디크’처럼 경직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남몰래 애쓴 이들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낸다.
 그리고 세계적인 군비경쟁 실태를 폭로한 ‘루스 레거 시버드’, 삶에 대한 결정권은 본인에게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엘리자베스 리비 윌슨’을 통해서는 앞으로 신중히 검토하고 결정해야 할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 고민해볼 기회를 준다.
 저자는 번역가인 김명남과의 대담 ‘가만한 대화’(전자책 수록)에서 “예전의 어떤 글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그게 부고는 끊임없이 새로 쓰여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잘 알지 못하더라도 얘기를 해야 할 때가 있고, 잘못 얘기할 때가 있으니까 그것들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거였지요. 그래서 여기 있는 이 분들도 고유명사가 아니라 그냥 이런 일을 했던 사람들로서, 또 다른 어떤 의미를 만 들어가는 사람이 언급될 때마다 다시 환기되어야 할 분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그럼 매번 새로운 맥락에서 다른 의미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고요.”라고 쓰며 ‘저자의 말’을 갈음했다.
 최윤필 지음. 마음산책. 36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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