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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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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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의 흐름을 전류라 한다. 어둠을 환하게 밝히고 동력을 발생시켜 세상 모든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전류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전류를 흐르게 하려면 전하가 움직일 수 있도록 전위차가 있어야 한다. 이 전위차로 생긴 압력을 전압이라 한다. 우리는 이를 통상적으로 전기라고 말한다. 전기는 모든 생명체의 구성요건에도 절대적이다.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원자는 양성자인 원자핵과 마이너스 전하를 가지고 있는데 양성자와 전자가 서로 당기는 힘 때문에 인간이나 동물들이 형상을 유지한다. 만약 전하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원자가 형태를 유지하지 못해 우리 몸은 순식간에 먼지로 변해 버린다. 또한 물체 간의 인력이 사라져 중력이 극단적으로 커진 지구는 아주 작게 쪼그라들어 중성자별이 되어 세상은 종말을 맞게 된다.

자연계에서 전하가 저절로 사라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어느 날 갑자기 전력공급이 중단된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생산공장과 산업시설은 가동을 멈춘다.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도 멈춘다.(물론 비상 발전기가 있기는 하지만 한시적이다) 수십 층 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걸어서 내려오거나 올라가야 한다. 불이 꺼진 암흑 속에서 촛불을 켜야 하고, 열대야의 무더운 밤일지라도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돌릴 수 없다. 인터넷을 할 수도 없고 TV를 볼 수도 없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변기에 볼일을 보고 나서 물을 내릴 수도 없다. 몇 가지만 나열하였는데도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상황이지 않은가.

전기는 현대인의 일상생활과 모든 산업의 알파요 오메가다. 전기가 없으면 온 세상이 즉각적으로 마비되기 때문이다. 인류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여러 가지 1차 에너지원을 사용한다. 천연가스나 석탄을 연소시키거나 태양광, 풍력 등 자연계의 에너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어찌 됐든 1차 에너지원을 변환하여 최종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사람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2차 에너지 즉, 전력이다. 그런데 고분자 탄화수소 화합물인 석탄은 연소 시 다량의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발생하고, 비교적 청정에너지라고 불리는 천연가스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고 미세먼지를 방출하지는 않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문제점이 있다. 풍력이나 태양열을 이용한 자연계 에너지원은 기후나 시간적 변동성이 커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불가능하고 전력생산량도 미미하다.

역시 대안은 원자력발전이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처럼 핵이 무거운 원자가 분열할 때 발생하는 열로 물을 끓이고 여기서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어내는 원리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부터 원전을 운영하여 안정적이고도 경제적인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경제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특히 25기나 되는 원전을 건설하면서 축적된 기술에 따른 안전성과 효율성, 원전 운영에 대한 노하우는 세계 최고수준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체르노빌 사고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생중계로 목격하게 되자 원자력발전이 과연 안전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고, 문재인 정권은 출범직후 탈원전 정책부터 시행했다.

원전 사고는 한번 발생하게 되면 수습이 어렵고 피해가 광범위하며, 주변 지역은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오랫동안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황무지가 된다. 따라서 탈원전은 국민 안전을 위해 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너무 성급했다는 데 있다. 천연자원이 전무한 에너지 빈국이면서도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특성을 감안하여 국가 에너지 수급 백년대계를 내다보며 치밀한 대안을 마련하고 점진적으로 시행하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탈원전 정책을 성급하게 시행하려다 월성원전의 조기 폐쇄 과정에서 경제성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문재인 정권의 아킬레스가 되었다. 대체전력 생산을 위해 전국의 산야에 축구장 3,600개가 넘는 면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며 신재생 에너지 전환정책을 대대적으로 밀어붙였지만, 태양광 설비의 발전량은 전체전력생산량의 1%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울 1·2호기는 완공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운영 허가를 1년 5개월이나 질질 끌어 전력판매금을 비롯한 손실이 최소 6조 원 이상이 된다고 한다.

원전을 이용한 전력생산은 소설이나 영화처럼 픽션이 아니다. 과학이자 공학이며 프로세스다. 치밀한 대안없이 추상적 개념으로 시행한 탈원전 정책은 이제 전원 공백으로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올해 들어 공급예비전력이 통상적인 안정 수준 1,000만Kw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특히 다음 주부터 강한 폭염과 열대야가 올 것으로 예보되어 전력사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여 년 만에 전력예비율이 5% 이하가 되는 전력 대란이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주요발전소에서 고장이 생겨 전력생산을 할 수 없다면 블랙아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는 한 전력공급 부족 현상은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고 정책을 전환하는데 어떨는지. 이철우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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