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대한민국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 한동윤
“언제든 대한민국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 한동윤
  • 승인 2016.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2010년 12월 17일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인구 40만명 소도시 시디 부 지드에서 노점상을 하던 26세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부아지지는 독재정부가 망쳐놓은 경제 탓에 과일 노점상으로 겨우 생계를 꾸려가는 처지였다.
그러나 노점 단속에 나선 경찰이 그를 폭행하고 과일 수레를 부순 뒤 과일 200달러어치를 압수하자 시청을 찾아가 통사정하다 주정부 청사 앞에서 머리에 기름을 붓고 불을 댕긴 것이다.
부아지지의 분신 소식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타고 튀니지 전국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독재정권에 반감을 품은 국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부아지지 분신 한달이 채 안 된 1월 14일 23년 독재자 벤알리 대통령 정권이 무너졌다. 튀니지의 나라꽃 이름을 딴 ‘재스민 혁명’이다.
재스민 혁명은 중동·아프리카를 휩쓸며 이집트와 리비아 등 아랍국가의 민주화를 이끌어 냈다. SNS의 힘이다.
2013년 유엔식량기구는 북한 주민의 1/3인 760만명이 영양실조 상태라고 밝혔다. 1990년대 중반 이미 200만이 넘는 주민이 굶어 죽는 참극이 벌어졌다. 지금의 북한은 2010년 튀니지에 비해 거의 ‘지옥’수준이다.
김정은은 주민 식량보다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광분하고 있다. 함경북도를 강타한 ‘라이언 록’으로 수백명이 죽고 수만명이 길가로 나앉았다고 울며불며 손을 벌리면서도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국가배급체제는 붕괴됐고,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각자도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보위부와 인민군은 그 장마당에서 주민들을 등치거나 물건을 훔쳐 배를 불리고 있다. 장마당에서 보위부와 주민들의 마찰과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 북한판 ‘부아지지’가 들고 일어나 ‘재스민 혁명’ 아닌 ‘모란꽃 혁명’‘진달래 혁명’의 불길을 댕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튀니지 벤알리 대통령은 ‘재스민 혁명’으로 일가족과 함께 아프리카로 탈출했고, 리비아 카다피는 민중들에게 쫓기다 칼에 찔려 죽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북한동포들에게 자유대한의 품으로 오라고 했다.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북한 정권의 도발과 반인륜적 통치가 종식될 수 있도록 북한 주민 여러분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인간의 존엄을 존중받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랍니다”고 했다.

‘탈북’하면 ‘받아들이겠다’가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제공해 북한 주민의 정권에 대한 반발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김정은 정권 ‘붕괴’까지 닿아있다. 북한판 ‘재스민 혁명’이다.
박 대통령은 국군의날 기념사를 “늦게 오는 자는 역사가 처벌할 것”이라는 1989년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에게 개혁을 촉구하면서 한 발언으로 맺었다.
박 대통령의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발언은 터무니없는 ‘북한 흔들기’가 아니다. 북한은 지금 밑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대남 공작부서 핵심 간부가 탈북했고, 김정은 비자금을 책임진 ‘돈벌이 일꾼’들이 비자금을 들고 대한민국으로 잇달아 들어오고 있다. 태영호 주영 공사 탈북은 상징적이다. 홍콩 국제 수학올림피아드에 참석했던 수학 영재까지 탈출하는 마당이다. 북한은 지금 위 아래로 거덜나고 있다.
미국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올해부터 5년간 5000만달러를 투입해 대북 심리전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김정은 정권 통제를 받지 않는 라디오나 통신수단을 북한 주민에게 보급하는 등 외부세계 정보를 북한 내부에 유입시키는 대북 심리전에 착수했다.
중국 은행·기업까지 타깃으로 삼은 금융제재가 북한 정권 핵심부를 옥죄는 조치라면, 주민들에 대한 선전·선동 강화는 북한 내부의 결속력을 약화시켜 김정은 정권의 기반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다.
미국의 대북 심리전은 대북 방송 강화, 라디오 등 외부정부 제공 수단 보급, 외부정보 제공이 가능한 정보기술(IT) 매체 보급이 핵심이다.
미 의회가 적시한 IT기기는 도·감청 위험이 없고 저가로 보급이 가능한 USB드라이브, 마이크로 SD카드, 오디오플레이어, 비디오플레이어 등이다. 이밖에도 휴대폰, 무선통신기, 와이파이, 무선인터넷 등까지 북한에 유입시키는 내용의 법안(H.R.4501)까지 최근 의회에 상정됐다. 북한 정권 붕괴를 겨냥한 미국의 강력한 심리전이 시작된 것이다.
박 대통령의 국군의 날 연설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2일 “북한 붕괴와 귀순을 거론하면 선전포고(가 되고 만다)”라며 “섬뜩한 부분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라고 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박 대통령이) 화가 많이 난 모양이지만, 그런 발언으로 한반도의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모크위치 마시시 보츠와나 부통령은 지난달  23일 제7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계속해서 탄도미사일 실험을 하면서 국제법과 유엔 결의안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것을 강하게 비난한다”면서 “악당국가와의 외교관계를 끝냈다”고 밝혔다. ‘악당’은 ‘악당’일 뿐이다. ‘악당’으로부터 우리 가족을 구출하는 것은 형제의 도리다. 뭐가 ‘선전포고’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