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에 희망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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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에 희망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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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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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는 돌았지만, 풍차는 없었다. 옛날 한국인들은 물의 힘을 이용해 방아를 돌렸다. 그러나 바람을 이용하여 풍차를 돌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풍차는 유럽 사람들이 바람의 힘을 이용하여 육지로 들어온 바닷물을 다시 바다로 퍼내던 기계 장치다. 오늘날 덴마크 등 서유럽 국가들이 풍력발전 분야에서 첨단을 걷게 된 모태가 풍차가 아닐까.

세계는 지금 에너지 혁명의 소용돌이를 타고 있다.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2050년 탄소중립’은 인류의 절박한 과제가 됐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과 석유 대신에 햇볕과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어 써야 한다.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풍력 터빈은 태양광 패널과 함께 재생에너지 산업의 양대 기둥이다.

늦었지만 한국도 새로운 풍차 시대에 합류했다. 1998년 제주도 행원리 바닷가에 덴마크의 베스타스가 만든 600㎾ 용량의 풍력터빈을 처음 도입한 이래 대관령과 서남해안에는 하얀 날개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차가 낯설지 않는 풍경이 되었다. 덴마크에서 수입해야 했던 풍력발전기도 이제는 두산중공업이나 유니슨 같은 한국기업이 3MW짜리 풍력터빈을 상업적으로 제작·설치하는 기술 경지에 이르렀다.

풍력발전의 기술 진보와 발전량 확대는 눈부시다. 산이나 해안에 설치되던 풍력발전소는 이제 바다 한가운데로 이동하는 해상풍력 시대로 가고 있다. 바람이 강하고 입지확보가 비교적 쉬운 바다 위에 풍력터빈을 세우는 해상풍력(off-shore wind-farm)이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신안 앞바다에 원자로 6기에 해당하는 8.2 GW 발전용량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기공되었다.

해상풍력 1등 국가는 대서양의 서풍을 잘 이용하는 영국이다. 최근 영국 동해안 해변에서 40㎞ 떨어진 해상에 설치된 ‘이스트앵글리아 원’ 풍력단지는 102기의 대형 터빈이 생산하는 전기를 약 60만 가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2019년 영국의 해상풍력 발전설비 총용량은 9.7GW다. 그 뒤를 독일 중국 덴마크 벨기에 등이 쫓아가고 있다. 전 세계의 해상풍력 발전용량은 291GW다. 바다속 석유를 퍼올리던 해상시추선과 유조선을 대신하여 풍차가 바다를 수놓고 있다.

해상풍력이 재생에너지 한 축으로 자리잡으면서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되고 있다. 풍력발전 기술의 핵심은 터빈, 즉 날개다. 날개가 클수록 발전량도 많아진다. 바람과 잘 조응해서 큰 날개가 잘 돌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설계를 놓고 세계의 풍력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풍력발전 기술과 시장 점유에서 선두 주자는 덴마크 베스타스(Vestas)다.

미국이 뒤늦게 뛰어들었다. GE는 원자로, 비행기 엔진, 발전설비 등을 만들어온 미국기계 공업의 챔피언이다. 2002년 기업합병을 통해 풍력사업에 뛰어들었다. 작년 GE는 영국 풍력단지에 공급하기 위해 어느 회사도 만들어보지 못한 초대형 풍력터빈 시제품 ‘해리에덱스’(Haliade-X)를 선보였다. 발전용량이 무려 13MW이며 날개 회전 직경 220m로 축구장 길이 2배인 괴물 풍차다. 1만2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덴마크가 1991년 최초로 세운 풍력터빈이 450kW 용량이었으니 30년 동안 30배나 늘어난 것이다. 베스타스도 GE 풍차와 맞먹는 터빈을 내놓는다고 하니 기술발전 속도가 아찔하다.

한국에 풍력발전기가 처음 설치된 곳은 경기 화성군 엇섬이다. 1974년 말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 경진대회에서 1등을 한 엇섬주민에게 줄 선물을 생각하다가, 그해 풍력발전 아이디어로 공무원 제안(提案) 은상을 받은 체신공무원 교육원 신찬 교사를 떠올렸다. 박 대통령은 한국과학원장과 신찬 교사를 청와대로 불러 설명을 들은 후 과학원장에게 엇섬에 풍력발전기를 세워 전기불을 밝혀주라고 지시했다.

과학원 개발팀이 1974년 신 교사의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2kW짜리 풍력발전기를 만들어 엇섬에 세웠다. 요즘 수준으로 보면 바람개비다. 바닷마을에 기적같이 전기불이 들어왔지만 풍력터빈은 1년도 견디지 못했다.1975년 여름 태풍에 날개가 부러져 버렸다. 신찬 교사는 “풍력터빈이 첨단기술이란 것을 간과했다”고 당시를 회고 하며 말한 적이 있다.

지금 한국에선 두산중공업과 유니슨이 풍력터빈 분야의 대표 기업으로 기술개발에 여념이 없다. 제주 해상과 부안 앞바다에는 두산중공업이 제작한 3MW짜리 풍력터빈이, 영광풍력단지에는 유니슨이 제작한 2MW짜리 풍력터빈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경제의 발전에 부응한 풍차 기술의 진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아무리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재생 에너지 보급률을 높여도, 그 기술과 제품을 외국서 도입해서 쓰면 국가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베스타스, 지멘스, GE 등 해외기업에 좋은 일일 뿐이다. 더욱이 에너지 혁명으로 풍력발전설비는 20세기 석유산업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미국은 무진장하게 매장되어 있는 석탄과 셰일 석유를 버리고 바람을 잡으려 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원자로, 자동차, 조선 분야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겨루고 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낸 산업 DNA를 갖고 있다. 연구개발(R&D)과 합리적인 정책이 융합되면 한국도 첨단 풍차의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김수종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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