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리 아닌 마음… 마음 하나 될때 아름다움 전달”
  • 이경관기자
“음악은 소리 아닌 마음… 마음 하나 될때 아름다움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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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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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헌정 포항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사진=안성용 사진작가 제공
사진=안성용 사진작가 제공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음악은 음악으로 설명된다. 음악은 소리가 아니라, 마음이다. 울림이 있어야 한다.”
모든 음악에는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은 단지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인류애적인, 삶의 하루하루 여정 속에 있음을 상징한다.
음악은 삶이고, 그 삶은 결국 음악을 통해 이야기된다.
1990년 창설된 포항시립교향악단은 그동안 포항시민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써내려왔다.
지난 5년간 공석이었던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새로운 수장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지휘자, 임헌정 지휘가가 선임됐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임 지휘자가 포항시향을 이끌게 됨에 따라 포항시향에 거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임헌정 지휘자는 “음악이 가장 인간에게 강렬하고 직접적으로 호소력이 있다”며 “포항시향을 잘 가꿔 모범적인 심포니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헌정 지휘자가 포항시민들과 함께 써내려갈 포항시향의 모습은 어떨까.
봄바람 불어오는 날, 연습을 마친 임 지휘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취임 후 첫 공연을 앞둔 소감은.
“늘 처음은 설렘과 떨림이 교차하는 것 같다. 미국 유학 후 1985년 귀국해 그해부터 서울대 작곡과 지휘 전공 교수로 후배 음악가들과 함께 했다. 1989년부터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를 맡았다. 국내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기도 했고, 세계적인 심포니와도 함께해봤다. 음악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강렬하고 호소력 있는 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기술적인 연주기법보다, 감성을 건드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올 초 포항시향과 함께 무대에 오른적이 있다. 그때 단원들의 어떤 음악을 향한 마음을 느꼈다. 30년 전 부천에서 느꼈던 어떤 감동 같은게 있었다. 그 마음에 이끌려 포항시향과 함께하게 됐다. 5년간 상임지휘자가 없으면서 포항시향의 위기가 있었다고 알고 있다. 단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좋은 음악을 향한 갈증과 목마름이 가장 강력한 훈련이다. 마음과 마음이 모여 하나가 될 때 좋은 소리가 조화로운 소리가 난다. 포항시향이 모범적인 심포니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가고 싶다.”

-음악을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됐다.
“나는 전쟁 직후 태어났다. 그 시절 내가 들었던 음악은 교회의 찬송가가 거의 전부였다. 막내로 태어났던 나는 나이차이가 꽤 나는 누나와 형님이 있었다. 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쳤던 누나에게 피아노를 배웠다. 중학교 3학년 때 누나와 매형을 따라 서울로 갔고, 그 당시 중학교 현악반에서 첼로를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피아노와 첼로, 교회를 오가며 음악과 가까워졌다. 그렇다고 음악을 전공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에 신학대를 꿈꿨다가 음악에 재능이 있으니 음대에 가는게 어떻겠냐는 누나들의 조언에 음대를 가기로 마음 먹었다. 고3 입시를 앞둔 9월부터 4개월 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작곡 레슨을 받았다. 그런데 레슨에 배우는 화성법이 어렵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들어 온 찬송가를 떠올리니 저절로 알게 됐다. 그렇게 서울대 음대를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됐다.”

-음악의 매력은.
“‘음악은 마음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내게도 그랬다. 음악은 기술적인 것이기 보다, 마음이었다. 예술은 가장 신의 영역에 가깝다. 그 중에 음악은 최상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먹고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그 시절, 음악을 접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회에서 들었던 찬송가는 달았고, 형과 누나가 들려줬던 음악은 내 감성을 키우는 씨앗이 됐다. 음악 자체를 접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오롯이 내 것으로 키울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자란 것 같다. 대학에서 제자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그 어떤 기법에 갇혀 있는 것을 많이 봤다. 그 아이들에게 나는 항상 “갇혀있지 말고, 니 음악을 하라”고 말했다. 나는 어느 곳에서건 내 음악을 하려 했던 것 같다. 음악 안에서의 자유로움이 있었던 것이다. 그 자유함은 아마도 음악을 향한 호기심, 그 상상력이 근원이 아닐까. 음악은 마음이다. 그것이 음악의 가장 강력한 힘이자, 매력이다.”

-부천필을 맡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고 평가 된다.
“내 음악 여정에 있어 부천필은 뗄레야 뗄 수 없다. 내가 부천필을 맡을 당시만 해도 부천은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베드타운이자 작은 경공업 도시였다. 당시 단원이 20명정도 였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그렇게 적었다는 것은 그만큼 부천의 예술적 토양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은 활짝 펴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 않나. 부천필 또한 단원들의 열정과 좋은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서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이 모여 한때 국내 최고의 심포니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고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다. 마음 모여 하나가 됐을 때 비로소 음악은 듣는 이들에게 아름답게 전달된다. 하나가 돼 최고가 됐다고 느껴질 때 또 도전을 시작했다. 1999년~2003년까지 ’부천필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를 시작했다. 그 시리즈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성공적으로 연주해 우리나라 클래식계에 ‘말러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부천과의 여정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포항시향과도 그 여정을 함께 하고 싶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것인지.
“모든 시향들의 첫 번째 목표는 시민들을 위한 연주다. 그런데 그 첫 번째 목표만을 향해 가다보면 발전이 정체될 수 있다. 좋은 심포니가 되기 위해서는 최고를 향한 그 어떤 열망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나는 포항시향이 시민을 위한 연주를 하는 시향인 동시에 국내 최고의 심포니를 만들어가겠다는 비전으로 이끌어 갈 계획이다. 그 두 가지 비전이 균형 있게 갈 때 비로소 완벽한 최고의 포항시향이 될 것이다.”

-취임 연주로 베토벤을 선보인다.
“베토벤의 작품은 인생 승리 같은 곡이다. 또 음악가들에게는 성경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항상 에너지를 준다. 그 때문에 첫 번째 곡으로 선택했다. 오는 28일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되는 취임 연주회에서는 운명교향곡과 황제협주곡을 선보이는 ’포항시향 베토벤 인 포항1’로 꾸며진다. 내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그때까지 베토벤의 9개 교향곡과 7개 협주곡을 모두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음악 속에서 자유했던 베토벤을 포항시민들이 오롯이 마음으로 즐겨주셨으면 한다.”

-색다른 연주회도 기획하고 있다고.
“음악은 개개인의 감동이 다르다. 음악을 즐기고 공부하는 연습이 포항시민들에게 필요할 것 같다.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어찌보면 사실이기도 하다. 음악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음악뿐이다. 시민들이 클래식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전문적인 음악 해설가를 초청, 시향 공연 전에 해설을 듣는 시간을 마련해 시민들이 클래식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또 해오름동맹 도시인 울산과 경주에서 이들 시립예술단과 함께 협업해 말러를 연주할 계획 또한 갖고 있다. 이밖에도 전임 단원들과 역대 지휘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무대 또한 구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지휘자는 단원을 훈련 시키고, 좋은 소리를 만들어 좋은 심포니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연주자들은 음악 안에서 음악을 즐기며 음악으로 놀아야 한다. 단, 음악가의 윤리와 정신을 지켜야 한다. 그 나머지 행정적인 부분부터 관람하는 것까지는 포항시와 시민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셔야 한다. 포항시향이 세계를 대표하는 모범적인 심포니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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