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과 ‘원킬’
  • 모용복선임기자
‘원팀’과 ‘원킬’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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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서
김연경 비롯 ‘원팀’으로 뭉쳐
세계 4위 터키 꺾고 4강 진출
국내외서 김연경 극찬 잇따라
여권 대선주자들 ‘진흙탕싸움’
지도부 ‘원팀협약식’ 무용지물
누가 후보 돼도 치명상 불가피
모용복 선임기자.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승리는 간절함이 이뤄낸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지난 4일 한국 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강호 터키를 상대로 풀세트까지 가는 혈투 끝에 3-2로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이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터키 대표팀은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며 세계 랭킹도 우리보다 무려 9계단이나 앞선 4위에 올라 있다. 뿐만 아니라 역대 상대전적에서도 2승7패로 열세였으며 2010년 세계선수권 승리 이후 6경기에서 내리 6연패를 기록하고 있어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에겐 ‘배구 여제’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은 배구 강국 터키에서 8년을 뛰는 동안 2차례 리그 우승과 3차례 준우승을 이끌어냈으며 유럽챔피언스리그 득점왕과 MVP, 베스트 레프트를 수상했다. 또한 처녀 출전한 리우 올림픽에서 득점왕과 함께 4위 팀으로는 이례적으로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출중한 실력을 지닌 세계적인 선수이기로서니 단체경기인 배구는 한 두 사람이 잘 한다고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6명 선수 모두 고른 실력을 갖춰야 하며 선수들 간 호흡과 단합이 잘 이뤄져야 한다. 눈빛만 보고도 동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어야 원활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

이날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터키를 상대로 거둔 승리는 ‘원팀’의 중요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김연경이 경기가 끝난 후 “누가 우리가 4강에 갈 것이라 생각할 수 있었을까. 원팀으로 뭉쳤기에 4강에 올라갈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듯이 한국 팀은 맏언니 김연경부터 막내 박은진까지 모든 선수들이 ‘원팀’으로 똘똘 뭉쳐 값진 승리를 일궈낸 것이다.

한국의 승리에 대해 국내외에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배구연맹은 김연경을 두고 ‘10억분의 1’이라고 극찬했으며, 세계 각국 팬들도 ‘전설’ ‘보물’ ‘여왕’ ‘GOAT(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 등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각계각층에서 김연경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예계와 방송인, 정치인들은 SNS를 통해 감격과 축하 인사를 앞다퉈 전하고 있다.

그 중 정치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반응이 눈길을 끈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배구스타 김연경으로부터 당당함은 실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며 “온갖 마타도어의 강을 건너 국민들 앞에 내 실력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연경 사진을 보며 마음 한 켠 버리지 못한 조바심과 복잡함을 다잡는다”며 “쓰러지면 일어나고, 허벅지 실핏줄이 터질지라도 김연경처럼 승리를 일궈내겠다”고 다짐했다.

이 지사의 말대로 김연경이 실력을 갖춘 선수임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당당함과 자신감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배울 점이 많다. 하지만 한국의 승리는 김연경의 말대로 월등한 실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선수들이 혼연일체가 돼 ‘원팀’으로 싸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도 이 지사의 눈에는 김연경의 ‘포효’만 보이고 동료들의 등을 다독이던 ‘손’은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만약 김연경이 ‘원팀’보다 실력만 믿고 독단으로 경기를 치렀더라도 한국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을까?

최근 들어 여권 대선주자 1, 2위 후보인 이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공방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급기야 양 진영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신고전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낙연 후보 캠프(필연캠프) 측은 이 지사 공격을 위해 배우 김부선 씨를 끌어들였으며, 이재명 후보 캠프(열린캠프) 측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층 표심을 겨냥해 이 전 대표와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의 친분설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다. 지난달 말 ‘백제 발언’과 ‘탄핵 찬반 논란’ 등으로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하자 당 지도부가 나서 ‘원팀 협약식’까지 열었지만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면 본경선이 끝나도 후유증은 쉽게 치유되기 어렵다. 사생결단식 ‘원킬’로 인해 누가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어 후보 간 도를 넘은 공방은 결국 이적(利敵)행위, 자해행위가 될 뿐이다. 그런데도 정권재창출을 위해 ‘원팀’으로 뭉쳐 야권 유력 주자들과 대결할 생각은 않고 피 튀기는 집안싸움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권력은 자식과도 나누지 않는다’는 옛말이 참으로 맞긴 맞는 모양이다.

여당이 대선 제대로 치르려면 김연경에게 비싼 수강료를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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