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갓 버무려진 김치는
아삭아삭 살아있는
싱둥싱둥한 맛이다
한 겨울을 묵힌 김치는
톡 쏘는 마늘과
얼얼한 고추의 매움이
시그러지고 어우러져
감칠맛이 난다
한해가 더 지나고
이듬해 먹는 곰삭은 김치는
질박한 시간을 스민
웅숭깊은 맛이 난다
아리고 눈물 나는 것들을 품어
제 속에서 삭여낸
듬쑥함이 베여 있어
무엇을 넣고 끓이든
수우한 찌개가 된다
묵은 김치를 먹노라면
모진 세월 쓸어안은
어머니의 발효된 말씀들
배우지는 못하셔도
그게 다 맞는 말씀이었다는 게
오도독 뼈같이 뽀득 뽀득 덧 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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