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부모·미지근한 법 탓에
아동학대 인한 사망 잇따라
매일 33건의 아동 학대 신고
한 달에 2~3명 꼴로 사망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 그쳐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권·언론 난리법석 떨지만
지금까지 바뀐 것은 거의 없어
악마로부터 아이 구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 적극적 개입 필요
아동학대 인한 사망 잇따라
매일 33건의 아동 학대 신고
한 달에 2~3명 꼴로 사망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 그쳐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권·언론 난리법석 떨지만
지금까지 바뀐 것은 거의 없어
악마로부터 아이 구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 적극적 개입 필요
원영이, 준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미쓰백’(2018년)은 아동학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자신을 지키려다 어린 나이에 전과자(前科者)가 된 주인공 백상아(한지민 분)가 어릴 적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지은(김시아 분)이를 필사의 노력 끝에 부모의 학대로부터 구해낸다는 이야기다. 게임중독에 빠져 하루 종일 집안에서 컴퓨터만 하는 아빠 같지 않은 아빠, 사람들 앞에선 친절한 척하지만 유흥업소 종업원에 알콜중독자인 엄마로부터 온 몸에 성한 구석이 없을 정도로 학대를 당하는 지은이는 부모의 악행으로 숨져간 수많은 어린 영혼들의 모습이다. 특히 한겨울 아파트 베란다에서 손과 발이 뒤로 묶인 채 수돗물을 마시려다 아빠에게 발각돼 죽음 직전까지 이르게 되는 장면을 보면서 얼마 전 있었던 한 사건이 오버랩 됐다.
지난달 말 인천에서 5살 어린이가 계부(繼父)에 의해 무참히 죽임을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계부는 아이의 손과 발을 노끈으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1m 길이의 각목으로 얼굴이며 팔 등 온 몸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끝에 죽음에 이르게 했다. 경찰조사에서 그는 “의붓아들이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때려서도 안 될 일이지만 그가 한 말 또한 사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미 2년 전, 숨진 의붓아들과 동생을 수차례 폭행하고 방치하는 등 학대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전례로 미뤄 짐작힐 수 있다. 그 당시 구속만 됐더라면 지금과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나쁜 어른들과 미지근한 법 탓에 아동에 대한 잔혹범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있다. 국회 행안위 민주당 소병훈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무려 3만6000여건에 달한다. 연 평균 1만2000여건으로 매일 33건의 아동학대가 신고 된 셈이다. 그러나 이 중 경찰이 송치한 사건은 1만 여건에 불과했다. 4건 중 1건만 검찰에 송치됐을 뿐 대부분 훈방조치나 경범죄 처벌을 받았다는 결론이다.
물론 검찰에 송치돼 재판을 받는다고 해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음은 말할 것도 없다. 5살 의붓아들을 잔혹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계부도 동종전과가 없고 아내가 선처를 바란다고 해서 실형을 면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학대신고를 해도 법이 이들의 폭력을 막아주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부채질하는 꼴이 되고 있으니, 신고를 한 가족에 대한 폭력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 뻔하며 그 영향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대로 사망하는 아동이 갈수록 느는 것은 당연지사.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32명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으로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연령이 어릴 수록 사망 아동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는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해 양육돼야할 대상인 아이들이 오히려 완전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부모가 아닌 악마(惡魔)의 손에 맡겨진 때문이다. 이 어린 생명들을 악마의 손아귀로부터 구해낼 사회적 제도와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이유다.
