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성장·쇠퇴의 길 함께 걷는 안동 전통시장
  • 정운홍기자
도시의 성장·쇠퇴의 길 함께 걷는 안동 전통시장
  • 정운홍기자
  • 승인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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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동지역 전통시장의 과거와 오늘
예부터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많은 시장이 개설
지역 내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구시장’
백화점·영화관 건립, 소비자 패턴 변화로
농수산물시장→ 먹거리·관광 명소로 탈바꿈
 
경조사에 필요한 물건 한곳에‘중앙신시장’
경북지역 제사상 필수 식재료 문어 인기
 
서부·북문·용상시장, 구담장 등 오일장
대형마트 난립 등 영향 상권 쇠퇴하고 있어
2일과 7일 장날이면 중앙신시장 공영주차장 공터에 펼쳐지는 장터 풍경. 예전의 왕성했던 전통시장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사진=안동시 제공
2일과 7일 장날이면 중앙신시장 공영주차장 공터에 펼쳐지는 장터 풍경. 예전의 왕성했던 전통시장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사진=안동시 제공

[경북도민일보 = 정운홍기자] 전통시장은 그 지역의 특색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다. 일례로 대부분의 해외여행 상품에는 야시장 혹은 로컬시장을 방문하는 코스가 들어가 있다. 수많은 여행책자에도 현지 전통시장에 대한 소개가 언급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통시장은 그 만큼 그 지역을 잘 표현하고 보여주는 곳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역민들의 식생활에서부터 말투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전통시장은 단순한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벗어나 지역의 민낯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경북도민일보에서는 안동지역의 민낯이 녹아 있는 전통시장의 실태와 현실에 대해 알아보고 향후 발전방향과 지향점을 찾고자 기획연재를 준비했다.

 △ 안동의 전통시장
 경상북도의 내륙 낙동강 자락에 위치한 안동은 풍부한 물산으로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17세기에 11개의 시장이 안동 지역에 개설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1905년 일제강점기에 경부선이 개통되면서 안동은 경북의 중심 도시에서 밀려났지만 7개의 장이 개설돼 왕성한 거래활동이 이어졌다. 또 한국전쟁 이후에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시내 곳곳에 새로운 시장이 형성돼 중앙신시장, 서부시장, 용상시장이 새롭게 개설됐고 구시장을 비롯한 풍산시장과 구담시장도 당시까지 활발한 경제활동이 이어졌다.
 안동은 시내지역에 ‘구시장’과 ‘중앙신시장’두 곳의 전통시장이 있다. 이 두 시장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성격의 시장을 형성했다.

안동구시장 입구.
안동구시장 입구.

 
 △안동의 원조 전통시장 ‘구시장’
 안동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은 시내 중심지에 자리한‘구시장’이다. 조선 후기에 형성돼 지금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1950년대 인구 증가와 더불어 시가지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정착하는 상인이 증가했고 1960년대 중반 안동백화점이 건립되면서 지금의 시장상권이 조성됐다.
 군청과 법원 등 각종 관공서가 주변에 밀집되면서 구시장은 안동지역의 상거래 중심지로 빠르게 발전했다. 구시장을 중심으로 각종 의류매장과 식당들이 생겨났고 지금의 찜닭골목이 형성된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렇게 구시장이 상거래 중심지로 거듭나면서 과거 왕성했던 재래시장의 분위기는 점차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영화관이 들어서고 의류와 생필품의 거래가 늘어나는 등 구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변화하자 이에 맞춰 자연스럽게 농·수산물의 거래보다 먹거리를 판매하는 가게가 늘어났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안동찜닭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안동찜닭골목’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면서 구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구시장’을 전통시장으로서의 역할보다 먹거리와 관광의 이미지를 먼저 떠오르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여 진다.
 그 결과 안동구시장은 지난 2013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됐다. 그것을 계기로 다문화 먹을거리 마차 등 한국 전통문화와 외국의 문화를 결합한 문화 체험을 개발하는 등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비가림 시설과 시설현대화사업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중앙신시장 전경.
비가림 시설과 시설현대화사업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중앙신시장 전경.


