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약한 포항 SRF 주민소환투표
  • 이진수기자
명분 약한 포항 SRF 주민소환투표
  • 이진수기자
  • 승인 2019.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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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폐기물로 불거진 주민소환
오천 주민, 악취와 행정에 불신
SRF 반대집회 불참의원 투표는
근본대책 아닌 마녀사냥될 수도
‘님비’ 해결에 지역사회 지혜 필요

 

한 해의 끝 자락인 12월, 포항에서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된다. 대구 경북 최초이다. 생활폐기물에 대한 포항 오천읍 주민들의 불만으로 오는 18일 포항시의회 박정호·이나겸 의원에 대한 투표이다.

‘오천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SRF) 반대 어머니회’는 올들어 SRF로 악취와 미세먼지,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며 포항시에 SRF 가동 중단을 요구했다.

어머니회는 지역구인 박·이 의원이 SRF 반대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등 주민 입장을 대변하지 않았다며 주민소환 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한 결과 두 의원은 각각 오천읍 유권자 총 4만3463명의 20%인 8693명을 넘어 투표에 이르게 됐다.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오천 인근의 남구 호동에 위치한 SRF는 가연성 생활폐기물을 모아 압착한 뒤 고체로 만들어 850∼900도의 불에 태운 후 전기를 생산하는 첨단시설로 포항시가 1500억 원을 투자, 2016년 착공했으며 올해 2월 중순부터 가동 중이다.

2007년 시행된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제도의 폐단을 막기 위한 지역 주민들에 의한 통제제도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등이 올바른 행정 처분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됐을 때 주민들이 투표로 대상자를 파면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93번의 주민소환이 진행됐다. 이 중 8건이 투표까지 갔으며 실제 직을 상실한 사례는 2007년 경기 하남시 의원 2명뿐이다. 이들은 광역 화장장 유치에 동조했다가 투표를 통해 시의원직을 박탈당했다.

모든 법과 제도가 완벽하기란 어렵다. 시행과 운용에 묘미가 필요하다.

단체장이나 지역 의원의 독주를 막고 민의를 살리겠다는 취지의 주민소환은 그 사유에 있어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이현령 비현령’인 셈이다. 의원이 주민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집회 참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장외보다 의회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논의를 통해 개선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한 의정활동이다.

박·이 의원을 두둔할 생각은 없으나 적어도 이 같은 역할을 했다. 다만 이번 사안에 대해 주민과 소통 부재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상당하다.

주민들이 굳이 주민소환을 하려면 SRF의 입지 결정과 추진, 운영에 책임 있는 단체장에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SRF 유치 등에 관여하지 않은 의원에게 단순히 집회 불참을 이유로 주민소환을 하는 것은 직무유기 책임을 넘어 자칫 마녀사냥이 될 수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져서는 안된다.

요즈음은 카카오톡, 유튜브 등 SNS로 이슈를 만들기도 쉽고 순식간에 불특정 다수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특히 쓰레기 매립장, 화장장 설립 등은 내 뒤 뜰에는 안된다는 ‘님비’ 현상이 만연해 지지세를 얻기가 한층 수월하다. 이미 가동하고 있는 SRF 중단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중단될 경우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다. 또 SRF 폐쇄 및 이전에 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자체와 전문가, 주민들이 참여해 악취 감소를 위한 논의와 대책이 중요하다. 시의원 소환투표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단체장이나 지역 의원들이 소신껏 제 역할을 못하고 주민들 입김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역기능을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고 어머니회를 탓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쾌적한 환경에 살 권리가 있다. 악취, 미세먼지 등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고통과 불편을 이해해야 한다.

SRF는 우리 생활의 절대적 필요에 의해 특정 지역에 설치한 공공시설물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 해결할 일이지 특정인에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 박·이 의원에 대한 이번 주민소환투표는 여러 모로 명분이 부족하다. 어느 것이 상식과 합리적인 것인지 오천 주민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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