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가지는 과감히 쳐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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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가지는 과감히 쳐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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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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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가 되면 하염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아쉬워한다. 2021년 상반기가 저 강물처럼 흘러가 버렸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허락도 없이, 2021년 하반기가 이 장마처럼 내 삶을 덮쳤다. 이럴 때,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하는 두 가지 수련이 있다. 하나는 하얀 방석에 눈을 감고,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려놓는 좌정이다. 이 의례는 마음을 가라앉혀 2021년 하반기에 완수해야 할 임무를 가만히 떠올려 보는 침묵의 수련이다. 눈을 지그시 감는다. 다시는 눈을 떠서 쓸데가 없는 것. 욕심과 욕망을 부추기는 것, 남이나 남에 대한 글이나 사진을 훔쳐보는 것을 하지 않겠다는 결의다. 내가 가부좌를 틀고 앉은 이유는, 발을 디디고 일어서서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장소를 가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손을 무릎에 가지런히 놓은 이유는, 손을 사용할 경우에는, 내가 되어야 할 미래의 내 자신에 흠이 되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절제다.

또 다른 수련행위는 산책이다. 산책은 내가 매일 종교적으로 행하는 짧은 순례다. 내가 정한 산책 코스가 순례길이다. 그 구간은 나의 하루이며 동시에 인생이다. 그 구간은 오늘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깊이 고민하는 여정이다. 그런 경우, 개울, 강, 숲, 고니, 개구리, 오리, 뱀과 같은 자연이 기꺼이 스승이 되어준다. 장마로 불어난 시냇물은 자연스럽게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흐른다. 바위와 같은 장애물이 나오면, 서슴지 말고 힘차게 넘어간다.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명상록’에서 말한 것처럼, 장애물은 곧 길이다. 시냇물은 커다란 바위가 자신의 길을 가로막으면, 그것을 극복하느라 속도를 더하고, 돌아가면서 와류를 발생 시켜 물을 정화한다.

나는 산책길 끝에 있는 뽕나무의 운명이 궁금했다. 어제 아침, 동네 농부가 뽕나무의 가지를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뽕나무 뒤에는 농부가 석 달 전에 심은 옥수수가 무성하게 다 자랐다. 어제 그는 나에게 잘라낸 가지에 붙어있는 말라붙은 오디를 보여주며, 가지를 쳐야 튼실한 오디 열매를 맺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덤으로 느타리버섯과 상황버섯도 재배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심하게 가지치기를 하면, 뽕나무가 오히려 오디를 맺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어리석은 질문에 온화한 미소를 지면서 말한다. “가지가 없으면, 뿌리에서부터, 새로운 줄기를 내어, 새로운 가지가 생겨요. 가지를 바싹 치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뽕나무 아래를 보세요. 새롭게 줄기를 내 원래 줄기를 감싸고 올라, 더 큰 가지를 내요.”

그는 전기톱을 이용하여 자신의 손이 닿은 곳 가지를 쳐냈다. 그리고 저 위에 있는 가지를 자르기 위해, 톱을 가지고 올라가 잘라낼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 하루 종일 걸릴 것이라고 걱정하였다. 그러자 농부는 대수롭지 않게 “두 시간 정도면 다 마쳐요. 오늘 오후에 다른 할 일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오늘 아침 산책길에 뽕나무에 운명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 싶었다. 뽕나무는 거의 나신이 되었다. 모든 잔가지가 잘렸고, 줄기로부터 나온 굵은 가지도 가차 없이 절단되었다. 앙상한 줄기만 남은 뽕나무다. 나에게는 거의 죽은 나무이지만, 지혜로운 농부에겐 이런 심한 전정이 뽕나무를 위한 최선이다.

자신이 원하는 결실을 맺기 위해, 과감하게 가지를 쳐야 한다. 과감은, 자신의 추측보다 더 엄격하고 가혹하게 단절하는 용기다. 과감은, 자신의 밭에 있는 나무를 보고,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을 예상한 후에, 단호하게 정리하는 실행이다. 2021년 하반기를 시작하면서 내가 잘라내야 할 군더더기는 무엇인가? 전정이란 미리 도끼를 사용하여, 정색을 하고 다가올 미래를 정리하는 간절한 의례다. 나는 2021년 하반기를 위해 무엇을 전정해야 하는가?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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