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세상에 살 준비 되셨습니까
  • 모용복기자
코로나가 바꾼 세상에 살 준비 되셨습니까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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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안정국면
정부, 사회적 거리두기서
생활속 거리두기로 대전환
각종 스포츠경기 잇단 개막
13일부터 순차적으로 등교
내달부터 휴가 시즌 본격화
감염증 재확산 우려는 상존
이젠 국민 개개인 방역주체
코로나 괴질 몰아내기 위해
생활방역 수칙 철저 준수를

지난 주말 가족나들이에 나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휴일을 반납한 지 2개월 여 만이다. 오월 초입인데도 날씨는 벌써 초여름이었다. 차로 몇 십분 거리에 있는 고향마을 계곡에서 점심을 먹은 후 바다 구경이라도 할 겸 귀갓길에 청하면 이가리에 있는 바다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가 있는 간이해수욕장 주변 도로와 주차장은 차 한 대 들이밀 곳 없이 빼곡했다. 물놀이를 할 만큼 더운 날씨는 아니기에 해수욕을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백사장 곳곳에는 야영을 하거나 삼삼오오 둘러앉아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던 사람들이 이제는 백사장 주차장에 차를 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기 전인데도 이미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 좁히기’로 전환한 모양새다.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해오다 확진자가 급감하고 기온이 오르자 주말을 맞아 감옥 문을 박차고 나온 게 그리 큰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국내에선 일일 신규 확진자 발생이 10명 이내로 줄었다고 하지만 밖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웃국가 일본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국내에도 방역망에 균열이 생기면 언제든 재확산 할 우려가 있다.

여름 길목 악재도 수두룩하다. 이번 주부터 각종 프로스포츠 경기가 속속 개막에 들어갔다. 비록 현재는 무관중으로 열리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관객입장을 단계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사람이 한꺼번에 운집하는 곳에선 그만큼 감염병 확산 우려가 높으며 방역도 힘들어진다. 다음 주부터는 학생들의 등교도 시작된다. 13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등교수업이 이뤄진다. 학생·교사 등 교직원 600만명이 학교에서 공동 활동을 하게 된다. 굳이 싱가포르의 전례를 들지 않더라도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불안의 연속이다. 만약 학교 내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날엔 지금까지 정부가 총력을 경주해 방역망 사수에 들인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스포츠 경기나 학교 등교는 그래도 좀 낫다. 방역당국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엄청난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바로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여름 휴가시즌이다. 이달 안으로 코로나 사태가 완전 종식을 거둔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야말로 큰 일이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제멋대로 떠나는 휴가객 상태를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을뿐더러 동선(動線)을 파악할 방법도 없다. 정부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방역을 주도해온 것은 정부와 지자체였다. 국민들은 매일 정부와 방역당국에서 발표하는 지침에 따라 외출과 외식, 모임과 행사를 삼가고 일상생활에서 소독을 철저히 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신규 확진자 수가 국내 의료체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아래로 급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정부만 쳐다보고 지침만 따르던 시기는 지났다. 지난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생활 속 거리두기, 즉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면서 방역주체가 정부에서 국민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 감염병 종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사회·경제 활동을 보장하되 국민 개개인과 우리 사회 모두가 스스로 방역에 책임을 지는 방역 주체가 된다는 의미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과 가치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선 기존 관념을 과감히 던져버려야 한다. 예전엔 몸이 아파도 참고 출근하는 게 미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프면 출근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열이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집에서 3~4일 정도 꼼짝 말고 쉬어야 한다. 타인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금물이다. 최소한 두 팔 간격 건강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자칫 친밀감을 표현하려 다가갔다간 경을 칠 수도 있다.

이제 더 이상 정부 탓을 해서도 안 되고 할 필요도 없다. 우리 스스로가 방역주체이기 때문이다. ‘일상과 방역의 조화’라는 생활방역은 아직 세계 어느 나라도 성공하지 못한 일이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에 우리가 들어선 것이다. 이 전인미답의 길 끝에 도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민 각자가 일상에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일 뿐이다. 이 땅에서 코로나 괴질을 몰아내기 위한 생활방역 실천에 국민의 단결된 힘이 필요한 때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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