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
옛날 어떤 도사가
서른도 더 넘은 진짜 노총각에게
길가에 노는 다섯 살도 덜된 여아를
천정 배필이라 하더란다.
홧김에 머슴사는 노총각은 풀베던 낫으로
여아의 얼굴을 찍었겄다.
그러구러 한 십년 세월이 좋이 흘러
노총각도 어떤 색시에게 장갈갔는데
첫날밤 신부의 얼굴의 흉터를 물어봤더니
노총각은 도사의 영검에 다시 한번 놀라고
자기의 성급한 낫질을 후회했단다.
돌이 없는 영강에서 돌을 줍는다.
못 쓸 돌이라고 얼마 전 동댕이 쳤던 돌을
이젠 더 할 수 없는 명석으로 알고 다시 줍는다.
주었다 버릴 때 힘껏 동댕이쳐
금이 간 돌을 정성껏 챙긴다.
이젠 다시 안 버리리라 다짐을 하며
지난날 내동댕이 친 걸 후회하며
버렸던 돌을 다시 줍는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