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미래 송도, 포항을 닮은 도시디자인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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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미래 송도, 포항을 닮은 도시디자인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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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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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을 잃고, 사람이 떠난 지역에 심폐소생 나선다

 

포항 형산강 하구에서 바라본 송도해수욕장 전경. 사진=유재영기자 드론촬영.
송도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사업계획도.

-성장 그늘에 가렸던 도시계획에 대한 성찰

포항 송도는 일제강점기 이전까지만 하여도 염전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송도는 남쪽 형산강 하구의 또 다른 섬인 ‘딴뽕마을’ 일대 2만여평 대부분이 염전이었다. 이 지역은 일명 소금 굽는 마을이라 하여 ‘염둥골’이라 불리었다. ‘염둥골’의 염전은 현재 서해안에 남아있는 일본 근대식 천일염전보다 생산방식이 까다롭고 복잡해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끌어들여 햇빛에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하는 비교적 간단한 방식인데 비해 ‘염둥골’의 염전은 흙에 바닷물을 부어 염도를 높인 ‘함토’를 여과장치인 ‘섯등’에 넣고 다시 바닷물을 부어 ‘함수’를 받아내어 이 ‘함수’를 가마에 넣고 오랜 시간 끓여야 소금이 만들어 졌다. 이것이 우리 전통 소금인 ‘자염(煮鹽)’이다. ‘염둥골’의 자염은 간수를 빼지 않아도 독소가 없고 맛이 좋아 전국 각지에서 인기가 높았다. 당시만 하여도 소금은 그 자체가 돈이었고 생산만 하면 팔리는 부의 상징이었다. 일제강점기 근대식 소금생산방식이 들어오면서 우리 전통 소금인 자염은 생산방식과 가격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다가 해방 후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염전의 쇠퇴는 송도를 동해안 일대 최고 명소로 부상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바로 송도해수욕장이다. 1931년 송도해수욕장의 일제식 지명인 ‘향도해수욕장’이 개장하기 몇 년부터 이미 송도 바닷가에는 여름이면 천막촌이 들어서고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하였다.(1930년7월16일 부산일보 조간) 개장 다음해는 대구 경북일대에서 송도해수욕장을 찾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자 피서객 기차요금을 10% 할인한다는 신문 기사를 내보내기도 하였다.(1932년7월17일 동아일보) 송도해수욕장은 개장한지 2년 만에 1만 명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게 되는데 이는 현재의 포항국제불빛축제를 찾는 관광객 인원수와 맞먹는 것에 해당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피서객을 위해 급기야 다음해 송도다리 일명 ‘꼽추다리’를 설치하게 된다. ‘꼽추다리’는 나무로 만들어 졌는데 다리 가운데 상판이 불쑥 올라와 생김새가 꼽추허리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송도다리는 그동안 섬으로 있던 송도를 육지와 연결시켜는 최초의 교량이었다.

무엇이건 영원할 수는 없다. 송도의 염전이 그러하듯 부흥기에는 쇠락을 대비하여야 한다. 송도해수욕장은 1976년 개장 이후 가장 많은 12만명이 찾아 동해안 최고의 여름철 휴양지로 꼽히다가 마침내 2006년 4000여명을 끝으로 2007년 완전 폐장하여 76년간 이어온 동해안 명소로서의 송도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다.

송도해수욕장의 기능 상실은 여러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1968년 포스코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해수욕장의 자연환경이 바뀌었다는 점과 주변의 공업단지에서 형산강으로 흘러들어간 폐수의 유입이 대두되면서 해수욕장을 대하는 인식이달라진 점도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1983년에 찾아온 태풍은 명사십리를 자랑하던 백사장 대부분을 사라지게 하였는데 이 또한 자연재해만 원인으로 꼽을 수 없다. 2012년부터 백사장 복원공사는 계속하고 있지만 유실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6년간 1조857억 투입되는 송도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사업, 포항의 중심핵으로 부상할 것을 기대한다

포항의 송도가 2018년 국토교통부로부터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송도구항 일원을 경제와 해양문화 중심으로 도시가 새롭게 디자인된다.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은 산업단지, 항만, 철도 등 국가의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시설을 대상으로 정비 및 개발과 연계하여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고용기반을 창출하기 위한 사업으로 사업규모가 크고 많은 예산이 투여되는 것이 특징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2024년까지 국비 2791억원, 공공기관 및 민간투자 7450억원 등을 포함해 총 사업비 1조857억원을 투입해 6년간 추진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북개발공사, 경북관광공사, 대구기상지청, 경북지방경찰청 등의 공공기관 및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다양한 연계사업을 발굴하고 도시재생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시가 제시한 송도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큰 구상은 송도구항 일원을 항만재개발 계획과 연계하여 새로운 해양산업생태계를 조성하고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주거복지 실현과 일자리창출로 도시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사업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첨단 해양레포츠 융복합 플랫폼 조성은 해양레포츠산업지원센터, 선도기업·스타트업 코워킹 스페이스, 토탈 실내·가상스포츠 체험 스페이스를 포함하는 ‘첨단 해양산업 융·복합 R&D센터’를 건립하여 미래전략성장산업의 발굴 및 육성촉진, 취·창업 훈련 거점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포항항 구항 재개발 지역 부지 조성 및 공공임대주택과 복합 민간 시설 조성’을 통해 주거 안정성 확보와 미래형 해양관광도시로 성장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시킨다는 계획이다.

