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는 왜 멸종동물의 아이콘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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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는 왜 멸종동물의 아이콘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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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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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기부 활동은 널리 알려졌다. 가까운 사례를 보면 2020년 호주 산불 구호 활동에 35억원, 2019년 아마존 화재 피해 복구에 61억원를 각각 기부했다.

그런 디카프리오가 이번에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멸종 위기 동물을 구하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섰다. 기부 금액도 역대급이다. 디캐프리오는 최근 ‘리:와일드’(re:wild)라는 국제야생보호기구를 출범시키고 4300만달러(약 482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리: 와일드’ 출범 영상을 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지구에 남아 있는 야생 지역의 절반 이상이 수십년 내에 사라질 수 있다.”

‘리: 와일드’의 첫 번째 사업은 멸종 위기에 놓인 핑크 이구아나, 갈라파고스 땅거북 등을 보호하고 야생환경을 복원하는 일이다.

디캐프리오의 갈라파고스 멸종 위기 동물 구호활동 기사를 접하면서 퍼뜩 생각난 게 도도(Dodo)다. 사라져버린, 멸종동물의 대명사 도도. 오래전에 읽은 책 ‘자연의 빈자리’(A Gap in Nature)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떠올랐다.

팀 플래너리 글·피터 샤우텐 그림의 ‘자연의 빈자리’(지호, 이한음 번역)는 세상에 나왔다가 영원히 사라져버린 멸종 동물 103종을 다루는 책이다. 부제는 ‘지난 5백년간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

이 책은 내게 퍽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도도(1681년 멸종), 스텔라바다소(1768년 멸종), 태즈매이니아 늑대(1936년 멸종)가 잊혀지지 않았다. 103종 중에는 코스래뜸부기, 라이산뜸부기, 웨이크뜸부기, 줄무늬날개뜸부기도 있었다. 뜸부기. 우리는 모두 뜸부기를 기억한다. 어린 시절 자주 불렀던 동요 ‘오빠 생각’에 뜸부기가 나온다.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내가 18년 전에 읽은 책 ‘자연의 빈자리’를 서가에서 한 번에 찾아낸 것은 어린 시절 보았던 뜸부기 이야기가 들어있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도도가 멸종동물의 아이콘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독특한 외양 때문이다. 도도는 땅에 둥지를 트는 비둘깃과 새다. 1m 정도의 키에 행동이 느려 포식자에게 잡히기 쉬웠다. 도도는 1681년에 마지막으로 목격되었고, 영국 옥스퍼드대 애시몰린 박물관에 단 하나의 표본이 남아있다.

도도는 인도양 마스카렌 제도에서 서식했던 동물이다. 마스카렌 제도라고 하면 인문지리에 해박한 사람조차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하지만 모리셔스 섬 하면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에 있는 커다란 섬이 마다가스카르다. 애니메이션 제목에도 등장하고 바오밥 나무로도 유명한 고구마를 닮은 섬. 마다가스카르 동북쪽에 모리셔스 섬, 레위니옹 섬, 로드리게스 섬 등으로 이뤄진 게 마스카렌 제도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모리셔스 섬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는 1500년 포르투갈 탐험대였다. 그다음이 네덜란드인. 1598년 네덜란드인이 이 섬에 기지를 건설하고 정착했다. 그로부터 백년도 지나지 않아 도도는 멸종했다.

네덜란드인은 식량의 대부분을 현지 조달했다. 섬에는 포식자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덩치는 크고 행동이 굼뜬 날지 못하는 새 도도가 지천이었다. 도도는 닭장 속의 닭보다 잡기가 쉬웠다. 사냥할 때의 흥분과 긴장 같은 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네덜란드인이 사냥하면서도 이국적인 동물에 관심을 가져 기록하고 그림으로 남겼다는 사실이다. 1598년 모리셔스섬에 정착한 네덜란드 선원은 서툰 도도 그림과 함께 짧은 글을 몇 줄 적어놓았다. 이 글은 19세기 말 영어로 번역되었다.

