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페서 전성기가 돌아왔다
  • 한동윤
폴리페서 전성기가 돌아왔다
  • 한동윤
  • 승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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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대권주자들의 ‘싱크탱크’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야권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창립 심포지엄을 가졌고, 안철수·박원순·안희정 등도 집권 청사진을 제시할 단체를 설립했거나 준비 중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지난 8월 ‘정책네트워크 내일’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전문가들을 모아 세미나를 여는 한편 대선 캠프와도 연계해 아젠다를 생산해 낼 예정이다.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도 ‘동아시아미래재단’을 재가동, 11월경 재단 10주년 행사를 대규모로 치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음 달 출범 예정인 싱크탱크 ‘희망새물결’을 중심으로 이달 말 전국 조직 확장에 나선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2008년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를 가동 중이다. 더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다음 달 교수 그룹을 기반으로 꾸린 정책자문단 형식의 싱크탱크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에 비해 새누리당 대권주자들은 조용한 편이다. 김무성·오세훈·유승민·남경필·원희룡 등은 문재인 처럼 요란한 싱크탱크 발족식을 갖지 않았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발걸음을 내딛기 여의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야권 주자들의 대권 행보가 요란하고 활발해 보인다.
문재인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는 현재 500여명의 교수들이 1차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연내 1000명 단위로 몸집을 불려 공식 출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책공간 국민성장’ 창립 준비 심포지엄에는 주류 경제학자들과 측근 및 지지자 700여명이 참석해 사실상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대선 때만 되면 대권주자들이 대선캠프와 별도로 정책팀을 가동하는 것은 일종의 전통이 됐다. 대선 후보를 위해 선거공약을 만들고 집권을 전제로 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스럽기도 하다. 정책도 없이 권력을 잡을 때 저지를지 모를 정책 오류와 착오를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대권주자들의 ‘싱크탱크’에 참여하는 대학교수들의 지나친 ‘정치성향’이다. ‘현실’과 괴리된 ‘연구’에 몰두해온 대학교수들이 권력욕에 물들면서 ‘폴리페서’로 변신(變身)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설익은 이론을 현실에 접목시키려다 마찰을 빚고, 자기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털고 대학으로 돌아가는 ‘보따리 장사꾼’이 하나 둘이 아니다. 대학교수들에게는 ‘대학’이라는 최후의 직장이 있기 때문에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그 상징적 인물이 홍 모 전 회장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동문이다. 중앙대 교수로 2010년 박 대통령 대선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 창립회원으로 경제 분야 자문을 해왔다. 박 대통령은 그를 산업은행과 산은지주회장에 임명했다. 그는 그에 앞서 2007년 고건 후보에게 경제 분야를 조언하기도 했다. 고건을 지원하다, 5년 후 박 대통령을 지원했다.
그는 지금 국제 미아(迷兒) 신세다. 산업은행 회장을 퇴임한 뒤 박근혜 정부의 지원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저리를 옮겼다. 그러나 그는 4개월 만에 돌연 휴직하고 말았다. 그에 앞서 그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책임에 대해 “청와대·기획재정부·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이며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책임을 떠넘겨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실패한 ‘폴리페서’의 전형으로 꼽힌다. 그는 귀국하지 않고 해외로 떠돈다. 대학으로도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다.
대학교수들에게는 대통령선거가 5년 만에 한번 서는 ‘장마당’이다. 줄을 잘 서면 5년 동안 관직에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자기와 손잡은 후보가 낙선해도 대학에 돌아가면 그만이다. 5년 후 다시 기회가 오면 그 때 다른 후보의 손을 잡으면 그만이다. 폴리페서들이 대권주자의 줄을 잡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그러나 홍 모씨 같은 폴리페서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권후보들도 대학교수 가운데 누가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고 정책의지가 있는지 제대로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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