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제는 말(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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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제는 말(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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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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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동화로 보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삼국유사:경문대왕편’에서 전해내려 오는 설화이다. 신라 제48대 경문왕은 왕위에 오르자 갑자기 귀가 길어져서 당나귀의 귀처럼 되었는데, 이 사실을 아는 것은 두건을 만드는 장인(匠人)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홀로 아는 비밀을 평생 말하지 않다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도림사의 대나무숲 속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다. 그 후 바람이 불 때면 그 대나무숲에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는 소리가 났고, 경문왕은 이 소리가 듣기 싫어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그곳에 산수유를 심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바람이 불면 “임금님 귀는 길다”고 하는 소리로 변해 들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선거문화 또한 이 두건장인이 비밀을 말할 수 없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사전선거운동으로 인한 선거의 과열, 선거운동기회의 불균형 등을 이유로 선거기간 전의 선거운동을 엄격하게 제한·금지하여 왔었다. 물론 공직선거법에 따라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후보자와 선거운동기간 및 그 주체·방법 등의 제한으로 인해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인 선거운동이 제한됐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설화에서도 경문왕이 두건장인에게 자신의 비밀을 유지하라는 명을 하였고, 그 결과 두건장인은 평생 말 못할 비밀로 가슴 속에 담아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20년 12월 29일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선거일이 아닌 때에 말(言)로 하는 선거운동은 옥내·외에서 개별적으로 할 수 있고, 송·수화자 간 직접 통화하는 방식의 전화를 이용하는 것도 허용되었다. 선거운동의 범위가 문자메시지, 전자우편 또는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선거운동을 넘어서 오프라인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설화의 두건장인의 말한 비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될 수 있으나,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은 허위사실 또는 비방에 이르지 않는다면 이전과 달리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2022년에는 제20대 대통령선거(3월 9일)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월 1일)가 함께 치러지는 ‘양대선거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과거 선거에서처럼 후보자나 정치인만 선거운동을 하던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높아진 정치의식과 변화된 선거환경에 맞게 유권자는 피동적으로 투표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정치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시대라고 할 것이다. 다가오는 선거에서는 유권자인 스스로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言)할 수 있는 참여하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


김한석 군위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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