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5년간 200억 투입 문화도시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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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5년간 200억 투입 문화도시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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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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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포항만의 문화로 도시경쟁력을 드높인다
지난해 ‘포항시민의 날’ 행사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희망찬 미래 포항을 열자’며 환호하는 이강덕 시장.
이강덕 시장이 ‘포항거리예술축제’에서 시민체험을 하고 있다.

문화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부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순수 고유의 문화는 존재하는가? 우리나라는 지경학적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여 외세로부터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전쟁을 겪은 국토는 인명 살상과 파괴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바로 침략자들로부터 자국의 문화도 함께 들어온다. 비단 전쟁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무역에서도 상대국의 문화는 자연스럽게 유입된다. 우리 역사에서 이렇게 들어온 외국의 문화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지만, 대부분은 당시 사회에 잠시 나타났다가 수명을 다하고 사라졌다. 문화는 음식과 유사한 성질을 가졌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정서적 체질적으로 맞지 않으면 소화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잘 맞으면 급속히 소화되어 기존의 문화와 혼재된 양태로 지속성을 발휘한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집단에 문화를 감염시키는 인자를 밈(Meme)이라 했다. 문화는 이렇듯 서로에게 감염시키며 진화를 계속한다. 문화적 특성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얼굴 생김새도 비슷해지고 정서도 닮아가 결국 문화적 유사성으로 나타난다. 한국문화의 해외진출이 일본과 중국 순으로 진행된 후 몽골,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등으로 이루어진 것이 이를 방증하는 것이다. BTS의 세계적 열광은 우리 문화에 의한 세계 진출이라기보다는 국제양식에 맞춰진 문화로 봐야 할 것이다. BTS는 한국적인 그룹이 아니라 세계화된 그룹으로 봐야 맞다.



우리 문화에 대한 극심한 갈증은 일제에 의한 문화 왜곡 때문이다



우리 문화는 역사적으로 많은 왜곡과 시련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 이유에선지 현재 우리 사회는 문화라는 언어를 광의적으로 사용하고 그에 대한 갈증도 심하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경술국치 이전부터 이미 조선 곳곳에 조선주재 인본인 학자를 풀어 우리 문화 연구에 돌입하였다. 조선의 완전한 흡수와 원활한 통치를 위해서는 집단의식의 원류인 문화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당시 동원된‘이마무라 도모에’는 1908년 충청북도 경찰부장을 지내며 조선풍속과 그 역사에 관한 글을 가장 많이 쓴 일본인이다. 그가 쓴 <조선풍속집>은 당시 조선을 찾는 일본 관료들에게 ‘조선문화론’ 분야의 베스트셀러였다. ‘젠쇼 에이스케’는 조선총독부의 조사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조선의 경제와 상업, 촌락에 대한 보고서인 <조선의 취락>을 작성하였다. 그는 조선의 마을구성을 혈연 중심의 동족촌락으로 보고하였다. ‘무라야마 지준’은 조선총독부 촉탁으로 있으면서 조선인의 사상과 성격, 민간신앙, 풍수, 점복, 유사종교 등 <석전·기우·안택>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식민지의 원활한 통치 방법으로 유교적 전통의 재활용을 주장하였다. 이는 유교를 통해 순종적 식민지로 삼으려 함이었다. ‘아키바 다카시’는 경성제국대학 사회학 교수로 있으면서 조선 지식인 송석하, 손진태 등과 교류하였고 조선 무속에 관한 조사를 맡아 <조선민속지>라는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아키바는 무속을 조선의 원형적 전통으로 인식하고 유교의례의 가제(家祭)를 남성 영역, 무속의례의 가제(家祭)를 여성영역으로 보고하였다. 이들이 남긴 책은 총 20권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사화와 사적>을 쓴 ‘아오야기 쓰나타로’는 대한제국기에 조선에 들어와 궁내부 조선사편찬에 종사했고, 조선연구회와 경성신문사를 운영하면서 고전·조선 통치 등 총 57만여 권을 발간하며 식민통치에 협력한 대표적 인물이다. 안타까운 것은 당시 조선총독부에 의해 재생산된 <조선민속>을 오늘날 우리는 ‘한국민속’의 원형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의 풍속은 이전까지만 해도 지역과 계층마다 양태는 달리하였지만 다양한 문화적 특성이 존재하였다.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여러 문화적 존재방식이 일본인 학자 4명에 의해 일반화되고 문자로 남겨지면서 다양성이 사라진 것이다.

