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제한', 스릴감 넘치는 고구마 파티…발군의 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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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제한', 스릴감 넘치는 고구마 파티…발군의 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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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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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평범한 출근길, 바른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 분) 조수석 서랍에 있는 줄도 몰랐던 휴대폰으로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이어 성규는 자신의 차에 폭탄이 설치돼 있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해도 운전석 밑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할 것이라는 협박을 듣게 된다. 평범한 장난전화인 줄 알았던 전화였지만, 범인의 전화는 계속되고 성규는 뒷자석에 탄 아이들 때문에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범인은 현금으로 9억원과 더불어 17억원을 추가 송금하라고 요구한다.

셀프 주유소에서 직원에게 팁을 쥐어주며 어렵게 주유를 한 뒤 아이들의 학교 앞에 도착한 성규는 결국 학교를 지나치고 만다. 당황한 그에게 부지점장의 전화가 걸려온다. 부지점장 역시 자신의 차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 이야기를 믿지 않아 차에서 내리려는 아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성규는 부지점장의 차가 세워진 갤러리 앞에서 결국 그들의 차가 폭발해 버리고 마는 것을 목도하고 충격에 빠진다. 범인은 다시 전화를 걸어 죽은 부지점장 몫의 돈까지 책임지라며 17억원을 더 요구한다. 이제 성규는 차에 앉은 채로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구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부지점장 차 폭발 사고 당시 파편을 맞은 초등학생 아들은 피를 흘리고 있는 상황. 비정한 범인은 송금이 100% 끝나야만 차에서 내릴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한다.

지난 16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서 공개된 ‘발신제한’은 평범한 범죄 스릴러 설정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상황을 현실감 있게 묘사한 연출과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몰입도를 높이는 영화였다. 22년만에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게 됐다는 조우진은 보는 이들을 극한의 상황 속으로 함께 끌고 들어가는 듯한 내공 가득한 연기로 95분간의 서스펜스를 책임진다. ‘주연 배우 조우진’의 발견의 의미가 크다.


‘발신제한’은 스페인 영화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원제 retribution)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영화다. 한국 스타일로 개량된 ‘발신제한’은 한국적인 캐릭터 및 상황 설정으로 공감을 준다. 성취를 위해 일에 매진하는 인간미 부족한 가장과 그런 아빠에게 섭섭함을 느끼는 사춘기 딸, 이기심으로 인해 피해를 입히고도 ‘합법’이라는 명목 아래 양심을 버려온 인물들을 묘사하는 면이 그렇다. ‘최종병기 활’ ‘명량’ ‘표적’ ‘터널’ 등의 편집감독 출신인 김창주 감독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출로 볼만한 오락 영화를 완성헀다. 보통 오락 영화에서 ‘지나친 교훈’은 독이 되기도 하지만, ‘발신제한’에서는 분명하게 초점이 맞춰진 메시지가 오히려 허무할 수도 있었던 범죄 영화에 의미를 부여하며 밸런스를 맞춰주는 느낌이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 묘사는 자연스러워 좋다. 각본 덕분이라기 보다는, 배우들의 힘이 컸다. 이재인은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흡인력 있게 그린다. 위기 상황 속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끈끈해지는 부녀의 모습은 뭉클함을 준다. 범인을 연기한 지창욱의 존재감도 돋보인다. 주인공 성규를 위기로 몰아가는, 자비라고는 없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보는 이들에게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절망감을 준다. 하지만 이처럼 서늘하고 인정없는 지창욱의 목소리와 조우진의 절박한 연기가 어우러져 영화의 서스펜스를 완성한다.

다만 극의 말미가 되도록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을 못 하는 ‘무능한 경찰’ 설정에는 다소 맥이 빠진다. 흐름상 주인공인 성규와 진우(지창욱 분), 딸 혜인(이재인 분)이 다함께 절정을 향해 나아가게 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지만, 경찰에게 조금 더 역할을 부여했다면 결말이 조금 더 풍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러닝타임 95분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이다. 오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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