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중진 하나, 초선 열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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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중진 하나, 초선 열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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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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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제20대 총선에서 벌어진 진박(眞朴) 놀음 이후 몰락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났고, 아직도 감옥에서 재판을 받는 신세다. 박근혜 정권 시절 호가호위하던 최경환 전 의원은 감옥에 있다.

총선때마다 공천물갈이는 있었지만, 20대 총선에서는 유독 3선 이상 중진들이 공천에서 대거 배제됐다. 유승민, 주호영, 서상기, 장윤석, 김태환, 정희수 의원 등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중진학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대부분이 친박 성향 중진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이 로인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때 TK 맹주를 꿈꿨던 최경환 의원이 경쟁자들을 제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유가 어떻든 중진학살로 인해 대구·경북 정치권은 20대 국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상실했다. 유승민·조원진 의원이 딴살림을 차려 당대표를 하고, 민주당에서는 김부겸 의원이 행정안전부장관을 한 게 그나마 TK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낸 사례다. 자유한국당의 계파 놀음의 여진이 20대 총선 내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 잃어버린 TK 정치력 회복을 위해서는 존재감 있는 중진들의 선전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상황이 됐다. 국회에서 초선은 무기로 비유하면 그냥 소총일 뿐이다. 초선이 맡을 수 있는 자리는 고작 원내부대표 정도이기 때문이다. 각 상임위 간사도 대부분 재선급 정도는 돼야 맡을 수 있다.

결국 3~4선급 이상 중진정도가 돼야 국회의장·부의장은 물론, 당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 당내 주요 요직을 맡을 기회가 높다.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 현재의 정치신인 또는 초선의원으로는 TK 정치권의 정치력 확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결국 21대 국회에서 TK지역 정치력 중무장(重武裝)을 위해서는 중진(重鎭)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실력있는 중진들을 키워야 하고, 지난 20대 공천에서 학살당한 중진 가운데 경쟁력 있는 인사들을 재수혈할 필요가 있다.

TK지역은 현재 정치 어른이 실종된 상태다.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있고, 중진은 중진대로, 초·재선은 초·재선대로 자기 팔 자기가 흔드는 식이다. 이 같은 모래알 조직으로는 21대 국회가 되어도 20대 국회와 ‘도긴개긴’이다. 현재 자천타천 21대 총선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원외 중진의원 출신은 권오을, 김성조, 서상기, 장윤석, 이인기 전 의원 등이다. 또한 3선이상 현역 중진의원은 강석호, 김광림, 김부겸, 김재원, 유승민, 조원진, 주호영 의원 등 7명이다. 이들의 당락여부에 따라 TK 정치권의 중무장 여부가 결론나게 될 것이다. 물론 정치적 존재감 없는 중진들은 후진들을 위해 피현로(避賢路)해야 한다. 후진을 위해 방해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치경력이 많은 것이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인 세상이다. 선거때마다 물갈이론이 득세하는 이유다. 하지만 노마지지(老馬之智)라고 늙은 말이 길을 안다고 했다. 신라 김유신은 70세에 퇴로(退老, 늙어서 벼슬에서 물러남)를 청하자 문무대왕은 궤장을 하사했다. 왕이 늙은 신하에게 내리는 의자와 지팡이를 일컫는 궤장은 계속 도와달라는 뜻이다. 결국 김유신은 74세이던 668년 삼국을 통일한다. 세종대왕으로부터 궤장을 하사받은 황희는 68세부터 86세까지 영의정을 맡아 명재상으로 칭송받고 있다.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을 탈환했을 때 나이는 71세였다. 중국의 위대한 책략가인 강태공도 80세에 재상이 되어 군대를 이끌고 은나라를 멸망시켰다.

대구·경북지역이 21대 국회에서 정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당 지도부나 국회의장단을 맡을 중진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 잘 키운 중진 하나, 초선 열명 안 부럽다. 손경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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