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하찮아서 가벼운
못 잊을 헛것이 기다리고 있다며
하늘을 물고 허공에 붓질하는 그녀
에롬시롬한 기억을 더듬는 눈빛
푸른 숲의 뒤를 흔드는 짐승 울음소리로
창문을 긁는다
죽어도 못 죽어 다시
벅차게 서럽게 묵은 먼지처럼
저 아픈 숨
바람결 가르는 빗물 같이
울며 삭아서 번진 홍몽의 먼지
긴 허리 굽혀 울부짖으며
하늘 길 여는 그녀의 낙서
있어도 없는 것처럼
천연덕스러운 쓸쓸함
세상을 아득히 지우며
서쪽 노을 밭 건너
언덕을 넘어가는
보리꽃
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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