둘째, 해양MICE 산업지구 조성은 해양레포츠 플레이그라운드, 전시·비즈니스 복합센터, 관광 집객시설 조성, 해상교통망 구축 및 운영을 통해 민간투자 촉진 및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와 첨단 해양레포츠 융·복합 R&D센터에서 생산되는 신기술의 실증 거점으로서의 리빙랩 역할 수행할 것이라고 한다.

셋째, 기상방재 ICT 융복합지구 조성은 기상·안전 산업 지원 센터와 선도기업·스타트업 코워킹 스페이스를 포함하는 ‘기상·방재 융·복합 R&D센터’를 건립하여 기상정보와 스마트기술을 접목한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 구축으로 청년창업 및 스타트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스마트 기상·안전 오픈그라운드, 현장체험 및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상·방재 체험 포레스트’를 조성하여 도심 내 완충녹지로서 지역민과 방문객의 힐링-치유공간으로 제공하는 한편 재난 대응 훈련 및 안전교육 수행으로 포항의 안전도시 브랜드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넷째, 복합 문화·예술·관광 특화지구 조성은 문화예술 전시·체험 갤러리, 콘서트홀, 창작창고 등을 포함한 ‘복합 문화·예술 체험 거점’, 영컬쳐테인먼트 스트리트와 가로환경 정비를 포함하는 ‘복합 문화·예술 특화 가로’를 조성하여 2017년 중앙동 도시재생 시범사업 중 문화예술Hub 조성 사업과 연계한 지역 방문객 증가와 지역 상권 활성화가 가능해지며, ‘상생인도교 개설’, ‘전통시장 브랜드가치 재생’을 통해 지역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소득 및 일자리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생활환경 개선사업은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범죄 예방 환경개선 사업(CPTED), 송림마을다움길 조성 사업, 에너지 효율화 주택 정비 등을 포함하며 노후·낙후 된 주민거주공간을 스마트기반 기술과 접목하여 정비함으로써 주민의 편의를 증대하고, 삶의 질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도의 도시재생은 시기적으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포항시가 밝힌 위의 구상대로 실현된다면 경제와 문화적 측면에서 포항의 미래를 추동하는 빛과 에너지가 될 것으로 본다.

-‘뉴욕의 송도’ 맨해튼을 거울삼아 배워야할 도시디자인의 오류

도시는 이미지이다. 그런 이유에서 뉴욕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세계의 금융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의 높은 건축물과 리버티섬에서 허드슨강을 내려다보며 우뚝 선 자유의 여신상이다. 뉴요커에게 오리지널 뉴욕은 맨해튼이다.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뉴욕은 인류 최초의 마천루가 들어선 계획도시로 건설되었다. 이미 1900년대 초부터 도시는 빌딩 숲으로 가득 차 도로마다 마차가 넘쳐나 심각한 교통체증을 앓았던 현대 대도시의 원형이다.

맨해튼이 포항의 송도와 닮은 점은 허드슨강과 이스트강의 퇴적으로 형성된 섬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거버너스(Governors)섬, 랜돌스(Randalls)섬, 워즈(Wards)섬, 루즈벨트(Roosevelt)섬, 유샌트(U Thant)섬을 접하고 있어 포항의 상도, 대도, 해도, 죽도, 송도와 닮아 있다.

오늘날 맨해튼이 있기까지는 최초의 도시설계자인 로버트 모지스(Robert Moses, 1888-1981)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에게서 도시설계와 건축에 대해 영향을 받은 로버트 모지스는 맨해튼을 철저한 교통중심으로 도시설계를 하였다. 맨해튼이 섬이라는 점에서 그가 가장 고심했던 것은 육지와 가장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연결시키는 교통의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된 것이 바로 동쪽의 브루클린과 서쪽의 뉴저지주를 연결하는 큼지막한 대교들이 건설되었다. 모지스의 맨해튼 프로젝트는 섬을 가장 효율적으로 육지와 연결시켰다는 점에서는 성공하였지만, 섬 주민들의 낙후된 삶의 질 개선을 무시했다는 점과 강압적으로 프로젝트를 시행했다는 점에서 당시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지금도 모지스를 맨해튼의 토대를 만든 사람으로 꼽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문제점을 남긴 도시계획자로 꼽기도 한다.

포항의 송도가 도시디자인으로 새로운 탄생을 앞두고 있다. 포항의 송도는 포항답게 디자인돼야 하고 뉴욕의 맨해튼은 뉴욕답게 디자인 돼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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