 △ 명절 장보기의 핫플레이스 ‘중앙신시장’
 과거 구시장과 도랑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형성됐던‘중앙신시장’은 1946년 7월 경상북도로부터 상설시장 허가 승인을 받아 1950년대 후반부터 거주민들이 소규모의 가게를 운영해왔다.

 안동이 군에서 시로 승격된 1962년 일부 상인들이 콘크리트건물을 지어 고추를 비롯한 농산물과 건어물, 포목점 등을 주로 취급하면서 상권이 활성화됐고 1974년~1976년까지 재건축을 통해 현대식 건축물의 모습을 갖췄다. 이후 1980년대 중반 고추상회가 외각지로 이전하면서 현대식 건물을 증축했고 2004년과 2008년 1차와 2차에 걸쳐 환경개선사업을 실시해 지금의 중앙신시장 모습을 갖췄다.
 구시장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보이는 중앙신시장은 과거부터 집안의 경조사에 필요한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는 재래시장으로 통했다.
 지금은 옛날 왕성했던 모습이 사라진 포목상점 골목은 과거 혼수준비를 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곳이다.
 경북지역에서 제사상에 필수적으로 올라가는 문어는 안동중앙신시장에서 공수한 것이 최고라는 말까지 있다. 지금도 중앙신시장의 문어골목은 외국관광객들에게 이색명소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안동중앙신시장은 전통시장의 침체와 대형마트의 위협에도 장날이면 인근 시·군에서 장보기를 하러 오는 경북북부지역의 중심상권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구담시장의 시설 현대화사업 개장식 모습.
구담시장의 시설 현대화사업 개장식 모습.

 
 △ 침체의 위기를 벗어나려 노력하는 ‘서부시장&북문시장&용상시장’
 구시장과 중앙신시장 외에도 안동 도심지역에는 1960년대 이후 서부시장과 북문시장, 용상시장이 주거 밀집지역 인근으로 시장을 형성했다. 시내 중심지역의 전통시장 외에도 풍산장과 구담장, 중리장, 운산장, 길안장, 송사장, 원천장, 녹전장 등 오일장을 열며 전통시장의 명맥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서부시장과 북문시장, 용상시장은 1960년대 이후 안동의 인구증가와 함께 주거지역이 팽창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재래시장이다. KBS 안동방송국 주변으로 마을이 생겨나면서 인근에 선술집과 음식점, 고급 술집 등의 소비 성향이 큰 업소들 위주로 상권이 들어섰다. 1970년대 들어서는 예식장 등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고 풍산과 서후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각종 먹거리가 이곳에서 거래됐다.
 북문시장은 초창기 북문천을 중심으로 오일장에만 상인과 주민들이 모여 상권을 형성했다. 1980년대 초 북문천 복개 공사 이후 포장마차와 다양한 업종의 작은 가게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오늘날의 북문시장이 형성됐다.
 용상시장은 옛날에는 우시장이 있던 곳으로 6.25전쟁 이전에는 마방이 매우 번성했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전쟁 이후 폐허가 됐으나 용상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곳에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됐다. 2007년 용상시장 건물을 지어 현대식 시장으로 거듭났다.
 
 △ 쇠퇴의 길을 걷는 전통시장
 그러나 이곳 전통시장들은 도시인구가 줄어들고 1990년대 당시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이후 소비자의 편의에 맞춘 대형마트의 난립으로 점차 상권이 쇠퇴하기 시작해 상설재래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거나 점차 축소되고 있다.
 안동의 전통시장은 여느 도시의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번영과 침체, 새로운 도약의 길을 걷고 있다. 다만 새로운 도약을 위한 주체가 상인들이 되느냐, 지자체가 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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