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손경호기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손경호기자
  • 승인 202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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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예고없는 갑작스러운 입당이다보니 ‘전격 입당’보다는 ‘깜짝 입당’이 더 어울린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그동안 윤 전 검찰총장의 경선 버스 탑승을 압박해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입당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진석·권성동·장제원 등 국회의원 40명은 7월 26일 윤 전 총장 등 당 밖의 대선주자들의 입당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거론됐지만 주된 초점은 윤 전 총장이었다.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도 입당 촉구에 가세했다. 원외 당협위원장 72명은 성명을 통해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지역 당협위원장 절반 가까이가 윤 전 총장 입당 촉구에 나선 셈이다. 사실상 ‘친윤석열계’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윤 예비후보의 국민의힘 입당은 주로 8월 입당설에 무게가 실렸다. 당초 8월 2일 국민의힘 입당을 추진했으나 한 언론에 보도가 나간 뒤 30일 전격 입당으로 바꿨다는 설이 SNS를 통해 전파됐다. 특히 윤 예비후보의 입당일은 이준석 대표가 전남 외부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어서 이 대표 측이 상당히 불쾌해 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예비후보의 국민의힘 입당은 보수 야권으로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 합당에 버금가는 실책으로 보인다.

국회는 상임위원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 간 의견차가 있는 안건에 대해서는 국회법 제57조에 따라 안건조정위를 통해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안건조정위가 개최되고, 신청된 안건은 대체토론이 끝난 후 회부돼 최대 90일 동안 활동기한이 보장된다.


문제는 위원 6명 중 3분의 2인 4명이 찬성하면 조정과 협의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의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안건조정위원은 총 6인인데 제1교섭단체 몫 위원의 수와 그 외 위원 수를 갖게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즉, 민주당 3인·국민의힘 2인·기타 정당 1인으로 구성된다. 기타 정당으로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당들이 대부분이어서 안건조정위는 조정 과정이 생략할 가능성이 크다. 즉, 여당인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에 자기들에게 찬성할 야권 인사를 골라 넣으면 90일 활동은 커녕 하루 만에 결정되는 한계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해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 과정처럼 국민의힘이 힘 한번 못쓰고 반나절 만에 법안이 통과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구자근 국회의원이 국회 안건조정위원회의 활동 기간을 최소 한 달 동안 보장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미래한국당이 유지됐다고 가정하면 안건조정위원은 민주당 3인, 국민의힘(미래통합당) 2인, 미래한국당 1인으로 구성되어 거대 여당의 독주를 어느 정도는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합당으로 안건조정위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으로 제3지대의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물론 민주당 입장에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공격하면 제3지대 후보가 득을 보고, 제3지대 후보를 공격하면 국민의힘 후보가 득을 보게 된다. 즉, 민주당이 상대를 공격하면 할수록 민주당 스스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시켜주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둘을 모두 공격하면 화력이 분산돼 제대로 된 공격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입당보다 윤석열 전 총장이 11월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을 더 높게 보아왔던 이유일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혹시 야권은 지금 계란(대선후보)을 한 바구니에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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