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은 대한민국 ‘대청소법’
  • 한동윤
‘김영란법’은 대한민국 ‘대청소법’
  • 한동윤
  • 승인 201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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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시행령이 확정됐다. 논란이 많던 음식물·선물가액과 경조사비 한도액이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3·5·10)의 원안대로 확정됐다. 시행령은 오는 28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농림축산업자와 요식업자 등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다 죽는다”고 비명을 질렀지만 ‘단군이래’ 최악의 공공부문 부정·비리를 척결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3·5·10’ 한도를 넘은 식사비·선물비·경조사비는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거나 형사처벌된다.
김영란법 시행이 임박하자 ‘란파라치’(김영란+파파라치)들이 설치기 시작했다. ‘란파라치’를 교육하는 학원까지 등장했다. 김영란법 위반 사례를 적발해 신고하면 최대 20억원(국고환수비율에 따른 최대 보상액)을 받을 수 있고, 2억원의 ‘포상금(국고환수액과 관계없이 신고자에게 주는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백수’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너도 나도 ‘란파라치’로 카메라를 들고 길거리로 뛰쳐나갈 판이다.
김영란법 적용대상은 400만명에 달한다. 전 인구의 8.3%다. 공무원 124만명, 공기업단체 36만명, 교사 60만명, 언론인 20만명 등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들의 ‘배우자’ 160만명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다. 부정 부패에 남자만 아니라 배우자도 예외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적용대상이 400만명이나 되다보니 ‘란파라치’들이 도처에서 감시의 눈을 번득일만 하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타격을 받는 업종이 있을 것이다. ‘선물비 5만원’ 규정은 명절선물세트 판매에 치명타를 안겼다. 5만원 이하의 굴비와 갈비세트를 만들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요식업자들 또한 밥 한끼 ‘3만원’ 이상의 비싼 밥상으로 돈을 벌어왔는데 식사 단가를 3만원 이하로 낮춰야 한다. 업종을 전환하거나 메뉴를 바꾸느라 부산하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썩어빠진 이 나라 공공부문을 대청소할 수 있는 결정적 동기가 될 것이다. 특히 음식물·선물가액과 경조사비 한도액 각각 3만·5만·10만원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지만 서민(庶民)들에게는 ‘별나라’일 뿐이다. 밥 한 그릇에 3만원짜리를 먹는 서민이 어디 있는가? 김밥 한 줄, 라면 한 봉지로 배를 채우고 생계를 유지하는 서민들이 우리 주변에 널렸다.
5만원 짜리 선물? 서민들은 평생 명절이 되어도 ‘5만원’ 짜리 선물을 받아본 일이 없다. 이웃끼리 또는 식구끼리 저렴한 비누·치약 세트를 주고받거나, 형편이 좀 나은 서민들은 햄세트를 구경할 뿐이다.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서민들에게는 고통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경조사비를 10만원으로 제한했다지만 서민들에게 ‘10만원’은 생살을 끊어내야 하는 고문이다.
공무원이 ‘3만원’ 이상의 식사접대와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규정을 어기면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 받는다면 공공부문의 혼탁은 많이 정리될 것이다. 3만원 이상의 식사를 대접받고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았다가 처벌이라도 받으면 공직자의 감투가 사라질 판이니 누가 그런 바보짓을 하겠는가. 김영란법 시행은 썩어도 너무 썩은 대한민국 공공부문을 대청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서민들은 식사비 3만원, 선물비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도 너무 많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김영란법에 ‘3·5·10’이라는 제한이 정해진 것은 이 나라가 그동안 부정과 비리, 청탁, 금품수수에 너무 익숙했다는 반증이다. 머지않아 국민들이 “김영란법 만세”를 외칠 날이 올 가능성이 높다.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이 법 적용에서 예외로 빠진 국회의원들을 포함시키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 공무원이 유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민원을 전달하고 이 사안이 김영란법의 부정청탁 유형에 속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다른 공공부문은 예외로 해도 국회의원만은 반드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뿐만 아니라 그들의 ‘배우자’까지 대상에 포함시켰으면서 국회의원들이 자기 손으로 대상에서 뺀 것은 김영란법을 모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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