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잣대' 소급입법 적용은 바람직 하지 않다
  • 손경호기자
'고무줄 잣대' 소급입법 적용은 바람직 하지 않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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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도 이런 복마전이 없다. LH 사태와 관련해 투기 의혹이 고구마 줄기 엮이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공무원,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의원 등 공직자들을 총 망라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전수조사가 시작되면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으로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공직자들의 업무상 미공개정보를 남용한 재산증식을 근절하기 위한 법안들이 무더기로 국회를 통과했다. 특히, 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 수행이나 정보를 취급하는 공직 유관기관 직원들의 재산 등록 및 재산 형성 과정 기재를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국가기관·지자체·공직유관단체 등이 기관별로 부동산 유관 업무 종사자 및 이해관계자의 관할 부동산 신규 취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부동산 취득제한 제도’ 규정도 새롭게 도입했다.

미공개 정보를 사용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과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미공개정보 제공자’뿐만 아니라 ‘미공개정보를 제공받은 자’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또한, 범죄행위로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됨에 따라 위반 행위로 얻은 재산상의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5배 이하로 확대했다. 이익의 규모에 따라 징역을 가중하도록 해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징역에 처하도록 강화됐으며, 몰수·추징을 위한 규정이 신설됐다.

다만, 당초 당정이 꺼내든 소급 입법 적용 카드는 빠졌다. 국회가 LH 방지법을 처리하면서 당초 개정안에 있던 재산상 이익 몰수 규정을 소위 논의 과정에서 배제한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된 LH 공사 직원들이 향후 취득하게 될 투기이익을 소급하여 몰수·추징하는 방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소급 적용을 해야 3기 신도시 일대 투기자들의 땅을 몰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가라앉히기에는 미흡한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미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3기 신도시 투기꾼들은 이 법의 적용을 피해가게 된다. 투기 및 부패방지법이 아니라 ‘투기꾼 미꾸라지법’, ‘뒷북 투기금지법’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투기꾼들을 패가망신시킬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그냥 공염불로 그치게 됐다.

물론 소급적용이 남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 그러나 고무줄 잣대의 소급입법 적용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3법’ 통과 당시에는 법 시행 전에 체결된 임대차 계약에까지 소급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를 통과한 임차인의 계약갱신권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을 담은 개정안은 법 시행 전 이루어진 계약에도 소급 적용을 시켜 논란이 된 바 있다. 앞서 6·17 대책 때도 정부는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소급 적용했다.

이로 인해 성난 민심이 들끓고 있다. 부동산 대책 발표 때는 소급 적용 논란에도 임대차 3법 시행을 강행했으면서, 신도시 투기의혹에 대해서는 위헌 논란을 들어 소급 적용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집주인과 임대인은 소급 적용 대상이고, 투기꾼들은 소급 적용이 안 되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LH 방지법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을 수 없다. LH 방지 법안을 소급적용해 그동안 부당하게 쌓아올린 이득을 모두 몰수하고, 공직자들의 투기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야만 투기가 기승을 부릴 수 없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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