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외면 민주당, 전국정당 맞나
  • 모용복기자
TK 외면 민주당, 전국정당 맞나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4.20
  • 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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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은 끝났다. 지난 15일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163곳에서 승리했다.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확보한 비례 17석과 합치면 의석수는 180석에 달한다. 개헌 빼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슈퍼 여당’ ‘공룡 정당’의 탄생이다. 반면에 통합당은 지역구 84석과 미래한국당 19석을 합해 103석을 얻는데 그쳤다. 참패였다. 개헌 저지선(100석)을 내주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압승을 거둔 배경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승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텃밭 전라도는 말할 것도 없고 충청, 강원지역에서도 예상보다 선전했다. 또한 경상권인 부산과 경남, 울산지역 7곳에서도 승리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같은 경상도지역인 대구경북에선 참패를 면치 못했다. 근래 선거 중 최악 성적표다.

민주당은 4년 전 대구지역 두 곳에 파란 깃발을 꽂는데 성공했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선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 구미에서 역대 최초로 단체장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TK지역에서 연이은 선전으로 ‘보수 텃밭’에 진보의 씨가 싹트는 듯했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땅 속으로 파묻히고 말았다. TK 민심이 텃밭을 다시 보수로 갈아엎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김부겸 의원이다. 그는 4년 전 진보정당 황무지인 달구벌에 밭을 갈고 씨를 뿌려 싹을 틔우는데 성공한 농부였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싹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짓밟혀 버리고 말았다. 과연 텃밭을 일구고 농사를 짓는 재배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총선이 끝난 후 그의 실패를 아쉬워하는 텃밭 주민들이 많은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재배법에 문제가 없었다면 민주당에게 책임이 간다. 지금까지 달구벌은 ‘진보’라는 씨앗보다 ‘보수’ 씨앗이 잘 자라는 환경을 지닌 곳이다. 하지만 김부겸이라는 이 곳 출신 귀농인이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4년 전 마침내 싹을 틔우는 재배법을 찾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이 달구벌을 휩쓸고 지나가자 텃밭 민심이 흉흉해졌다. 거기에다 여권은 ‘대구 코로나’ ‘대구 봉쇄’라는 말로 시민들을 자극했다. TK 텃밭에서 민주당이 거부당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김 의원은 낙선(落選) 인사말에서 “오늘은 비록 실패한 농부이지만 한국정치의 밭을 더 깊이 갈겠다. 영남이 문전옥답이 되도록 더 많은 땀을 쏟겠다”고 말했다. ‘통합과 화합의 아이콘’다운 말이다. 하지만 험지에서 당의 지원 없이 홀로 텃밭을 일궈야 하는 농부의 쓸쓸함이 묻어난다. 민주당은 180석을 얻었다고 희희낙락할지 모르지만 대구에서 김부겸 의원을 잃은 것은 대구 전체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두고두고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다. 보수당이 호남을 버리고 전국을 아우르는 정당이라 할 수 없듯이, TK에 깃발 하나 못 꽂은 민주당이 어찌 전국 정당이라 불릴 자격이 있나.

경북의 정치 1번지 포항 남·울릉지역 패배도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일이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민주당 허대만 후보는 2년 전 치러진 포항시장 선거에서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탄핵정국의 수혜도 있었지만 보수 텃밭에서 민주당이 꾸준히 세력을 확장해온 영향이 컸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허 후보는 40대 정치신인인 통합당 김병욱 후보를 상대로 34%를 얻는데 그쳤다. 선거 막판 막말 논란이 불거지는 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는데도 불구하고 결과는 예상 외로 큰 표 차 패배였다.

패배보다 더 쓰라린 것은 TK에서 민주당 지지의 역진(逆進)현상이다. 4년 전 총선에서 싹을 틔운 이래 2018년 지방선거를 거쳐 이번 총선에선 미약하나마 개화(開花)를 맛봐야만 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엔 민주당은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았다. 허대만 후보의 낙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아까운 인물’이라고 안타까워하지만 그의 당선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의 자질이 부족한 탓은 물론 아니다. 진보 정당으로서 보수 텃밭을 갈아엎을만한 동력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허 후보는 포항시장 선거를 포함해 6번이나 출마했다 모두 고배를 마셨다. 대단한 집념의 소유자요 승부사라 부를 수 있지만 애당초 안 되는 승부였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 정치신인인 김병욱 당선자가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55%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만 봐도 TK에서 ‘막대기’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실감할 수 있다. 북구지역에 출마한 오중기 후보도 비록 선전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한 미래통합당 김정재 의원의 상대는 아니었다. 오 후보는 경북도지사 선거를 포함해 네 번이나 도전했다. 선거철만 되면 단골로 등판하는 두 후보는 포항시민들에게 익숙한 얼굴이지만 신선함과 흥미를 주진 못했다.

통합당은 역시나 이번 총선에서도 공천 잡음으로 시끌벅적했다. 공천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잔칫집은 좀 시끄러운 게 낫다. 그래야 동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와 축하해주는 법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에도 너무나 조용했다. 공천이고 뭐고 나올 사람이 뻔하고 출마해 봤자 이길 공산이 크지 않으니 당에서도 관심 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번 총선에서 포항 시민 3명 중 1명이 민주당 두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보수 텃밭 치곤 후한 인심이다. 그런데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TK 주민들을 싸잡아 매도하는데 혈안이다. 만약 당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들 간 경선을 통해 흥행몰이를 했다면 지금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외면했다. TK 민심이 꾸준히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전패는 자업자득인 측면이 없지 않다. 민주당이 TK 민심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전국 정당은 당분간 요원한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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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만세 2020-05-01 20:51:26
대구 말 만 들어도 징그러운 것들... 너희가 사람이냐?

0090 2020-04-25 21:31:49
어쩌라고? ㅋㅋㅋ 민주당보러 빨갱이라고 짖어댔던 TK촌놈들아 ㅋㅋㅋ 어디 니들도 똑같은 고통 똑같은 비하 한번 당해봐라.

정상인 2020-04-22 09:58:13
제발 기자 시험 좀 봐서 뽑읍시다.

전헝구 2020-04-22 08:52:03
미래통합당
PK당으로 전락
결국 몰락의 길을 걸을것이다

정재훈 2020-04-22 08:41:21
이런건 기사라고 써갈기면 부끄럽지 않냐? 보는 내 얼굴이 화끈거리는데.
니들이 물먹인 김부겸이 말고
니들이 당선시킨 주호영 의원님하고 심심하면 기절하시는 시장님한테
대통령 바짓가랭이를 잡고 매달려 예산을 받아오든
미통당 당사라도 팔아오든
니들 죽고 못사는 신천지한테 기부금이라도 받아오든
책임지고 알아서 하시라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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