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자유발언의 정치학
  • 모용복선임기자
5분 자유발언의 정치학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1.0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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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대의기구인 지방의회는
현안 논의되는 ‘民意의 전당’
의원들 발언 통해 의견 피력
그중 5분 자유발언 가장 선호
‘5분 발언 전문가’ 김성조 의원
교육·재난·현안사업까지 망라 
5분 발언 속엔 지역현안 가득
‘시의원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할까?’ ‘혹시 혈세만 축내고 일은 별로 안 하는 게 아닐까?’

많은 시민들은 이런 의구심을 갖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자(記者)인 필자도 이런 의문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올해 1월, 두툼한 코트를 걸치고 포항시의회 출입을 시작한 것이 벌써 여름 문턱이다. 그동안 네 차례 임시회가 개회돼 사실상 매 달 회기가 열리고 있으니 시의원들이 그저 놀고 먹는 사람들은 아닌 게 분명하다.

대의기구인 지방의회는 지역 현안사업과 더불어 각종 민원과 청원이 활발히 논의되는 민의의 전당이다. 주민 대표인 의원들은 지역구 주민들을 대신해 집행부에 민원을 요구하고, 불합리한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조례를 만드는 데도 적극 참여한다. 또한 각종 발언을 통해 집행부의 미흡한 행정을 추궁하고 민원을 적극 개진하기도 한다.

의회에서 이뤄지는 발언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회의 의제와 직접 관련 있는 제안설명, 질의와 답변, 토론이 있으며, 회의 의제와 무관한 의사진행발언, 5분 발언, 신상발언 등이 있다. 의원들은 이런 발언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하고 시정에 반영토록 종용한다.

그 중 백미(白眉)는 단연 ‘5분 자유발언’이다. 이는 의제가 된 의안과 청원, 지역현안이나 민원에 대해 의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의장이 5분 이내에 발언을 허가하는 제도로서, 발언자는 회의시작 전 미리 발언 요지를 작성해 의장에게 신청해야 하며 의장은 사전 협의를 통해 발언자 수와 순서를 정한다. 두 명이나 세 명, 많게는 너댓 명 의원들이 나와 발언을 이어가면 점심시간을 넘기기가 일쑤여서 끝까지 경청하려면 조금은 인내심이 요구된다.

5분 자유발언에서 의원들은 지역현안과 민원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어 지방의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언론에서도 제기된 각종 현안사항을 경중에 따라 적극 다루고 있으며, 특히 신문에서는 기사에 해당 의원 얼굴 사진을 넣어 지면에 편집하는 경향이 많아 의원들은 의정활동을 지역민에게 알릴 수 있어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선호하지만 아무나 발언대에 서는 건 아니다. 5분 발언을 하기 위해선 지역 현안과 민원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5분 발언을 잘하기 위해선 평소 지역구 주민과 접촉기회를 자주 가져야 하며 간담회 등 모임을 통해 주민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또 평소 지역 현안에 대한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 주민 대표로서 민원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지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5분 자유발언은 의정활동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포항시의회 본회의 5분 자유 발언대에 단골로 서는 의원이 있어 눈길이 갔다. 이 시의원은 회기가 있을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단상에 오르는데, 네 차례 임시회 동안 5분 발언대에 얼굴을 내민 의원이 손에 꼽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열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주인공은 4선의 김성조 의원(68).

일흔을 바라보는 그는 나이를 무색케 할 만큼 목소리는 우렁차고 어조엔 힘이 넘쳤다. 뿐만 아니라 사진, 차트를 활용한 문제 제기로 사안 해결의 당위성을 배가시키는 등 신진 못지않은 활발한 연구열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김 의원을 두고 주위에서는 ‘5분 발언 전문가’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포항시의회 전체 37건 중 그가 한 5분 발언이 7건(20%)이나 된다. 김 의원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임하는지 지표가 잘 보여주고 있다.

횟수가 많다고 해서 내용이 부실한 것은 아니다. 그가 지난해 한 5분 발언 내용을 들여다보면 포항해양과학고 다목적 어업실습선 건조 지원, 감염병 대응 TF팀 신설 및 대학병원 유치, 지진특별법 2차 시행령 개정안 보완 요청 및 지열발전소 시추기 철거 유보, 포항시 화장장 연중무휴 운영, 영일만 횡단대교 조속한 건설 요청 등 교육에서부터 재난, 현안사업까지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김 의원뿐만 아니라 의원들이 하는 발언 속에는 지역 현안이 알곡처럼 가득 차 있다. 5분 발언을 하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구 주민을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발언지를 작성하고 필요한 사진과 통계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준비 과정을 통해 지역민을 대표하는 진정한 대변자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5분 자유발언은 의정활동의 ‘알파요 오메가’이며, 지방정치의 모든 것이 그 속에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회기에는 또 어떤 민원과 현안이 5분 발언대에 오를까 벌써 기대된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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