‘선원들은 깃털 달린 새를 사냥해 먹지. 그들은 종려나무를 두드려, 엉덩이가 토실토실한 도도를 잡고,사로잡힌 앵무새가 비명을 지르고 소리를 지르면, 그 동료들도 유인당해 잡히지’

한두 번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여러 번 읽고 상상력을 동원하면 어렴풋하게 어떤 그림이 그려진다. 선원들은 포식자 인간을 피하지 않는, 움직임이 느린 도도를 식은 죽 먹기로 사냥했다는 뜻이리라.

루이스 캐럴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어 관용어구에 ‘도도처럼 죽은’(dead as dodo)이 있다. ‘의심할 바 없이 죽은’, ‘멸절된’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정말로 죽어 없어진 무언가를 가리킬 때’ 쓴다. ‘도도의 길로 가다’는 멸종이 되다, 실용성이 없어지다, 쓰임새가 사라지다 등의 의미가 있다. 명사 ‘도도’는 속어로 어리석고 둔한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하기도 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도도는 뚱뚱한 몸집에 대한 비유로 쓰이거나 이국적인 땅을 가리킬 때 등장하곤 한다. 1865년 영국에서 나온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 판타지 소설에서 주인공 앨리스가 만나는 낯선 동물 중에 도도가 등장한다. 도도가 여러 멸종동물 중에서 멸종동물의 아이콘이 된 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기 때문이다. 토끼굴로 들어간 앨리스는 몸이 커졌다 작아지며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는데 ‘제2장 눈물 웅덩이’의 끝부분에 도도새가 등장한다. ‘제3장 코커스 경주와 긴 이야기’에서 앨리스는 도도새와 말을 나눈다.

소설에서 도도는 이국적인 신비한 곳을 상징하는 장치로 등장한다. 이것으로 미뤄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도도에 관한 화제가 활발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작가 루이스 캐럴(본명 찰스 도지슨)은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이자 사진작가였으니 대학 박물관에 표본이 있는 도도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리라.

어린이 그림책 중에 피터 브라운의 ‘하늘을 나는 도도’가 있다. 펭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작품은 하늘을 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날개 달린 동물들이 한데 모여 하늘을 날 방법에 대해 궁리를 한다는 이야기다. 닭, 오리, 타조, 도도, 펭귄 등이 등장한다.

모리셔스는 도도의 고향이다. 비록 사라져버렸지만 도도는 여러 종류의 상품에서 마스코트로 등장한다. 도도는 모리셔스의 국가문장에도, 동전 디자인과 지폐의 복제방지 그림인 워터마크에도 나온다. 모리셔스와 가까운 섬이 프랑스령 레위니옹(REunion)이다. 이곳에 딱 하나 있는 맥주 공장이 부르봉 맥주인데, 별칭 ‘도도 맥주’로 더 유명하다. 맥주를 판매하는 가게에는 귀여운 도도 그림과 함께 ‘La dodo lE la’(도도가 여기 있다)가 붙어 있다.

도도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보호운동의 심볼로 사용된다. 1963년 설립된 ‘뒤렐 야생동물 보호신탁’이 대표적이다. 고무 도도상(rubber dodo award)이라는 상도 있다. 왜 도도상 앞에 ‘고무’가 붙었을까. 가짜라는 의미다. 생물다양성센터가 야생공간이나 생물종 다양성을 파괴하는 단체나 국가에 부여하는 불명예다.

최근에 번역된 다비드 칼리의 그림책 ‘그림자의 섬’(웅진주니어)은 동물의 악몽을 치료하는 왈라비 박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왈라비 박사는 태즈매이니아 늑대를 멸종된 동물들의 영혼이 모여 사는 섬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꿈과 환상이라는 내러티브 장치를 통해 멸종 동물들을 현재의 세상으로 하나씩 소환한다.

‘자연의 빈자리’는 멸종동물 백과사전이다. ‘그림자의 섬’은 ‘자연의 빈자리’의 판타지 버전이라 할만하다. 디캐프리오 덕분에 잊고 지내던 도도새를 생각의 창고에서 꺼내 보았다. 조성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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