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을 위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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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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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을 위한 팡파르’라는 곡이 있다. 미국의 1·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들을 위해 신시내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유진 구센이 당시 미국 부통령 헨리 월리스의 ‘보통사람들의 세기’(Century of the Common Man) 연설을 듣고 영감을 얻어 작곡을 의뢰한 곡이다. 처음엔 ‘병사들을 위한 음악’과 같은 제목이었지만 월리스의 연설에서 착안해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르’로 바뀌었다고 한다. 높은 지위에 위치한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를 위해 쓰여진 음악. 당당하고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팡파르. 이 곡을 쓴 이는 바로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아론 코플랜드(Aaron Copland, 1900~1990)다. 코플랜드 다양한 미국의 모습을 음악에 담아냈다. 미국 포크 송을 차용하기도 했고 링컨의 연설문을 넣어 ‘링컨의 초상화’라는 작품을 쓰기도 했다.

코플랜드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곡은 ‘아팔라치아의 봄’이다. 아팔라치아는 미국의 동부에 있는 산맥이다. 이 곡은 개척시대에 이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농민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발레를 위해 제작한 이 곡은 한 부부가 자신들의 터전을 개척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순회 설교자가 등장해 설교를 하고 연로한 개척자 여성이 도움을 준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부부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끼지만 그 안에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찾는다. 제목처럼 아팔라치아 산맥에 찾아온 봄의 희망을 그리는 이 작품으로 코플랜드는 1945년, 퓰리처상과 뉴욕 음악 비평가 연맹상을 수상한다.

농민들의 개척과 신앙의 요소들은 미국의 화가 그랜트 우드(Grant DeVolson Wood, 1892~1942)의 ‘아메리칸 고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30년 미국의 농가를 배경으로 서 있는 남녀를 그린 이 작품으로 우드는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됐다. 우드는 아이오와주 엘던에 있는 미국 고딕 양식의 집을 보고는 ‘이런 집에 살면 좋을 만한 사람’을 표현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자신의 여동생 낸 우드 그레이엄과 동네 치과 의사 바이런 맥키비를 모델로 그림을 그렸다.

우드는 이 그림을 시카고 미술관이 주최하는 대회에 출품했는데 신통치 않게 여겼던 심사위원의 반응과는 달리 한 박물관 후원자의 설득으로 수상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은 독특한 화풍으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정작 아이오와의 주민들은 분노를 터뜨렸다. 그림에 등장하는 남녀가 ‘초췌하고 엄숙한 얼굴을 한 청교도적 성서광들’처럼 묘사됐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우드는 이에 대해 “아이오아인들에게 감사를 표한 것”이라 해명했다. 이 작품에는 수 많은 해석이 붙여졌다.

어떤 이들은 미국사회에 내재된 억압을 표현한 것이라 했고 어떤 이들은 대공항을 극복하는 미국의 개척정신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논란들 덕분인지 아니면 많은 미국인들이 이 그림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던 것인지 몰라도 이 작품은 수 많은 모습으로 변주됐고 미국을 대표하는 그림이 됐다.

미국 중서부 지방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사실적인 묘사로 화폭에 담아 예술로 승화시킨 우드처럼 코플랜드는 미국 서부 카우보이의 모습을 주제로 발레 음악 ‘빌리 더 키드’와 ‘로데오’를 작곡하기도 했다. ‘빌리 더 키드’는 서부 개척시대 때 활동했던 전설적 무법자 빌리 더 키드의 생애를 그리고 있다. 카우보이를 주제로 한 발레는 큰 인기를 끌었고 특히 ‘로데오’는 ‘가장 미국적인 발레’라는 평을 받고 있다. ‘로데오’의 가장 유명한 곡은 ‘호다운’으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서부 카우보이의 모습이 선명히 그려지는 듯 하다.

우드는 미국 농가의 풍경들을 많이 그렸다. “내가 가진 모든 좋은 아이디어들은 내가 젖소의 젖을 짤 때 나왔다”라는 그의 말에서 그의 예술혼에 대한 뿌리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자신의 고향을, 삶의 터전을, 그 속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화폭에 담고 음악으로 그렸던 우드와 코플랜드. 그들의 작품에는 사람이, 이웃이, 그리고 자신의 삶을 둘러싼 터전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보인다.

“알렉산더, 카이사르, 나폴레옹, 여러분 모두 멋진 순간을 보냈지만 최고의 승리를 맛본 적은 없습니다. 당신은 한번도 들판의 부풀어 오른 새 건초 더미를 타고 오르는 농장 소년이 되어 본적이 없을 테니까요.”(그랜트 우드)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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