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작가들이 전하는 학창시절 그리고 성장기 고민
  • 이경관기자
아홉 작가들이 전하는 학창시절 그리고 성장기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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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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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등 9명 작가 소설 엮어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아홉 명의 작가가 묻는다.
 “당신의 학창 시절은 어땠습니까?”
 장강명 작가를 비롯해 한국 문단을 들썩이게 하는 작가 9명의 소설을 엮은 ‘다행히 졸업’.
 이 책은 눈에 띄지 않게, 숨만 쉬다가 졸업하는 게 목표였던 그 시절을 소설을 통해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매력을 지녔다.
 SF, 판타지, 만화 등 다양한 장르를 주조해 낼 줄 아는 재능 넘치는 작가들이 자신의 학창 시절을 토대로 또는 취재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1990년까지 각자 마음을 울리는 어느 해의 이야기를 그렸다.
 보통의 학생들이 경험했던 불안과 억압의 순간들을 각자의 개성으로 세밀하게 포착하며 때로는 씁쓸한 웃음을, 통렬한 쾌감을, 또는 찡한 눈물을 전달한다.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서와도 같은 이 소설집을 통해 사학 재단의 비리, 청소년 동성애에 대한 검열, 극한의 입시 경쟁, 전교조 해직 사건 등 이 사회의 굵직한 이슈들이 우리 곁에 생생하게 살아난다. 각 단편 속에 드러나는 학생들의 괴로움은 이제껏 해소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보여준다.
 장강명 작가는 2015년의 급식 비리 사건을 그린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를 선보인다. 급식의 질은 낮았고, 어른들은 훈계했고, 학생들은 억울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전혀 책임지지 않았다. 급식 비리 사건을 맞닥뜨리고도 지지 않으려 애썼던, 그리고 내내 유쾌했던 싱싱한 아이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아정 작가는 2010년을 배경으로 가난을 숨기고 싶어 항상 식판만 내려다보며 혼자 밥 먹는 점심시간을 견디던 여고생의 이야기를 담은 ‘환한 밤’을 선보인다.
 우다영 작가는 2004년 도시의 낙후한 지역을 배경으로 방황하는 여중생들의 삶을 표현한 ‘얼굴 없는 딸들’을, 임태운 작가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를 배경으로 거리 응원을 가려는 남학생들이 벌이는 유쾌한 소동을 그린 ‘백설공주와 일곱 악마들’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너는 안 무서워? 어떻게 안 무서워? 선생님들은 세상이 좋아질 거고 이렇게 미친 듯이 공부하지 않아도 되게 변할 거라고 했지만…… 나는 모르겠어. 우릴 기다리고 있는 게 뭘지 모르겠어.”(정세랑 ‘육교 위의 하트’ 중, 240쪽)
 이서영 작가는 2001년 성 정체성을 고민하던 청소년들의 아픈 순간을 그린 ‘3학년 2반’을, 정세랑 작가는 2000년 모범생 가영과 특별한 창우의 이야기를 그린 ‘육교 위의 하트’를, 전혜진 작가는 1995년 대입 때문에 삼풍백화점 사고로 희생된 친구들을 애도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를 담은 ‘비겁의 발견’을 선보인다.
 김보영 작가는 소설 ‘11월 3일은 학생의 날입니다’에서 학생들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었던 꽉 막히고 답답했던 1992년을 그리고, 김상현 작가는 소설 ‘나, 선도부장이야’를 통해 1990년 전교조 해직사건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선도부장 김유신의 활약을 유쾌하게 그린다.
 소설 속, 학생들은 이사 및 전학을 겪으며 ‘혼자 밥 먹는’ 외로움을 담담히 보여주거나, 방치된 도시의 변두리에서 또래끼리 어울리며 방황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잊고 있던 그 시절의 고독과 소외를 되살려 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른들의 비논리에 맞서 지지 않고 저항하는 주체로 호명되기도 하고, 그 어떤 억압에도 기어이 유머를 잃지 않으며 건강함을 입증한다.
 ‘학교’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모든 감정들. 아홉 작가들이 전하는 학교 이야기 소설집 ‘다행히 졸업’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정세랑 작가는 작가 후기에서 “이 책을 고른 당신이 학교에서의 시간을 잘 이겨 내면 좋겠다. 학교 악몽을 꾸지 않는 졸업생이 되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잘 알아채고, 스스로는 거짓말을 약간 덜 하는 성인이 되기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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