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
  • 손경호기자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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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던 희던 색깔 중요치 않아
국회의원도 지역 발전 위해
일만 잘하면 돼… 조끼색깔
파란색·핑크색 중요치 않다
묻지마 투표, 지역미래 포기
유권자들이 감수해야 할 몫
흑묘백묘(黑猫白猫)란 말이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이다. 흑묘백묘의 원래 문장은 ‘흑묘백묘 주노서 취시호묘(黑猫白猫 住老鼠 就是好猫)’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말부터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이 취한 경제정책으로 유명하다.

즉, 고양이가 쥐만 잘 잡으면 되듯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원래 흑묘백묘는 중국 쓰촨성(四川省) 지방의 속담인 흑묘황묘(黑猫黃猫)에서 유래한 용어다. 비슷한 뜻의 한자로는 남파북파(南爬北爬)가 있다. 남쪽으로 오르든 북쪽으로 오르든 산 꼭대기에만 오르면 된다는 뜻이다.

4·15 총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대구·경북은 타 지역보다 정권 심판론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것 같다. 사실상 묻지마 투표로 흐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구·경북은 이번 공천에서 상당수 많은 현역 지역구·비례 국회의원들이 불출마 선언 또는 컷오프 당했다. 곽대훈·정종섭·유승민·정태옥·강효상·김규환(이상 대구), 백승주·장석춘·김재원·김광림·강석호·최교일·박명재(이상 경북) 의원 등 미래통합당의 경우 13명이 물갈이 됐다. 공천 관문은 겨우 10명만 통과해 60% 가까이가 교체됐다.

문제는 이번 선거가 정권심판을 위한 묻지마 투표로 이어질 경우 4년 후에는 또다시 무더기 선수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번 총선이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치러져 중간평가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역의 동량지재(棟梁之材)를 선택하는 선거가 인물보다 정권의 중간평가로 흐를 경우 불량 의원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4년 후에 유행가 가사처럼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에서는 제대로 된 인물을 똑바로 선택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무능했다면 그런 정치인들을 뽑은 유권자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다. 유권자가 이성이 아닌 감정을 앞세운 투표를 했으면 그에 따른 이익도, 손해도 모두 유권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은 파란조끼든, 핑크조끼든 정치를 잘 할 동량을 선출하는 게 중요하다. 더구나 파란조끼나, 핑크조끼나, 무소속조끼나 대구·경북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모두 TK인사들이다. 대구·경북에서 태어났든, 자랐든, 살고있든 TK와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다. 서로 다른 색깔의 조끼를 입었어도 모두 TK사람인 것이다. 서로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있다고 해서 DNA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누가 지역발전의 적임자인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조끼색깔을 보고 묻지마 투표를 한다면 그 선택에 대한 결과는 정치권을 비판하기에 앞서 유권자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정치인들의 정당 선택도 마찬가지다. 최근 무소속인 권영세 안동시장이 총선 후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래통합당 정서가 강한 동네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일부 비난 댓글들이 달리고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 선택은 자유의 문제이고, 선호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당을 백화점에 비유한다면 좋은 물건을 값싸게 파는 인근 백화점을 가는 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가성비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 백화점을 가는 게 현명한 소비라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당을 선택하는 것 또한 현명한 게 아닐까?

21대 총선을 앞두고 상표만 보고 가성비가 떨어지는 상품을 산 뒤 4년마다 반품하겠다고 아우성인 곳이 많다. 정치인의 잘못인가? 유권자의 잘못인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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