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어릴 적 동네어귀에
깊은 웅덩이 하나 있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개구리헤엄을 치며 놀고
누가 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지 내기도 했었다
무섭기도 했지만
젤로 신났던 놀이터였다
어느 해, 무진 가뭄에
논에 물대느라 양수기로
물을 연신 퍼 올린 뒤에야
바닥에는 칼날 같은 바위들이
무수히 많았고
팅팅 불어
썩어가는 짐승의 시체도 있었다
낮아지면 보인다. 내안의 칼날이
그때 그 사람이 왜 그리 아파했는지
왜 그리 슬프게 울며 뒤돌아섰는지
낮아지면 안다. 비로소 느낀다
영혼의 기저에서 독선에 잠겨
썩고 있는 내 관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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