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과 손흥민의 유럽무대 ‘121골’
  • 김대욱기자
차범근과 손흥민의 유럽무대 ‘121골’
  • 김대욱기자
  • 승인 2019.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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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분데스리가 휩쓸며
한국축구 대역사 썼던 차범근
손흥민, 27세에 어깨 나란히
탁월한 스피드·돌파력·슈팅
축구 몰두하는 모습까지 닮아
‘차붐’ 전설 이은 ‘손세이셔널’
한국 축구의 새역사 장식하길
필자는 중학생이던 지난 1980년대 초 독일 분데스리가 한 축구경기 중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동양 선수가 자기 편 골 에어리어 인근에서 볼을 잡은 후 순식간에 상대방 진영까지 치고 들어간 후 강슛을 날리는 장면때문이었다.

비록 골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워낙 저돌적인 돌파여서 아직까지 그 장면과 선수가 뇌리에 강하게 각인돼 있다. 그 선수는 바로 차범근이다.

차범근은 1970년대 초 당시 최연소의 나이로 국가대표로 선발돼 아시아 무대를 평정한 후 70년대 말 독일로 진출했다. 그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는 세계 최고 리그였다. 차범근은 분데스리가에서 11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총 121골을 넣었고 자신이 소속했던 두 팀을 유럽 클럽 대항전인 UEFA(유럽축구연맹)컵 챔피언 자리에 각각 올려놓았다. 그는 기록도 화려했지만 기록 그 이상의 강한 임팩트를 준 선수로 기억된다.

차붐, 갈색폭격기로 불렸던 그는 빠르게 돌진하며 드리블하는 스타일로 상대 수비에게 큰 부담이 됐다. 단순히 골문 앞에 자리잡고 있다 골만 기록하는 선수가 아니라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돌파와 슛팅을 시도해 상대 팀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말 그대로 그는 한국이 낳은 ‘불세출(不世出)의 스타’였다. 불세출이라는 말처럼 그와 같은 선수는 좀처럼 세상에 태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같은 예상을 깨고 우리에게 손흥민이라는 선수가 나타났다. 손흥민은 지난 2010년 18세의 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에 데뷔했다.

이후 현재 세계 최고의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팀인 토트넘으로 이적한 후 독일과 잉글랜드 무대를 합쳐 10시즌 동안 통산 121골을 기록 중이다. 이는 대선배인 차범근과 같은 기록이다. 27세라는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차범근의 기록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유럽무대 200골까지 노려볼 만한 상황이다. 만약 그가 이 기록을 달성한다면 아마 한국 선수로는 전무후무 할지도 모를 새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손흥민의 플레이 스타일은 여러 면에서 차범근과 닮은 점이 많다. 탁월한 스피드·돌파력·슛팅력은 전성기의 차범근을 연상케 한다. 다른 곳에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축구에만 전념하는 것도 비슷하다. 이런 점에서 손흥민은 지난 1989년 차범근이 은퇴한 후 꼭 30년이 지난 지금 종횡무진 유럽무대를 휘저으며 올드팬들에게 차범근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또 차범근에 대해 잘 몰랐던 젊은팬들에게도 유럽에서의 그의 활약을 알아보게 하고 있다. 말이 쉽지 유럽무대에서 121골이라는 기록이 쉬운 일인가. 체격, 체력, 지구력, 순발력 등 모든 면에서 선천적으로 서양인에 비해 열세인 동양인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유럽에서 이처럼 많은 골을 넣기는 정말 어렵다.

음식 등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 같은 대기록을 썼다는 데 대해 두 선수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 생중계는 커녕 녹화중계조차 보기 어려웠고 한국 원정 응원 팬들도 거의 없었던 30여년 전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대역사를 썼던 ‘한국 축구의 신화’ 차범근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우리 국력도 약했고 관심도 손흥민만큼 받지 못하는 등 여러가지로 지금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남모를 고충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낯설고 물설은 이역만리 유럽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고 국위를 선양했다. 이제 칠순이 얼마남지 않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그에게 ‘정말 수고 많았고 당신이 있어 즐거웠고 당신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하고 싶다.

또 대선배의 뒤를 이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전설’이 될 손흥민도 앞으로 더 발전해 한국과 세계 축구를 빛내라고 응원해 본다.

김대욱 편집국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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