독립에 대한 의지와 노력은 하늘을 찔렀지만, 해방은 외세에 의해 도둑처럼 찾아 왔다.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가 부력이나 강력이 아닌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잠재력을 문화적 선별력과 수용성이 좋아 어떠한 문화든 우리 체질에 맞게 변용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이것을 다시 외부로 발산하는 에너지 넘치는 민족으로 보았다.



지역 문화는 지역적 차이에 의해서 인정된다



우리가 우리 문화에 대해서 성찰하고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은 1986년 88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이다. 당시 TV 통해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신토불이(身土不二)” 등 광고와 노래가 유행하던 시절이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처음 등장하는 무대에 정부는 정책적으로 한국적 문화 발굴에 두 팔을 걷었지만, 일본, 중국과 뚜렷한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결국 태극, 국악, 태권도, 굴렁쇠, 청자, 호돌이가 제시되는 정도였다. 온 국민이 경제성장에만 힘써 온 터라 그나마 간신히 명맥을 이어온 전통문화 몇 가지 외에는 변변한 문화자원이 없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한국적 문화에서 지역적 문화로 관심이 넘어간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을 알리는 축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이맘때부터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매스컴을 통해 한국문화를 표준화 획일화시켰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축제가 어느 지역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면 얼마 가지 않아 여기저기 유사한 축제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대부분이 농산물 또는 먹는 축제에 열을 올렸다. 이때부터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 형태와 색상이 비슷하게 만들어진다. 형상은 산, 강, 바다, 갈매기가 혼재해 등장하고 색상은 군청, 파랑, 초록, 연두, 빨간색 일변이었다. 문화는 일순간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지역적 차별성을 가지기란 힘든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문화 일반성을 한국적 문화라 주장할 수 없듯이 전국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문화 또한 특정 지역의 문화라 할 수 없다. 특히 지역 문화라 함은 그 특정지역 구성원들로부터 현재 일상에서는 물론 이후에도 지속해서 나타나야 한다. 우리 역사에서 수많은 문화가 삶 속에서 만들어졌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런 측면에서 포항문화란 현재 시민에게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포항문화가 전국적으로 비교했을 때 뚜렷한 차이를 나타낸다면 그것은 분명 포항문화라 단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을 특징 지울만한 문화가 부재하다면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행히 포항이 올해 초 정부로부터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포항문화 창조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포항시, 법정문화도시 선정으로 철 인문도시로 탈바꿈한다



포항시가 올해 1월 30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1차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심의에서 최종 선정됐다.

2018년 12월 법정문화도시 예비도시로 선정된 후 10개의 예비도시와 함께 1년간의 경쟁을 벌인 결과 최종심의에서 1위로 선정되었다. 올해 법정문화도시는 전국에서 7곳 도시가 선정되면서 지역성이 오롯이 녹아난 독특한 문화가 고유의 가치를 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5년간 최대 200억 규모를 지원하며, 포항은 이로써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 구축이 가능해졌고 지역의 고유문화를 기반으로 한 ‘철 인문도시’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시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업들을 통해 5년간 문화도시를 조성한다.

민간 공연예술단체와 지역예술인들에게 안정적인 연습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공연예술연습장 조성, 중앙초등학교에 조성 중인 문화플랫폼은 순수예술, 응용예술, 창작·연구중심의 복합적 개념의 문화공간으로 꾸며 문화플랫폼 조성, 농어촌 지역의 문화기반 시설 확충을 통해 지역 간 교육·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민에게 다양한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한편 수준 높은 문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연일공공도서관 건립추진, 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어린이미술관 건립추진, 예술성 높은 클래식 공연으로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 향유 기회를 증대시키고 일상이 특별한 문화생활을 위한 시민만족 맞춤형 시립예술단 공연과 이 밖에도 新(신) 해변문화축제 개최, Green-Way 거리축제, 포항을 빛낸 인물 선양사업 추진, 문화예술단체 지원 사업 추진, 문화도시 아카데미 운영, 어린이 아카데미 운영 등을 추진한다.

지진의 아픔을 겪은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고 포항의 새로운 미래창출을 위해 문화정책 추진으로 문화도시 포항을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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