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사회는 없나
  • 김대욱기자
노인을 위한 사회는 없나
  • 김대욱기자
  • 승인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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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70 고려장(高麗葬)’이라는 말이 있다. 부모가 일흔이 넘어 늙고 쇠약해지면 산에다 버렸다고 하는 장례 풍습으로 일부 설화에서 전해지고 있다. 내용이 왜곡돼 잘못 전해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오늘날에도 늙고 쇠약한 부모를 낯선 곳에 유기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최근 일부 요양병원의 노인 관리 실태를 고발하는 방송 보도를 접하고 이 말이 생각났다. 보도는 일부 요양병원들이 입원 중인 노인들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수면제 등 약물을 남용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수면제 등의 과다한 투약을 받은 노인들이 거의 하루 종일 잠만 자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쇠약해져 입원한 지 얼마되지 않아 돌아가신다는 보도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필자뿐만아니라 방송을 본 많은 사람들도 경악했을 것이다. 특히 요양병원에 부모님을 입원시킨 자식들은 자신의 부모님이 입원한 병원도 보도에 해당되는 곳일까 걱정하며 충격을 넘어 죄스러운 마음까지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인간은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운명을 타고난 존재다. 이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누렸던 진시황제도 늙지 않으려고 불로초를 백방으로 구하면서 영생(永生)을 갈구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천문학적인 재산을 가졌던 국내 모 재벌은 ‘내가 다시 젊어질 수 있다면 전 재산을 다 내놓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도 끝내 돌아가셨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읽을 독자도 모두 나중에는 늙을 것이며 언젠가는 숨질 것이다. 사람이 늙고 죽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세태를 보면 무조건 젊은 것만이 최고인 것 같다. 언젠가부터 나이가 마흔만 넘어가도 자기 나이를 숨기려고 하고 나이 밝히는 것을 꺼려한다. 옛날 이야기를 하면 ‘옛날 사람’이라며 놀리기까지 한다.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한테 말해 주고 싶다. 옛날 없는 현재와 미래가 있을 수 있냐고. 옛날 사람은 놀림받아야 할 대상이냐고.

물론 젊음은 좋은 것이다. 오죽하면 청춘(靑春)이라 하겠는가. 청춘은 계절로 치면 만물이 소생하는 푸른 봄과 같은 인생의 황금기인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세상은 젊은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라 유년층, 청소년층, 중장년층, 노년층 등 여러 계층이 모여 살고 있다.


그 중 노년층은 모든 나이층을 거쳐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들은 젊었을 때 부모를 봉양하고 어린 자식들을 부양한 사람들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유교적 전통이 강하고 전쟁과 가난 등 갖은 고난을 겪은 나라에서 그들은 정말 고생하며 인생을 살았을 가능성이 많다.

그런 그들은 이제 편히 쉬면서 잘 보살핌을 받으며 인생을 마무리 해야 할 나이층이다. 그들은 충분히 그런 대우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하지만 요즘 우리사회는 어떤가. 나이들면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한다. 하물며 병까지 드노라면 짐짝취급까지 할 정도다. 예전 대가족(大家族) 시대에 노인이 집안 어른으로 극진히 대우받던 상황까진 바라지 않아도 지금 노인들을 대하는 세태는 너무 심한 것 같다. 자식 사랑하고 아끼는 것의 절반만 부모를 봉양해도 효자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에 대해 혹자는 ‘내리 사랑이고 현 시대 상황이 이런 저런 이유로 제대로 부모를 봉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부모 봉양을 국가와 사회가 맡는 것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할 때가 됐다. 효(孝)라는 우리 전통의 가치가 상당부분 상실된 현대사회에서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고 노인들을 돌볼 필요가 있다.

일부 요양병원의 실태를 고발한 프로그램은 요양병원이 노인들을 잘 보살피기 위해 약물을 줄이는 대신 간호·간병인력을 늘리는 데 2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 곳에 다리와 도로를 놓고 수요도 없는 곳에 국제공항을 만들어 예산을 펑펑쓰는 나라에서 2조원이 그리 많은 돈인가.

정부는 요양병원 간호·간병인력 확충을 위해 당장이라도 예산을 편성해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평생 고생하신 노인들이 마지막이라도 편히 인생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돕는 길이다.

김대욱 편집국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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