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품고 살아가는 소외이웃 묵직한 삶 엿보다
  • 이경관기자
희망 품고 살아가는 소외이웃 묵직한 삶 엿보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6.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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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정혜 작가 ‘침묵하는 오후’ ‘구룡포 프리덤’ 엮은 소설집 발간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정혜 작가가 최근 소설집 ‘구룡포 프리덤’을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제19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작인 ‘침묵하는 오후’와 표제소설 ‘구룡포 프리덤’ 등 총 9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돼 있다.
 정혜 작가는 포항 출신으로 2000년 ‘포항문학’ 창간20주년기념 신인작품 공모에서 수필 ‘강을 건너며 만나는 그리움’ 당선하며 지역문단에 데뷔했으며 2007년 동화 ‘선물’로 제1회 계간 ‘문장’ 誌 동화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 문단에 등단했다.
 이어 2011년 제19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에 ‘침묵하는 오후’가 선정되면서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섬세히 그려내는 작가로 인정 받고 있다.
 이번 소설집 ‘구룡포 프리덤’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이혼녀, 실업자 등 사회의 제도권에 들지 못한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삶은 고단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삶을 향한 진정한 향기가 묻어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선두에 선 만선호가 집어등에 불을 지피고 검은 바다 품으로 달리자, 기다렸다는 듯 오징어잡이 토롤선 세 척이 뒤따른다. 이 순간, 모든 게 도화지에 애써 그리지 않아도 화폭이 된다. 한 잎, 두 잎 연등을 켜고 바다를 질주하는 오징어배들은 얼음판 위 무희 같다.”(73쪽, 소설 ‘구룡포 프리덤’ 중)
 표제작인 ‘구룡포 프리덤’은 평범한 회사원에서 뱃놈이 된 ‘김민근’이 오징어배를 타기 위해 구룡포로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평범한 대기업 직장인이었던 김민근이 반복되는 일상과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강박증이 생긴 뒤, 사표를 내고 원양어선을 탔다. 평범을 동경하던 부인은 결국 이혼을 요구했고, 김민근을 배를 타고 해외를 돌다, 구룡포로 찾아들었다. 그곳에서 그는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다 죽음을 선택한 젊은 처녀의 삶과 길고 긴 세월 속, 외로움만 남은 할머니 등 이웃들의 삶을 목격한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위로를 받고, 또 다시 배에 올라 일상을 살아간다.

 “그거야 그 사람 사정이니 지가 알아서 하면 되고. 김 언니가 신경 쓸 일은 아니잖아?”
 제19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에 선정된 ‘침묵하는 오후’ 역시 사회라는 제도권 밖의 사람들에 대한 회고다.
 주인공 ‘김민주’는 공장에서 경리로 일하는 여자로 공장에 다니기 전에는 사채업에서 경리일을 봤었다. 그녀는 자신과 작은 다툼 뒤 출근하지 않는 공장의 ‘박반장’ 때문에 고민이다. 그 사이, 자신과 함께 사채일을 했던 ‘김부장’이 개인 사채 사무실을 차리고 그녀에게 함께 일하자고 꼬신다. 그녀는 박반장에게 찾아가기 위해 전 직장 동료인 ‘경호’를 만난다. 경호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 살기도 바쁜 자신이 왜 그토록 박반장에게 신경을 쓰는지 고민한다.
 소설 ‘구룡포 프리덤’의 ‘김민근’과 소설 ‘침묵하는 오후’의 ‘김민주’는 비슷한 이름뿐 아니라, 여러면에서 닮았다.
 하루 하루가 고된 노동자이면서, 자신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에 대한 조금의 관심이 남아 있는. 지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사랑을 찾는 사람들이다.
 정혜 작가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희망’을 이야기 하는 대신,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지나치게 현실적이여서 아프고 그렇기에 진실한 위로가 된다.
 정혜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프로스트처럼 먼 훗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탄식하기는 커녕, 내가 쓴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아무런 가책 없이 아픔만 잔뜩 안겨준 것만 같아 미안하다. 그들을 그리 비참하게 만들어서 내가 얻으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해답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아마도 평생을 깨닫지 못하고 눈감을 지도”라고 썼다. 
 정혜 지음. 청목. 274쪽.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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