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가족
  • 김대욱기자
명절과 가족
  • 김대욱기자
  • 승인 201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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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추석연휴를 보내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특히 올해는 연휴가 짧은 탓인지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고향을 다녀왔건 여행을 했건 집에서 그냥 쉬었건 달콤하고 편안한 연휴는 누구에게나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준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설이나 추석연휴 때면 어김없이 언론 등에 쉽게 등장하던 ‘민족대이동’이란 말이 예전만큼은 덜 회자되는 것 같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명절연휴가 시작되면 ‘민족 대이동’이란 말을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길게는 차로 10시간 넘게 걸리는 고생길을 마다않고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집으로 향하면서 이 말은 명절의 상징처럼 쓰여졌다.

방송에서는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향집을 향하는 장면을 내보내며 명절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명절연휴 때 해외여행을 나가려는 사람들로 공항이 크게 붐볐다는 등 다른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고속도로 보다는 공항 출국장을 보여주며 명절 분위기를 띄우는 언론도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생활패턴도 바뀌어 명절 때 고향에도 가지만 국내외 여행도 많이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핵가족화가 가속화되면서 단출하게 가족들과 떠나는 해외여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모처럼 주어진 연휴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여행하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다. 그러나 일년에 두 번 있는 명절연휴에 멀리 떨어져 있어 평소 만나기 어려운 부모님과 형제, 자매가 모여 차례도 지내고 성묘도 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각자 사는게 바빠 자주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해에 두 번 정도라도 함께 모여 가족의 정을 나누는 것이 바로 명절이 갖는 또다른 의미가 아닐까.

명절 때 오랫만에 만난 가족들이 이런 저런 일로 싸우기도 하고 음식 장만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이 역시 서로 조금 이해하고 차례상도 간소화한다면 가족이 모이는 것은 실보다는 득이 클 것이다.

외국에서도 추수감사절 때 가족이나 친지들이 모여 식사를 하며 정을 나눈다.

우리 명절도 조상들을 위해 차례상을 준비하고 차례를 지내는 것과 함께 흩어져 있던 가족들과 친지들이 모여 모처럼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둔다면 앞서 언급한 문제들은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해외여행은 명절 때가 아니라도 여름휴가 등에 언제든지 갈수 있지만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요즘 가족들이 한 데 모이기는 정말 어렵다.

명절 때만이라도 한 곳에 모여 같이 살았던 옛날 이야기,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 등을 나누고 소통한다면 가족 간 화목을 도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친부모, 친형제, 친자매라도 멀리 떨어져 살면 일년에 몇 번 보기 어려운 요즘, 일부러라도 가족이 한 데 모이는 행사라도 만들 필요가 있는데 명절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장거리 이동 등 좀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가족들이 모두 모여 조상들을 위해 차례도 지내고 오랫만에 얼굴을 보며 오손도손 이야기 꽃도 피우는 예전 같은 명절이 됐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숨가쁘게 바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명절은 어쩌면 가족들이 한 데 모여 조상들을 섬김과 동시에 여유를 갖고 따뜻한 정을 나누면서 좀 쉬어가라고 조상들이 마련해 놓은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대욱 편집국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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