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하수처리장에 대한 열정과 집착
  • 이진수기자
포항하수처리장에 대한 열정과 집착
  • 이진수기자
  • 승인 2020.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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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장 생물반응조 증설에
포항시·박경열 시의원 6년 공방
시 “안전수질 위해 사업 불가피”
박 의원 “운영상 문제·기업 특혜”
행정력 낭비·공무원 피로 상당
확신 지나치면 집착에 함몰돼
내려놓음의 용기와 지혜 필요

외로운 섬에 등대지기로 살아가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던 톰과 마을에서 만난 이자벨입니다.

두번의 유산으로 상심과 슬픔에 빠진 이자벨은 어느 날 파도에 떠내려온 보트에 남자의 시신과 여자 아기를 발견합니다.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인 부부는 아이(루시)를 키우면서 행복한 섬 생활을 합니다.

몇 년 후 톰은 남편과 잃은 아기를 애타게 찾는 친모(한나)를 알게 됩니다.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입니다.

경북 포항시의 하수처리장 생물반응조 증설(개선)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하수처리장 생물반응조는 미생물을 활용해 하수를 정화하는 바이오시설입니다.

포항시는 2007년 하루 23만2000㎥의 오수를 처리할 수 있는 생물반응조를 설치, 운영했으나 2012년 환경법이 강화되면서 포항하수처리장은 동절기 하수 수질이 기준치에 못 미쳐 6차례에 걸쳐 과태료 및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시는 2017년 예산 470억 원(국비 235억·도비 49억·민자 186억)으로 생물반응조 증설사업을 추진키로 합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수질보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또 사업을 하지 않으면 이미 확보한 국비 200여억 원을 반납해야 합니다.

시는 2012년 환경공단을 비롯해 전문용역회사 등 전문가 그룹에 사업 타당성에 따른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는 것입니다.

반면 박경열 포항시의원은 증설사업을 위해 사업자가 의도적으로 미생물 투입량을 줄이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운영하면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증설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이는 기업에 사업 특혜를 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입니다.

박 의원은 교수 등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이 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10월 포항시의회에서 통과돼 추진하게 됐으나, 박 의원은 최근에도 미생물 투입 농도 등 각종 의혹에 대해 포항시에 검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수처리장을 놓고 2015년 5월부터 현재까지 무려 5년 8개월의 포항시와 박 의원의 기나긴 줄다리기입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 의원은 그동안 6회의 시정질문을 비롯해 서면질문(28회), 간담회 보고(17회), 5분 자유발언(1회), 행정사무감사 보고(3회)와 서면질문(28회)을 가졌습니다.

포항시의회는 2017년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11명)를 구성, 약 100일 간 특위 활동을 갖기도 했습니다.

포항시가 박 의원에게 제출한 관련 자료는 1000여 쪽이며 서적은 4권이나 달합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끝없는 공방으로 행정력 낭비와 공무원들의 피로도는 상당합니다.

박 의원 입장에서 의회가 운영되다 보니 대부분 의원들의 속내 또한 여간 불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사업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지자는 것이 아닙니다.

내용이 복잡해 전문가가 아닌 제가 뭐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다만 객관적·합리성을 갖지 못하는 확신은 자기 최면에 걸릴 수 있고, 이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자신만의 집착에 함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 의원이 6년이나 하수처리장에 열정을 쏟으면서도 사업 불필요성에 대해 포항시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빼도 박도 못하는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나 합니다.

영화로 되돌아 갑니다.

한나는 딸을 찾게 되고, 톰은 살인 혐의로 구속되면서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남편과 아이를 잃은 한나의 슬픔, 아이를 키울 수 밖에 없는 이자벨의 모성, 양심의 죄책감에 고뇌하는 톰의 모습이 교차되고 아이는 낳은 엄마와 기른 엄마 사이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가혹한 운명에 놓이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한 여인(루시)이 여자 아이를 데리고 섬을 찾아와 홀로 등대를 지키는 노인(톰)에게 인사를 하고 떠납니다.

영화는 사랑, 증오, 회한, 용서에 대해 성찰을 갖게 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인간의 집착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등대지기 부부가 아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친모에게 돌려 주었더라면 양쪽은 불행이 아닌 애정과 감사의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지 않았나 합니다.

아이 또한 친모와 생명의 은인을 오가면서 밝게 성장했을 겁니다.

개인의 집착이 함께하는 행복과 아름다움을 앞설 수는 없습니다.

혹 박 의원의 주장이 열정에서 일탈한 집착이 아닐까 합니다. 잡을 줄 알면 내려놓을 줄도 아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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