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경북도민일보
어머니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7.0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철우

군불 때며 밥 짓던 아궁이에 쪼그리어
고웁던 눈가를 소매로 닦으실 새
매운 연기 까닭인 줄 알았습니다 

뻐꾸기 느릿느릿 울어대던 골짝
천수답 너마지기 논두렁에 앉아
구구장천 한없이 바라보실 새
흘러가는 구름을 보시는 줄 알았습니다 

헤어진 옷 팽개치며 새 옷을 사달라고 졸라댈 때에
말없이 돌아 앉아 기워 주실 새
앙상한 두 어깨가 자꾸만 떨리는 걸 보았습니다 

애태워 살아 보려 갖은 만사 허덕일 새
이내 속히 자라나게 세월아 빨리 가라 재촉했는데
눈물샘 이 세상을 가녀려 못 이기어
바람결에 홑씨같이 떠나가신 어머니 

푸성귀 같은 어머니
염포로 꽁꽁 묶고 삼베로 가릴 때

영영 볼 수 없음 알아 늘어진 목젖 가슴을 메우고
가뭄들 때 햇살이 어머니 가슴 다 태우던
천수답 너마지기 비탈진 곳에
무심한 사람들, 어머니 묻을 때에

산아 산아 붉은 산아!

붉은 하늘아! 

살다 보니 외롭고 서러울 때 많아
투정하듯, 어머니 무덤가에 찾아오면
그리워서 목이 메고 패자 되어 꺼이~꺼이
어머니 머릿결은 푸석 푸석 했는데
무덤위에 들풀은 어찌 이리 윤기나게 푸른가요 

애절한 이 언덕 굽이진 비탈길을
터덜터덜 내려올 새

어머니~!

그 때처럼 뻐꾸기가 구성지게 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