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사랑 실천한 ‘民意의 대변자’
  • 모용복선임기자
용서와 사랑 실천한 ‘民意의 대변자’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1.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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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이나겸 포항시의원 영면(永眠)에 부쳐
이나겸 시의원 지병으로 별세
포항시의회서 의회장 영결식
시의원·시민 등 애도 잇따라
암 투병 중 SRF 논란 관련
주민 소환 투표로 병세 악화
관심·이해부족 아쉬움 남아
평소 어려운 이웃 주민 위해
봉사와 복지환경 개선에 힘써
유족 장례식 근조쌀화환 기부

 

모용복 선임기자.
사물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며, 사물을 이해하지 못하면 진면목을 알 수가 없다. 사람도 제대로 알기 위해선 깊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해야 하며, 그런 뒤에야 그 사람의 참모습과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지난달부터 피처(feature)기사 ‘우리동네 참일꾼’을 보도하면서 포항시의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때로는 전화로, 때로는 점심식사 시간에, 또 어떤 경우에는 술잔을 기울이며 밤이 이슥하도록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듣기도 했다. 사전 질문지를 제공해 대답을 이끌어낸 경우도 있으며 아무런 준비나 사전질문지 제공 없이 즉흥적으로 답변을 들은 적도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평소 잘 알지 못했거나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그들의 인생사에 대해 확연하게 알게 됐다. 어떤 이는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나 앉아 최근까지도 빚을 갚고 있었으며, 어떤 시의원은 매일 새벽 자전거를 타고 시장 상인 속으로 향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민원해결을 위해서라면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시의원이 있는가 하면, 동네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주민 대표로서의 자긍심과 함께 삶의 애환을 엿볼 수 있었다. 한 중진의원은 대부분 의원들이 어렵게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현재 지급되는 의정비로는 경조사비도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하소연이었다. 그렇다고 기초의원이 주민들 경조사나 지역 행사에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빚을 지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사람살이가 천차만별이듯 의원들도 처한 환경에 따라 형편이 다르겠지만 주민대표로서의 삶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은 공통적인 사실이었다.

그런 주민 대표 한 분이 최근 우리 곁을 떠났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이 지역구인 이나겸 의원이 투병생활 끝에 지난 21일 별세했다. 엊그제 포항시의회에서 의회장으로 거행된 영결식에는 장의위원장인 정해종 의장을 비롯해 포항시장, 국회의원, 도·시의원, 공무원 등이 참석해 애도를 표하고 고인(故人)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지난 2014년 첫 의정생활을 시작한 故 이 의원은 성품이 바르고 정(情)이 많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의 빈자리를 아쉬워하고 있다. 비보(悲報)가 날아든 날, 우연히 연락이 닿은 한 시의원은 마음이 아파서 소줏잔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고, 한 여성 의원은 통곡을 했다고 한다. 같은 신문사 선배 기자는 생전에 고인이 기자실에 들러 종종 간식거리를 두고 갈 만큼 정이 많은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뿐만 아니라 재선의원으로서 한창 왕성하게 의정활동을 펼칠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기에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 의원의 병세가 악화된 것은 2년 여 전 주민소환투표가 발단이다. 그는 7대 의회 의정활동 중 여성암(癌)이 발병돼 수술을 받고 상태가 호전됐으나 2019년 오천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SRF)과 관련해 대구·경북지역 최초로 주민소환투표 대상자가 되면서 병세가 악화됐다. 주민소환 투표는 유효투표수 미달로 부결됐지만 그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는 병세를 더욱 악화시켰으며,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들고 말았다.

SRF를 반대하는 주민들 입장은 이해하고도 남지만 그것이 일개 시의원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닐 뿐더러 또 당시 이 의원이 암 치료 중이었음을 감안하면 주민들의 극단적인 대응은 아쉬움이 없지 않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 했다면 지금의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유족에 따르면 故 이나겸 의원은 평소 복지의 그늘에 가려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고인은 생전에 여성장애인복지관 운영위원, 장애인 생활문화연구소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왔으며, 시의원이 되고 나서는 7대 전반기 복지환경위원회 부위원장과 제8대 전반기 복지환경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포항지역 복지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한 실천적인 삶을 살았다.

유족은 이러한 고인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장례식에 들어온 근조 쌀화환(약50포)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했다. 마지막까지 주민들을 위해 용서와 사랑을 실천하고 떠난 아름다운 정신을 추모하며 고인의 영면을 빈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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