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현실 환상이 주는 쉼… 사람냄새 나는 작품 만나다
  • 이경관기자
치열한 현실 환상이 주는 쉼… 사람냄새 나는 작품 만나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7.0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경북人-이성민·변만석 작가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미국 팝아트 선구자 앤디워홀은 “예술은 당신이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본다는 것은 한 명의 작가가 그려 놓은 세계를 보는 것이다.
 우리는 작품을 감상하며 환상을 경험하고, 그 벗어남 속에서 그동안 보지 못한 ‘나’의 내면아이를 발견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 감상은 어렵고 값비싼 문화생활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리면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세계를 펼쳐보이고 있는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오는 31일까지 포항 아트갤러리 빛에서 전시를 여는 두 명의 작가가 있다.
 이성민, 변만석 작가가 그 주인공.
 이들은 각각 ‘이성민-기억 그리고 희망’, ‘변만석-이형사신’을 타이틀로 전시를 열고 있다.
 최근 갤러리에서 그들을 만나 이번 전시와 작품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이성민 작가 -‘기억 그리고 희망’ 

   
▲ 이성민 작가
   
▲ 이성민作 '기억-희망을 품다1'

 -‘기억, 그리고 희망’이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다. 그 의미는.
 “나는 유년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어릴 적 교편을 잡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산골지역으로 잦은 이사를 다녔다.
 그 경험 속에서 많은 자연환경을 마주하며 살았고, 그 풍경과 삶의 모습이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내게 유년의 기억들은 내 삶의 희망이 됐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 속엔 내 개인적 희망의 경험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따뜻하고 환상적인 풍경들 속에서 삶의 여유와 쉼을 찾기를 바란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렸다기 보다 환상성을 가미해 표현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 이유가 있나.

 “내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실제 경험이나 여행에서 마주했던 사람들이다.
 어린 아이의 모습에는 내 아들을 그려 넣기도 했다.
 할머니가 언덕을 오르거나, 염소들이 풀을 뜯는 모습, 강가에 오롯이 서 있는 자전거까지 모두 시골적 정서가 담겨있는 풍경이다.
 이 이미지에 빛의 농담을 통해 포인트에 힘을 줬다. 주변부는 흐리고 살짝 어둡게, 중심 주제인 부분은 선명하고 강렬하게 표현함으로써 환상성을 부여한 것이다.
 그 환상성은 그림 속 인물들이 치열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작품 ‘유년의 기억-춤추는 숲’은 화면 가득 메운 산과 들, 시내, 초목들 사이로 크고 작은 꽃들이 흩뿌려져 있고, 그 사이 사이에 자연의 일부처럼 동화된 사람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그 자연 속에 농부, 아이들, 염소 등이 함께 어울려 주변을 따뜻한 온기로 감싼다.
 이렇듯 내 특유의 동화같은 표현은 현대미술의 난해함이 아닌 미술의 본질이 가진 치유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다.”
 
 -농촌 풍경을 담아낸 기존 작품에서 최근 도시적 색채가 강렬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기존 작품에서 유년의 기억에 몰두했다면, 최근 작품에서는 그 기억들이 나의 희망이 아닌 타인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작품 ‘기억-희망을 품다1’은 포항을 경제의 메카로 성장시킨 포스코를 배경으로 도약하는 무용수의 모습을 그려 넣어 철강 산업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스코와 포항시민들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했다.
 서울 한강을 배경으로 한 ‘기억-희망을 품다2’는 청년실업으로 힘겨운 이 시대 청년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다.
 기존 농촌 풍경과 같은 따뜻하고 소박한 시선에서 도시의 인공구조물이 가미되면서 날카롭게 세련된 소묘력과 차갑고 경쾌한 색채를 사용했다.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과 산업화된 도시를 대조함으로 인간존재에 대한 질문과 그 희망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예술가는 정해진 틀에 박히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작품에 삶과 사상, 가치를 담아내야한다.
 앞으로도 나는 내 세계를 반영할 수 있는 ‘유년의 기억’에서 성숙해가는 희망을 통해 끊임없이 많은 세계를 창조해 희망을 전하는 살아 숨 쉬는 작가로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싶다.”

