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구타 당하는 반기문 사무총장
  • 한동윤
집단구타 당하는 반기문 사무총장
  • 한동윤
  • 승인 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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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오는 12월 임기를 마치고 내년 초 귀국한다. 반 총장은 최근 유엔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초 귀국하면 국민에게 보고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국회에서 귀국보고하기를 희망하는 뜻으로 풀이했다.
반 총장이 국회 본회의장에 서면 그건 대통령선거 출마선언으로 봐야 한다. 유엔사무총장을 연임함으로써 10년 동안 국제외교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한 데 대한 자부심과 미래의 포부가 함께 펼쳐지는 무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 총장 귀국이 임박하자 정치권의 반응도 예민해졌다. 특히 야권의 ‘반 총장 견제’는 무자비하다. 새누리당 내 ‘비박’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무소속 의원 복당을 결정했다. 그러자 당장 ‘이해찬=반기문 저격수’라는 해석이 쏟아졌다. 같은 충청 출신인 이 의원이 ‘반기문 대망론’에 찬물을 끼얹고 반 총장을 낙마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미 “외교관은 정치를 못 한다”며 “반 총장은 ‘깜’이 안된다”고 말했다.
유엔에서 반 총장을 만난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19일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북핵 문제 해결의 빌미를 제공하지 못한 분이 대통령 한다고 하면, 국민이 그 능력을 검증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북핵 문제가 고질화된 현실을 무시한 억지처럼 들린다. 대통령이 해결하지 못한 북핵을 유엔사무총장에게 떠넘기는 그의 주장에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지 미지수다. 우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반 총장이 움직이지도 않는데 여론에서 1위를 달리는 현상을 현실로 인정해야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 총장은 더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정부의 작품이다. 그 때문인지 한때 반 총장을 야권 대선후보로 영입하자는 움직임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반 총장을 각별히 챙기고, 새누리당 ‘친박’이 반 총장에 구애하고 나서자 ‘칼’을 가는 모양새다.
야당에서만 반 총장 비판이 쏟아지는 게 아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또한 19일 친박계가 반 총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자 “주책 좀 그만 떨라고 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김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이 할 일은 유엔 사무총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다. 계속 가서 건드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친박’이 반 총장 주변을 맴도는 데 대한 반발이다. 김무성계인 강석호 최고위원도 “반 총장이 구세주가 되는 양 치켜올리면 정치사에 부끄러운 점이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친박의 반기문 띄위기에 제동을 걸었다. 반 총장으로서는 우군(友軍)보다 반대나 견제세력이 더 많은 셈이다. 현재로서는 “결심한 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하셔야 한다” “혼신을 다해 돕겠다”고 한 김종필 전 총리가 가장 든든한 멘토다.
반 총장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양분된다. 반 총장을 과거 반짝 인기를 누리다 사라진 고건, 박찬종, 이인제 같은 정치인과 동렬에 놓고 ‘반기문 거품론’을 주장하는 세력과, “반기문은 다르다”는 양론이다. 대선 주자로서 세대·조직·지역·이념 등 네 가지 조건을 가장 잘 갖춘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그는 고건, 박찬종, 이인제와 달리 여권 주류의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충청대망론’은 확장성이 있다. 영호남의 권력 독점과 나눠먹기, 영호남 정권의 실패로 영호남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가 높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의도의 ‘원한’과 ‘저주’의 정치에 한번 뛰쳐나올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반 총장 지지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 그러나 대권 경쟁이 네거티브 아닌 포지티브로 가야한다는 점에서 반 총장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삼가야 한다. 자기가 배출한 유엔사무총장을 “최악” 어쩌고 해가며 헐뜯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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