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더 준다” 해도 “싫다” 는 스위스 국민
  • 한동윤
“연금 더 준다” 해도 “싫다” 는 스위스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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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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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전 국민에게 월 300만원 씩 현금을 주겠다는 데도 “싫다”, 국민연금을 지금보다 10% 인상하자는 데도 “싫다”고 고개를 저은 국민이 있다. 스위스 국민이다. 뿐만 아니라 스위스 국민은 국제 테러가 빈발하자 정보·수사기관의 개인 전화 감청과 이메일 열람에 동의했다. 왜 스위스가 강대국에 굴종당하지 않고 ‘강소국’(强小國)으로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지 알만하다.
스위스에서는 지난 25일 국가연금 지급액을 10%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국가연금(AHV) 플러스’ 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법안은 반대 의견이 59.4%로 10명 중 6명이 연금 인상을 거부해 부결됐다. ‘AHV 플러스’ 법안은 스위스노총이 2013년 10월 11만1683명의 서명을 받아 추진한 것이다. 노조의 선동을 국민이 거부한 셈이다. 스위스 국민은 지난 6월 국민에게 월 300만원씩 현금을 주는 ‘기본소득법’ 법안을 국민투표에서 부결시켰다. 반대 76.9%, 찬성 23.1%로 유권자 10명 중 8명이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무분별한 복지 확대가 당장은 좋아도 결국 해롭다는 사실을 간파한 현명한 선택이다.
스위스에서는 ‘무분별 복지’에 속하는 ‘현금 퍼주기’가 국민에 의해 외면당한 가운데 우리나라 정치권은 ‘복지’라는 이름의 ‘현금 퍼주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성남시와 서울시가 ‘청년 1인당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강행한 데 이어 여성의 ‘생리대’ 구입비까지 원하는 실정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비난한 정부까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최대 ‘60만원’씩 주겠다고 나왔다.
급기야 여야는 노인수당, 영유아 돌봄 서비스와 보육료 지원으로도 부족했는지 이제는 ‘아동수당’을 들고 나왔다. 새누리당이 지난 8일 저출산·고령화 특위에서 ‘아동수당’ 지급을 검토키로 하자 더불어민주당도 2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만 12세 이하까지 월 10만~3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법을 제안했다. 국민의당은 “우선 6세까지 월 10만원 아동수당을 지급한 뒤 12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했다.

만 15세까지 아동수당을 월 30만원 주고 하위소득 가정의 영유아에게 교육바우처를 추가로 줄 경우 드는 예산이 연 24조원이다. 예산이 없어 갈등이 빚어졌던 누리과정 예산이 4조원이다. 65세 이상에게 월 20만원까지 주는 기초연금으로 매년 10조원이 들어간다. 이에 따라 복지 예산은 내년 130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예산의 3분의 1이다. 국가 채무는 2000년 111조원에서 올 638조원까지 늘어났다.
‘독감 무료 예방접종’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시행해왔다. 내년부터 만 5세 미만 아동들에게 무료 접종할 계획을 세웠고, 그 예산을 내년에 반영했다. 그런데 지난 9월 여야 3당이 추경을 심의하면서 “어린이 예방접종이 중요하다”며 올 시행에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5세 미만 어린이에게 접종할 독감 백신이 부족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여야가 5세 미만 예방접종을 밀어붙이자 “5세 미만 영·유아들에게 무료 접종을 하려면 253만6000명분이 필요하지만 올해 국내 총공급량은 201만4000명분”이라고 했다. 제약회사들은 한 해 필요량을 연초에 결정하기 때문에 무려 52만명분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제약회사의 올해 백신 생산이 끝난데다, 새로 백신을 생산하려면 대략 4~5개월이 걸린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여야는 독감 백신 접종을 밀어붙였다. 유권자들에게 생색내기 용이다.
지난 4월 총선 직전 테러방지법으로 온 나라가 곤욕을 치른 일이 있다. 국제테러리스트 집단 이슬람국가(IS)가 우리나라를 테러 대상국으로 지목하고 테러리스트들이 인천공항을 드나드는 현실에서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법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은 ‘휴대전화 무제한 도감청법’이라며 결사 반대했기 때문이다. 국회 필리버스터도 그 때 등장했다.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으로 테러로부터 안전한 나라다. 그런데도 스위스 국민은 정보·수사기관의 개인 전화 감청과 이메일 열람에 동의했다. 국민 수준이 다른 건지 아니면 대한민국 국회의원만 스위스 국민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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