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재판에 영향줘선 안된다
  • 한동윤
촛불이 재판에 영향줘선 안된다
  • 한동윤
  • 승인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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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2011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9억원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당시 민주당은 환호작약했다.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관을 마치 ‘정의의 사도’인 양 떠받들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그랬다. 정세균 의원은 고향 전주에서 ‘한명숙 무죄판결 환영 정치콘서트’까지 개최했다.
 그러나 2심이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하자 태도를 돌변했다. 문 전 대표는 “참담하다”며 “법원까지 정치로 물들었다”고 비난했다. 유죄 판결을 내린 법관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신상을 까발리고 가족까지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어 대법원까지 “유죄”를 확정하자 사법부 전체를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 야권에 유리한 판결엔 사법정의가 살아 있다고 칭송하고, 불리한 판결엔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반응은 체질이 돼버렸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무차별 비난과 인신공격, 조롱이 넘쳐난다. “소신 있는 결정” 대 “재벌 앞에서 법원도 어쩔 수 없다”가 첨예하게 엇갈렸다.
  특히 조의연 판사에게 무차별로 쏟아진 조롱과 인신공격성 발언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판사가 밝힌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 등 소명 정도가 구속을 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기각 사유를 찬찬히 검토하는 기미조차 없다.

 기각 사유엔 ‘이재용 구속’을 밀어붙인 특검의 수사 미비와, 과잉 수사에 대한 지적이 담겨 있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돈이 ‘뇌물’이라는 점을 입증하지도 못한 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 반증이다. 그런데 야당은 조 판사를 ‘죄인’ 다루 듯 하고 있다.
 SNS에서는 난리가 났다. 조 판사를 아예 ‘범죄자’ 취급이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사법부 판단은 돈이 실력임을 입증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조 판사가 삼성에 취업해 돈 방석에 앉을 것”이라는 인신공격까지 나왔다. “조 판사가 삼성 장학생 출신이다”, “(조 판사) 아들이 삼성에 취업할 예정이다”는 글들로 도배질됐다. 심지어 조 부장판사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엔 “주말에 (법원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쏟아졌다. ‘촛불’의 폐해가 나타난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최근 “법원의 이재용 영장 기각에 정치권까지 불신하고 판사를 ‘삼성 장학생’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전 세계에 우리 스스로 법치주의가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국정농단 사건과 삼성 수사 등이 전 세계에 실시간 중계되면서, 한국은 ‘부패 공화국’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정부가 주관하는 세계 오피니언 리더 초청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권 원장은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너희 나라 기업은 다 썩은 것인가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더라”면서 “우리가 우리 발등을 찍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조의연 판사가 이재용 부회장 영장을 기각한지 며칠 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판사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자 진보 언론에서는 성 판사를 “균형·평형감각이 뛰어난 판사”라고 칭송했다. SNS에서는 조 의연 판사와 비교하며 성 판사를 극찬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대한민국은 이미 ‘촛불’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촛불’이 수사하고 재판하고, 탄핵하는 ‘촛불 공화국’이다. ‘촛불’은 절대 멈추지 않을 테고,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꺼지는 법 없이 활활 타오를 것이다. 촛불에 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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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 2017-01-24 07:31:57
촛불에 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으로서 부패하지 않고, 사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무능력하지 않고, 국민을 조롱하지 않고, 국민을 위하며, 대기업보다는 서민을 더 생각하고, 최순실과 친분이 있는 중소기업만 골라서 지원하지 않고, 세월호와 같이 나라의 위기가 올때 그누구보다도 빨리 최상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법위에 군림하지 않으면 됩니다. 당연한건데, 이걸 못하네요. 우리나라 대통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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