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아름다운 결 표현… 작품보며 자연의 섭리 느끼길”
  • 이경관기자
“식물의 아름다운 결 표현… 작품보며 자연의 섭리 느끼길”
  • 이경관기자
  • 승인 202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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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변보은 작가
한없이 나약한 자신과 달리
소리없이 유연하게 성장하는
식물 생명력에 크게 매료돼
세라믹으로 제작된 작품에서
다양한 이야기·시선 느끼길
내달 영천 시안미술관서 전시
변보은 작가.
변보은作.
변보은作.
변보은作.
변보은作.
변보은作.

나무는 토양과 햇빛, 비, 바람이 키워낸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린 나무는 움직이지 않고, 그저 바람이 불 때 때론 춤 추듯이, 때론 처연하게 휘청이기만 한다. 그렇게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계절에 맞춰 자연스럽게 자신을 변화시킨다.

나무는 가만 선 자리에 올곧게 뻗어 자신만의 시간을, 기억을 쌓아가며 그렇게 그곳의 주인인듯, 이방인인듯 그곳에 흡수돼 살아간다.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나무의 시간을 통해 생명의 근원을 탐닉하는 작가가 있다.

변보은<사진> 작가.

변 작가는 최근 국내를 넘어 미국과 중국 등 세계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내달 영천 시안미술관 초대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변 작가는 세라믹 아트를 통해 인간의 폭력성에 가려진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에 대해 그려가며 독특한 자신만의 주제와 장르를 개척해가고 있다. 소리 없이 유연하게 성장하는 식물을 보며, 삶의 지혜를 찾는다고 말하는 변보은 작가.

변 작가를 최근 만나,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초 미국과 서울 인사동에서 전시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근황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1차례 미국에서 열린 전시에 참여해 작품을 선보였다. 세계무대에 나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기뻤다. 또한 나의 작업 방향과 주제에 대해 관심을 보여주는 많은 관람객들을 보며 ‘나 잘하고 있구나’라는 작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서울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지난달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한 ‘아트 인 대구 오픈리그展’을 잘 마무리했다. 현재 다음달 진행할 영천 시안미술관 전시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시를 열면서 얻은 성과는.

“미술계 관계자들과 관람객들이 보여주는 관심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한다. 최근 가진 전시 대부분은 공모를 통해 선발돼 진행한 전시들이다. 나를 선정한 관계자들은 다들 ‘나의 작업이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내가 이어가고 있는 작업은 ‘식물세포’를 주제로 하고 있다. 전시를 본 많은 관람객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흙으로 세포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매혹할 수 있다는 것. 나의 작업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것. 그것이 내가 얻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최근 하고 있는 작업의 주제가 ‘식물세포’라고 했다. 정확히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은가.

“내 작업의 근본적 물음은 ‘생명의 근원’에 있다. 우연히 ‘매혹하는 식물의 뇌’라는 책을 읽고 식물세포에 대해 탐닉하게 됐다. 식물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세포를 양분으로 만들 수 있는 희귀한 생명체다. 하나의 식물은 여러 종류의 세포를 많이 갖고 있고 그 세포들은 각각이 살아 있는 존재들의 연결과 조합으로 이뤄져 식물의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착생활을 하고 있는 식물은 성장변화의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형태를 보여줬고 그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감동케 한다. 식물은 수많은 포식자들을 피해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독특하게 모듈형태로 진화해왔다. 또 자연 질서의 유기적인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 신비한 네트워크 구조의 세포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과 동물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유지의 필수조건이 되어주는 소중하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은 지구의 생명체 중 99%로 가장 넓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가장 조용하고 지혜롭게 진화해갈 것이다. 나는 그렇게 소리없이 유연하게 성장하는 식물의 생명력에 매료됐고 그것을 세라믹 작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식물세포에 매료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는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은 그 너머의 것을 탐구해 작업으로 표현해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식물세포가 가진 자유로움, 유연성, 생명력에 매력을 느꼈다. 식물의 그것과 달리, 나는 언제나 한계가 있었으며 타인에게 고집스러웠고, 세상의 고통에 한없이 나약했다. 어쩌면 식물의 그 유연성과 강인한 생명력은 내가 닮고 싶은 삶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자연에게서 배운 삶의 지혜 때문에 식물세포에 매료된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일은 어려운 작업 같다. 작업과정은 어떤가.

“식물세포를 주제로한 작업은 생장의 유연함과 강인함을 가진 식물의 아름다운 결을 느끼면서 식물세포의 구조, 배열, 색을 나의 주관적 감성으로 해석해 세라믹조형으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이 작업은 불과 물과 흙이 때론 조절되고 때론 조종되며 이어진다. 다양한 색채에 대한 표현은 여러차례의 유약 실험을 통해 만들어내 표현한다. 이 과정이 꽤 지루할 수 있는데, 나는 이 과정을 즐긴다. 마치 과학실험을 하듯 수치에 맞게 유약을 조절해 내가 생각한 색을 뽑아 냈을 때 그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식물세포 작업을 통해 관람객들이 어떤 것을 느꼈으면 하나.

“이 작업을 통해 관람객들이 세라믹으로 제작된 세포 유닛들의 자유로운 연결과 조합을 보며 식물의 생명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고 그 속에서 삶의 방향, 자연의 섭리를 느끼길, 그리고 작품이 주는 다양한 이야기와 시선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월의 벌거벗은 나무에서 쓸쓸함을 느낀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의 모습에서 ‘끝’이 아닌 ‘시작’을 본다. 많은 사람들이 본질을 바라보기 보다, 겉모습의 화려함에 집중한다. 나의 작품과 인연을 맺은 많은 분들은 2월의 나무에서 쓸쓸함을 보기 보다, 봄을 기대하는 희망과 따뜻함을 느끼셨으면 한다.”



-작업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나.

“본래 철학과 과학, 인문학적 호기심이 충만하다. 늘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때문에 독서를 통해 세계를 탐닉하는 것을 즐긴다. 책에 몰입하며 얻는 사색과 지식을 오롯이 바라볼 때, 그 어떤 나만의 세상이 떠오른다고 할까. 그렇게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시간에 대한 집착과 몰두 또한 작업을 이어가게 하는 동력이 아닐까.”



-앞으로의 계획은.

“다음달부터 진행할 영천 시안미술관 전시를 비롯해 올해 서울 평창동 키미아트갤러리, 포스코갤러리 기획전 등이 계획돼 있다. 올 한해 전시 준비에 바쁘게 보낼 듯 하다. 또한 ‘식물세포’에 이은 나무의 연작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결실’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해볼 계획이다. 앞으로의 활동 또한 기대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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