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청각에서 임시정부수립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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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청각에서 임시정부수립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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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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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1일은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일이었다. 경북지역의 행사는 경북독립운동기념관에서 99명이 참석하여 조용하게 치렀으며, 행사 후에는 임청각을 찾아 참배를 드리면서 도민들께 임시정부 수립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19년 3월 1일의 거국적인 만세운동 후 국민의 저항을 계획적으로 이끌 조직이 필요하다는 신념에서 3월 17일 연해주의 대한국민의회, 4월 11일 중국의 상해임시정부, 4월 23일 서울의 한성임시정부가 결성되고, 9월 6일 대한민국임시정부로 통합되어 독립의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민주공화제를 표방하여 국민이 주인이 되는 새 시대를 선언하였으며 정부조직은 대통령제에서 국무령제, 다시 주석제로 변천하면서 8번이나 임정청사를 옮기는 험난한 과정 속에서도 광복을 되찾을 때까지 줄기차게 전개된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다.

우리 지역에는 독립운동의 산실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인 임청각이 있다. 일제의 강권으로 강제병합이 되어 나라가 망하자 석주 이상룡 선생은 99칸 임청각의 가산을 정리하고 노비를 해방한 후 내앞마을의 처가사람들인 김대락, 김동삼 선생 등과 함께 만주로 망명하였다. 고향을 떠나며 선생께서는 거국음(나라를 떠나면서)을 남기셨다.

“이 땅에 적의 그물이 쳐진 것을 보았으니, 어찌 남아가 제 일신을 아끼랴! 고향 동산에 머물며 슬퍼하지 말지어다. 태평성세를 맞는 훗날 다시 돌아와 머물리라.”

만주로 망명한 선생은 이회영 선생 등과 함께 항일독립운동기지의 건설을 위해 1911년 6월 10일 서간도 삼원포에 신흥강습소를 설립했고 훗날 신흥무관학교로 명칭을 바꾸어 수많은 독립군을 양성함으로써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의 승전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선생은 1925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으로 취임하여 독립운동 조직의 통합에 노력했고 일제의 추격을 피해 만주의 황량한 벌판을 전전하시다 1932년 “광복이 되기 전에는 내 유골을 가져가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서거하시었다. 선생의 유해는 소원에 따라 1990년 국가보훈처에서 거행한 해외 선열의 유해봉환사업의 첫 대상자로서 귀국하여 서울현충원에 영면하고 계신다.

일제는 11분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임청각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항일의 맥을 끊고자 1941년에 마당을 가로지르는 철로를 건설했다. 의미있는 행사를 치를 때마다 지나가는 기차의 굉음소리에 우리의 외침이 묻혀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지난해 말 일제의 흉악한 잔재를 걷어내는 행사를 가졌다. 지난해 12월 16일에 임청각 앞을 지나는 마지막 열차가 운행되고, 다음날에는 임청각의 경관을 막고 있는 방음벽과 철로를 철거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일제의 망령을 뿌리치듯 망치로 힘껏 내리쳐 부수어버렸다. 앞으로 2025년까지 임청각의 복원사업이 마무리되면 시민, 청소년들이 군자정 마루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석주 선생의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겨 볼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국가보훈처에서는 임정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첫 삽을 뜬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을 올해 중에 완공해 대한민국의 법통이 임시정부에 있음을 확인하고, 또한 금년에 설립 110주년을 맞이하는 신흥무관학교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기념사업도 추진해 나갈 것이다. 경북북부보훈지청에서도 안동시에서 추진하는 임청각 복원사업을 협조하고, 국무령이상룡기념사업회에서 준비하는 만주망명 110주년 행사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며 경북독립운동기념관과 협업하여 현충시설 체험활동을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활성화시킬 계획으로 있다. 이와 같은 역사의 현장체험을 통해 젊은세대들이 일제의 만행을 돌아보고, 해외에 독립운동 기지를 건설하였던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이어받아 세계 속에 진취적인 기상을 펼쳐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우진수 경북북부보훈지청 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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