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정부가 키운 한진해운 물류대란
  • 한동윤
무능한 정부가 키운 한진해운 물류대란
  • 한동윤
  • 승인 201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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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한진해운은 국내 1위, 글로벌 7위의 초대형 선사다. 때문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세계적인 ‘물류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수없이 제기됐다. 전 세계 바다와 항구에 나가있는 한진해운 소속 선박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그 결과 법정관리 개시 닷새째인 5일 한진해운의 비정상 운항 선박이 79척으로 늘었다. 정부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한진해운 운항 선박 128척 가운데 79척(컨테이너선 61척·벌크선 18척)이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들 선박은 외국 현지 항만당국으로부터 선박 입·출항을 금지당하거나, 밀린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하역업체들로부터 작업을 거부당한 상태다. 글로벌 물류대란이다. 한진해운은 둘 째 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런데도 한진해운 구조조정을 주도한 금융위원회와 한진해운 대주주인 한진그룹은 ‘해운 물류 대란’에 대한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 한진해운은 선적된 화물의 정상 하역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자금을 수혈하는 방안을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했지만 금액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하지 못했다. 정부는 한진해운이 화주로부터 운임을 받고 운송 계약을 체결한 부분은 한진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배에 짐을 실어놓고 이렇게까지 무책임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심한 정부에 가증스러운 기업이다. 한진해운 선박들이 바다를 떠돌자 영국 선주회사 ‘조디악’이 한진해운을 상대로 용선료 청구 소송을 냈다. 연체된 용선료는 모두 307만달러(약 34억원)다. 싱가포르 선주사인 ‘이스턴 퍼시픽’도 용선료 지급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덜 난 한진해운에 더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용선료 소송은 ‘새발의 피’다. 더 큰 문제는 화주(貨主)들과의 소송이다. 한진해운에 짐을 맡긴 화주는 약 8300곳이나 된다. 화물 가격은 모두 140억달러(약 16조원)에 이른다. 한진해운 발(發) 물류대란이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화물 수송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은 피하기 어렵다. 자금이 없어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빈껍데기만 남게 된다.

수출입 업계 피해도 심각하다. 수출업체들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금요일 최대 할인행사)를 겨냥해 각종 제품을 한진해운 선박에 선적했다. 그런데 물류대란으로 수출상품들이 배에 묶여 바다를 떠돌고 있다. 수출 원자재 수입도 마찬가지다. 한진해운 사태로 일본·유럽·아시아 해운사들만 ‘대박‘을 터뜨리는 형국이다.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에 내맡긴 한진그룹의 무책임은 그렇다 치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을 운영하던 동생이 죽자 제수에게 기업을 맡겨 거덜낸 책임은 일단 뒤로 미뤄두자. 문제는 해운과 금융당국이다. 무능과 무책임, 무기력이 하늘을 찌른다. 물류대란 책임의 절반 이상이 그들에게 있다.
정부는 물류대란 초기 수습을 해양수산부에 맡겼다. 해수부는 나름대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우고 대응해왔다. 그 대책은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노선·선박을 공유하는 해운사 연합체) 선사들에 수송 지원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선사들이 한진해운의 화물을 싣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죽이고 죽는’해운시장에서 누가 한진해운을 돕겠다고 나서겠는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정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법정관리 신청 후 6일 만에야 범정부 TF가 가동됐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사전 대비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엉성했다”고 털어놨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등 금융 부문은 금융위, 화물 운송은 해수부에 각각 떠넘겼으니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나올리 만무하다. 정부는 해양수산부가 주도하던 비상대응반을 지난 4일부터 기획재정부·외교부 등 9개 부처가 참여하는 ‘관계부처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로 확대·개편했지만 내놓은 대책은 재탕이거나 사후약방문 식 대처에 불과했다.
한진그룹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징벌은 언제든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 당국의 무능과 무책임은 어떻게 문책할 것인가? 정부의 무능이 너무나 두렵다. 1997년 정부의 무능으로 겪은 외환위기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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