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한 금수저’ 들로 흔들리는 공동체
  • 한동윤
‘허접한 금수저’ 들로 흔들리는 공동체
  • 한동윤
  • 승인 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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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살기가 팍팍하다.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갈수록 사람들의 인성(人性), 말하자면 ‘사람됨’이 흐트러지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 주머니가 가벼운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사람같지 않은 사람’들이 설치는 모습은 정말 인내하기 힘들다. 공동체에 함께 살기를 거부한 인간들이 너무 많다.
광주에서는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을 폭행하고 담뱃불로 뺨을 지진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9일 새벽 0시 5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아파트에서 주민 이 모 씨(51)가 경비원 차 모 씨(24)를 폭행하고 담뱃불로 뺨을 3차례 지지는 등 2도 화상을 입혔다. 이 씨는 지하주차장에서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하다 순찰 중인 차 씨로부터 “조용히 해달라”는 요구를 받자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하찮은 경비원 주제에 이래라 저래라야. 입주민회장에게 이야기해서 잘라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 고급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모레가 만든 치약 메디안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성분이 확인되자 서울 강남 한 아파트 주민들이 관리소장에게 메디안 치약을 박스째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트위터 이용자 ‘FOX-B’는 자신의 아버지가 강남 한 아파트의 관리소장이라고 소개하며 “어제 집에 왔더니 거실에 치약이 가득했다. 불안한 기운은 역시, 뉴스를 보니 치약 이슈가. 참 대단해”라는 글을 올렸다. 아파트 주민들이 유해 논란에 휩싸인 ‘메디안 치약’을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떠넘긴 것이다. 그 아들은 “제조시기가 2008년인 제품도 있더라”고 했다. 또 다른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부모님과 일본에 출국할 때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아버지와 아파트 주민이 마주쳤는데, 나중에 주민 회의에서 건의가 있었다고 한다. ‘아파트 직원이 해외로 휴가 가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더라”고 주장했다.

얼마 전 ‘4살 아기가 회사 대표를 맡아 연봉 1억6000만원을 받는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금수저’들이 자녀를 회사 직원으로 등재해 소득을 분산함으로써 누진세를 피하려는 꼼수를 쓰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박광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18세 미만 직장가입자수는 4034명으로 이 가운데 사업장 대표로 등록돼 있는 경우는 206명. 206명의 평균 월 소득은 319만3937원, 평균 연봉은 3833만7244원에 달한다. 소득이 가장 높은 대표자 연령은 10세로 월 약 3000만원, 연봉 3억6000만원이 넘었다. 2위는 16세 대표자로 월 1339만원, 연봉 1억6067만원. 4세 대표자가 월 1334만원, 연봉 1억600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18세 미만 사업장 대표 206명 중 191명이 속한 사업장은 부동산, 임대, 사업서비스였다. 문제는 미성년자를 사업장 대표로 등록하는 게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런 한심한 현실을 방관하는 당국이 한심하다.
어제 아침 경찰이 압수한 ‘8억원’ 짜리 외제차 등 최고급 스포츠카 5대의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다. 또 다른 ‘금수저’들의 탈선이다. 인천공항 고속도로에서 롤링레이싱 게임을 벌이면서 시속 222㎞로 폭주 운전을 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압수된 차량들이다. 롤링레이싱은 일정 속도로 진행하다 정해진 구간에서 급가속하여 결승지점까지 승부를 겨루는 방식이다. 인천지방경찰청은 ㄱ씨 등 5명을 공동위험행위와 난폭운전 등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차량 운전자들은 20~30대로 직업이 없으며, 부모가 구입해 준 차량을 타고 다니면서 폭주 행위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공동체’다. 내가 하고 싶다고 모든 걸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상식’과 ‘관행’‘도덕’ 등 오래 확립된 ‘룰’이 작동해야 정상 가동되는 조직체다. 소중한 공동체가 이런 허접한 ‘금수저’들에 의해 흔들리고 파괴되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 ‘금수저’의 반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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