△변만석 작가 -‘이형사신(以形寫神)-형태로써 정신을 그리다’ 

   
▲ 변만석 작가
   
▲ 변만석作 '보라색의 소녀'

  -‘이형사신(以形寫神)-형태로써 정신을 그리다’가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다. 그 의미는.
 “나는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인물화를 고집하며 그려왔다.
 인물화는 희로애락을 지닌 인간의 다양한 삶의 여정을 생동감 있게 담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붓끝 마디마디에 주인공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 낼 수 있는 것이 인물화의 매력이 아닐까.
 나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동심, 노인의 지긋한 눈빛에서 묻어나는 삶의 향기가 좋다.
 나의 어린 시절, 두려움이 없던 청년시절, 또 앞으로 맞아야 할 내 노년의 삶을 인물화를 그리며 바라본다.
 그래서 나에게 인물화만큼 좋은 소재는 없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이형사신(以形寫神)은 ‘형태로써 정신을 그리다’라는 뜻으로 인물을 통해 그 인물의 정신과 마음을 담아내고 싶다는 나의 작품관을 풀어냈다.
 형태, 즉 인물을 보며 그들의 정서와 심상, 마음을 읽어낼 때, 나는 비로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물화라서 그런지 작품 대부분이 사실적이다. 인물을 감싸고 있는 배경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그 이유가 있다면.

 “나는 작가는 무릇 성실함이 밑바탕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물화를 작업하는 작가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는 포구의 어부도, 자전거를 타고 내달리는 아버지와 아들을 그려도,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생각하는 소녀를 그릴 때도 그 성실함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 순간, 그 인물의 심리, 감정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과 성실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나는 가능하면 배경 하나까지도 섬세하고 성실하게 그리려고 한다.
 감각적인 붓끝에서 주어지는 기교보다, 세련되지 않고 투박하더라도 인간적이고 따뜻한 표현, 그 표현이 주는 깊이감에 나는 더욱 몰두한다.”
 
 -사실적인 표현을 고집하는 만큼 작품 방법도 꽤나 까다로울 것 같다. 작품 방법과 에피소드가 있다면.

 “작품 방법은 때때로 다르다.
 대부분 사진을 찍어 남겨놓거나,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그 자리에서 그리기도 한다. 야외에 있는 인물을 그릴 때는, 컷별로 많게는 30장에 가까운 사진을 찍어 그것을 보고 그리기도 한다.
 에피소드 또한 많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하자면 먼저, 작품 ‘보라색의 소녀’는 내 작업실에 찾아 온 제자를 그린 것이다. 그릴 생각이 있었다기 보다, 그날 보라색을 입은 제자가 소녀 특유의 싱그러움을 품고 있어 예뻐보여 그리게 됐다.
 작품 ‘풍어를 기원하며’의 경우는 노동의 신성함과 그 땀을 표현하고 싶어 포구를 찾았다가 우연히 만난 한 선장을 그린 것이다. 대부분의 어부들이 촬영을 거부한 것과 달리, 이 작품 속 모델은 노동을 한 뒤 고단함이 밴 표정을 자연스레 표현해줘 작품을 그리면서도 행복했다.
 작품 ‘어부의 노래’ 같은 경우, 내가 직접 연출한 컷이다. 한달간 수염을 기르고 어부들이 입는 옷을 연출해 지인의 배를 찾아 직접 어부를 표현해봤다.”
 
 -앞으로의 계획은.
 
“나는 매번 붓을 들 때마다 내 작품 속에서 사람냄새가 나기를 바란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표정과 소녀의 풋풋함, 청년의 당돌함, 중년의 중후함, 노년의 농익음까지 남녀노소 모두 그들의 매력이 있지 않나.
 나는 그런 그들의 시간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것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끊임없이 인간에 대해 탐구하고 고민할 것이다.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과 애처로움을 바탕으로 그들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가고싶은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