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완 계곡 난투극 사건이 주는 교훈
  • 모용복기자
갈완 계곡 난투극 사건이 주는 교훈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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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풍경

3년전 중국 동북3성 취재서
동북공정 실상 눈으로 확인
고구려 유적 훼손되고 변질

중화사상이 뼈속 깊이 배인
중국인은 배려 모르는 민족
곳곳서 주변국과 영토 분쟁

中-印 접경지역 갈완계곡서
중국군 못이 박힌 쇠막대로
인도군 20여 명 숨지게 해

영토확장 혈안 中 패권주의
통일 한반도 위협할 가능성

평화를 원하면 힘을 길러야

벌써 3년 전이다. 정부지원으로 취재차 중국 동북 3성을 다녀온 일이 까마득하게 다가온다. 일주일간의 빠듯한 일정 속에 선조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때로는 감개에 젖기도 하고 때로는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평원과 웅장한 산맥. 그곳을 말을 타고 질주하던 기마민족의 기상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그러나 현실은 초라했다. 고구려의 기상은 유리 관 속에 유폐된 지 오래고(광개토대왕비), 찬란한 유적은 마구 훼손되거나 변질되는 등 고구려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른바 중국이 자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자기네 역사로 만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실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만난 중국인들은 대체로 거만하고 불친절했다. 공항 직원에서부터 박물관 안내원, 심지어 승합차 기사까지 중화사상(中華思想)이 뼈 속까지 배여 있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방중 이틀째, 길림성 집안에 있는 국내성을 답사하고 시내에서 2.5km 가량 떨어진 환도산성으로 향하던 중 일행 중 한 명이 식당에 모자를 두고 온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았기에 승합차 기사에게 되돌아 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 기사는 조선족 안내원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가지 않겠다고 큰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그는 물론 중국인이었다.

우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우리가 고용한 사람이므로 우리 일정에 맞춰 움직여주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닌가. 어차피 조금 빨리 간다 해도 일찍 숙소로 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통해 모자를 건네받고 요금을 지불해야만 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나중에 골초 기사가 담배 피러 잠시 자리를 떴을 때 조선족 안내원이 우리에게 들려준 말이다. “중국인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중화사상으로 가득 차서 다른 나라 사람들을 업신여기며 또 타인에 대한 배려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처럼 동북 3성이라는 벽지(僻地)와 극소수 중국인을 만나고 와서 마치 중국에 대해 다 아는 양 떠벌린다고 비난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변국들과 영토를 두고 패권다툼을 벌이는 모양새를 보면 내가 만난 중국인들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그리고 모든 것에 있어 자기들이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그들과 과연 대화나 타협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중국인들은 말이 안 통하는 무서운 사람들이다.

지난달 15일 히말라야 산맥 부근에서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난(遭難) 따위 얘기가 아니다. 인도 군인 수 십 명이 중국군에 의해 무참히 희생된 것이다. 이날 중국과 인도 접경지역인 히말라야 산맥 자락의 갈완 계곡에서 양측 군인 600여명이 시설물 설치와 철거 문제를 두고 육탄전을 벌였다. 이로 인해 인도군인 20여명이 숨지고 중국 군인도 수 십 명 다쳤다. 양국이 총을 쏘지 않고 육박전을 벌인 것은 1996년 국경지역에서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최전방에서 총기나 폭발물을 휴대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설령 총기를 휴대하더라도 탄창을 제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양국 군은 국경지역 충돌 때마다 총격전 대신 난투극이나 투석전을 벌여왔다.

그동안 양국 간 국경분쟁으로 크고 작은 싸움이 있었지만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1975년 이후 45년 만이다. 또한 인도군이 20여명이나 희생됐는데도 중국 군인은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닌가.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영국 BBC가 보도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집단 난투극 때 중국군이 못이 잔뜩 박힌 쇠막대를 휘둘러 인도군을 숨지게 했다는 기사와 함께 증거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사진을 본 인도 국민들은 분노에 치를 떨었으며, 모디 총리도 “우리 군인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할 것”이라며 “인도는 평화를 원하지만 도발이 발생하면 이에 보복할 능력이 있다”고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중국은 적반하장 격으로 인도에 책임추궁을 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인도 정부에 철저한 관련 조사를 요구한 뒤 “책임 있는 자들을 엄하게 처벌하라”고 했다. 중국군이 양국 합의를 깨고 무기를 휘두른 명백한 증거가 나왔는데도 사과는커녕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국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영토 확장에만 혈안이 된 전형적인 중국의 패권주의의 발로다. 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팽창적인 대외정책 일변도의 중국은 현재 대만에게는 통일을 명분으로 군사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필리핀·베트남·일본과는 해상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들어 중국 군용기가 우리 근해를 넘어와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지만 남북통일 후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게 되면 분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그 때 저들이 쇠못이 박힌 막대기보다 더 무서운 무기를 우리에게 휘두르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나.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밀려온다. 고금을 통해 힘이 없는 국가와 민족은 소멸할 수밖에 없음을 역사가 증명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 준비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 우리 한민족 혈맥(血脈) 속에 광활한 대륙을 질주하던 기마인의 기상이 아직 살아 숨 쉬고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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