지난 2016년 겨울, 화장실에 감금된 채 온 몸에 락스와 찬물을 끼얹는 등 계모의 극악한 학대로 숨진 7살 원영이, 이듬해 친부와 내연녀에 의해 무차별 폭행을 당해 사망에 이른 5살 준희, 이보다 몇 해 앞선 2013년엔 소풍가고 싶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계모에게 구타 당해 숨을 거둔 9살 서현이…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아동학대 사건이 터져나올 때마다 ‘법을 강화해야 한다’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며 정부·정치권·언론·국민 할 것 없이 분노하지만 지금껏 바뀐 것이라곤 거의 없다. ‘원영이 사건’이 터지자 정치권은 이른바 ‘아동학대방지법(원영이법)’을 만든다며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정작 관련 법이 발의된 것은 2년 여가 지난 지난해 말이었다. 아직 국회통과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정치싸움에 바쁘신 의원님들이 하찮은 서민들의 삶이나 아이들의 목숨 따위에 관심을 둘 시간이 없는 까닭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2의 원영이, 준희, 서현이가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서 하루하루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도 수 십 명의 아이들이 가정학대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한 달에 몇 명씩 죽어가고 있는데도 도움의 손길은 요원하다.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누가 이 아이들을 지켜줄 것인가. 수호천사가 나타나 피 흘리는 아이를 구하는 일은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꽃으로도 아이들을 때리지 말라’는 교육학자 프란시스코 페레의 말은 게임중독과 알콜중독에 빠진 부모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다. 이런 부모에게서 아이의 바른 양육과 너그러움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악마가 된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격리하는 것이 국가와 법이 해야할 첫 번째 임무요, 이 아이들을 어엿한 대한민국 성인(成人)으로 자라도록 보호하고 교육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수호천사인 ‘백상아’에게만 맡길 수는 없지 않는가.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지난달 말 인천에서 5살 어린이가 계부(繼父)에 의해 무참히 죽임을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계부는 아이의 손과 발을 노끈으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1m 길이의 각목으로 얼굴이며 팔 등 온 몸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끝에 죽음에 이르게 했다. 경찰조사에서 그는 “의붓아들이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때려서도 안 될 일이지만 그가 한 말 또한 사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미 2년 전, 숨진 의붓아들과 동생을 수차례 폭행하고 방치하는 등 학대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전례로 미뤄 짐작힐 수 있다. 그 당시 구속만 됐더라면 지금과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나쁜 어른들과 미지근한 법 탓에 아동에 대한 잔혹범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있다. 국회 행안위 민주당 소병훈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무려 3만6000여건에 달한다. 연 평균 1만2000여건으로 매일 33건의 아동학대가 신고 된 셈이다. 그러나 이 중 경찰이 송치한 사건은 1만 여건에 불과했다. 4건 중 1건만 검찰에 송치됐을 뿐 대부분 훈방조치나 경범죄 처벌을 받았다는 결론이다.
물론 검찰에 송치돼 재판을 받는다고 해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음은 말할 것도 없다. 5살 의붓아들을 잔혹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계부도 동종전과가 없고 아내가 선처를 바란다고 해서 실형을 면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학대신고를 해도 법이 이들의 폭력을 막아주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부채질하는 꼴이 되고 있으니, 신고를 한 가족에 대한 폭력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 뻔하며 그 영향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대로 사망하는 아동이 갈수록 느는 것은 당연지사.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32명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으로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연령이 어릴 수록 사망 아동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는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해 양육돼야할 대상인 아이들이 오히려 완전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부모가 아닌 악마(惡魔)의 손에 맡겨진 때문이다. 이 어린 생명들을 악마의 손아귀로부터 구해낼 사회적 제도와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이유다.
지난 2016년 겨울, 화장실에 감금된 채 온 몸에 락스와 찬물을 끼얹는 등 계모의 극악한 학대로 숨진 7살 원영이, 이듬해 친부와 내연녀에 의해 무차별 폭행을 당해 사망에 이른 5살 준희, 이보다 몇 해 앞선 2013년엔 소풍가고 싶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계모에게 구타 당해 숨을 거둔 9살 서현이…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아동학대 사건이 터져나올 때마다 ‘법을 강화해야 한다’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며 정부·정치권·언론·국민 할 것 없이 분노하지만 지금껏 바뀐 것이라곤 거의 없다. ‘원영이 사건’이 터지자 정치권은 이른바 ‘아동학대방지법(원영이법)’을 만든다며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정작 관련 법이 발의된 것은 2년 여가 지난 지난해 말이었다. 아직 국회통과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정치싸움에 바쁘신 의원님들이 하찮은 서민들의 삶이나 아이들의 목숨 따위에 관심을 둘 시간이 없는 까닭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2의 원영이, 준희, 서현이가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서 하루하루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도 수 십 명의 아이들이 가정학대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한 달에 몇 명씩 죽어가고 있는데도 도움의 손길은 요원하다.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누가 이 아이들을 지켜줄 것인가. 수호천사가 나타나 피 흘리는 아이를 구하는 일은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꽃으로도 아이들을 때리지 말라’는 교육학자 프란시스코 페레의 말은 게임중독과 알콜중독에 빠진 부모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다. 이런 부모에게서 아이의 바른 양육과 너그러움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악마가 된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격리하는 것이 국가와 법이 해야할 첫 번째 임무요, 이 아이들을 어엿한 대한민국 성인(成人)으로 자라도록 보호하고 교육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수호천사인 ‘백상아’에게만 맡길 수는 없지 않는가.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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